인공지능(AI) 확산 이후 생성형·에이전틱 AI 노출도가 높은 일자리가 늘고 있지만 고용 증가분의 대부분이 수도권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비수도권은 피지컬AI 노출도가 높은 제조·운수·숙박음식업 등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아 향후 기술 발전 속도에 따라 지역 간 노동시장 격차가 확대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은행은 15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BOK 이슈노트 'AI와 지역 노동시장-지역간 격차 확대 위험과 새로운 기회'를 발간했다.
최근 AI 고노출 일자리의 증가는 수도권이 주도했다. 생성형 AI가 본격 확산하기 시작한 2023년 이후 3년간 생성형 AI 고노출 일자리는 24만7000명 증가했는데 이 가운데 수도권이 80.8%(19만9000명)를 차지했다. 에이전틱 AI 고노출 일자리도 2025년 증가분 10만5000명 가운데 수도권 비중이 88.3%(9만3000명)에 달했다.
지역별 AI 노출도에서도 격차가 나타났다. 생성형 AI 노출도는 서울, 세종, 경기, 인천 순으로 높았고 에이전틱 AI는 서울, 세종, 경기, 대전 순이었다. 반면 피지컬AI 노출도는 경북, 전남, 충북, 울산 순으로 높아 비수도권에 집중됐다.
지역별 격차는 직업 구성과 산업구조에서 비롯됐다. 수도권에는 생성형 AI 노출도가 높은 사무직과 판매직, 에이전틱 AI 노출도가 높은 관리자와 전문가가 상대적으로 많이 분포했다. 수도권 내 이들 직종 비중은 각각 20.2%, 8.9%, 1.5%, 28.1%로 비수도권의 15.8%, 8.2%, 1.2%, 18.0%보다 높았다. 반면 비수도권은 장치·기계조작, 단순노무, 서비스직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다만 연령대별로 봤을 때 20대에서는 생성형·에이전틱 AI 고노출 직업의 취업자수가 수도권과 비수도권 모두 감소했고 지역 간 차이도 뚜렷하지 않았다. 대학 교육이 전통적인 지식과 정보 축적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졸업 직후 청년층이 전문성과 경험을 갖추기 어려운 점이 배경으로 지목됐다.
한은은 생성형·에이전틱 AI의 확산이 수도권 노동시장에 상대적으로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고 봤다. 수도권은 AI 활용도가 높은 전문·사무직과 지식서비스업이 집중된 데다 AI·IT 관련 인적·물적 기반도 상대적으로 잘 갖춰져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AI 확산이 기존 수도권 집중을 완화하기보다 지역 간 노동시장 격차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작용할 위험이 있다고 전망했다.
AI가 숙련노동과 보완 관계에 있다는 점도 지역 격차를 키울 수 있는 요인이다. 이미 수도권에 지식서비스업과 반도체 제조업이 집중된 상황에서 AI 투자까지 수도권에 쏠릴 경우 산업의 공간적 집적이 한층 강화될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이다. 지식서비스업 종사자의 수도권 비중은 71.9%, 반도체 제조업은 74.4%에 달한다.
한은은 향후 피지컬 AI 확산이 비수도권 고용에 새로운 위험요인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현재는 생성형·에이전틱 AI보다 확산 속도가 느린 만큼 당장 고용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제한적일 것으로 진단했다.
정민수 한은 지역경제조사팀장은 "피지컬 데이터의 부족, 정교함의 부족, 피지컬 AI에 대한 사용자의 신뢰도 등의 문제로 인해 피지컬 AI 확산에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본다"며 "(피지컬 AI가 아닌) 로봇 등을 통한 자동화로 인한 취업자수 감소는 이미 일어나고 있고 여기에 피지컬 AI의 추가적인 영향은 시간을 두고 분석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동시에 한은은 AI 확산이 지역 격차를 확대하는 위험과 함께 비수도권의 생산성을 높일 기회도 제공할 수 있다고 봤다. AI가 저숙련 근로자의 생산성을 높여 인적자본 부족을 보완하고, 제조업의 제품개발·공정개선 등 지식서비스화를 촉진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지역 내 AI 활용 교육을 강화하고 지역 주력 제조업과 연계한 지식서비스·스타트업 육성을 지원하는 한편, 지역 거점대학을 중심으로 학계·기업·정부를 연결하는 지역 AI허브 구축에 선택과 집중을 통한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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