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中 수출 도플갱어] 첨단제품 수출 나란히 질주…텃밭 메모리도 흔들

  • 韓 1~8월 누적 ICT 수출 전년보다 2배 늘어…반도체가 이끌어

  • 中 같은 기간 첨단기술 제품 수출 42.9% 증가…집적회로 등 급증

  • 中 가전 시장 추격, 메모리에서도 되풀이…물량 공세→프리미엄

HBM 사진게티이미지뱅크
HBM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올해 한국의 역대급 수출 호황을 형용하는 '슈퍼사이클' 키워드가 중국에도 동일하게 적용되는 모양새다. 반도체를 포함한 첨단제품 수출 증가세가 두 자릿수 중반대에 달해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을 압박하고 있다. 이미 가전·전기차·배터리 등 분야에서 우위를 잃은 한국 입장에서는 마지막 보루인 메모리 반도체 수성까지 위태로워지는 형국이다. 

14일 산업계에 따르면 올 들어 한국과 중국의 수출 증가세는 반도체와 컴퓨팅 장비 등 첨단제품이 주도하고 있다. 한국의 정보통신기술(ICT) 수출은 상반기 2538억60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20.5% 증가한 데 이어 7월 140.6%, 8월 162.6% 늘며 하반기 들어 증가 폭이 더욱 커졌다. 지난달 반도체 수출은 466억7000만 달러로 209% 급증했고, 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수요 증가에 힘입어 컴퓨터·주변기기도 383.1% 늘었다.

중국도 첨단제품 중심의 수출 증가세가 뚜렷하다. 올해 1~8월 첨단기술제품 수출은 8478억30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42.9% 증가했다. 같은 기간 반도체에 해당하는 집적회로 수출은 103.9%, 자동자료처리기기·부품은 49.4% 늘었다. 지난달에는 첨단기술제품 수출 증가율이 56.9%로 누적 증가율을 웃돌았고 집적회로는 129.8%, 자동자료처리기기·부품은 76.5% 급증했다.

한국의 ICT 제품과 중국의 첨단기술제품은 품목 분류가 달라 수출액이나 증가율을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다. 다만 반도체와 컴퓨팅 장비를 비롯한 첨단제품이 양국의 수출 증가세를 견인하면서 주력 수출 품목이 겹치는 양상이 강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반도체 외 시장에서는 이미 한국의 주도권이 희미해진 상황이다. 한국전자정보통신산업진흥회(KEA)에 따르면 지난해 TV·냉장고·세탁기·에어컨·로봇청소기 등 주요 5대 가전의 경우 판매대수 기준으로 중국이 글로벌 시장 점유율에서 모두 앞섰다. TV는 중국 기업이 36.1%로 한국(30.6%)을 넘어섰고 냉장고도 중국 41.7%, 한국 15.0%로 격차가 컸다.

한국이 절대 우위를 보이던 반도체 분야에서도 양국 간 경쟁이 격화하는 중이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 리서치 보고서를 보면 올해 2분기 글로벌 D램 시장에서 창신메모리(CXMT)는 점유율 10%를 기록했다. 지난해 2분기 4%에서 1년 만에 두 자릿수로 올라섰다. 삼성전자 38%, SK하이닉스 25%, 마이크론 24%에 이은 4위다. 최근에는 차세대 모바일 D램인 LPDDR6 양산에도 나섰다.

낸드에서는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YMTC)의 성장세가 가파르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2분기 YMTC의 글로벌 낸드 매출 점유율은 14%로 1년 전 11%에서 3%포인트 상승했다. 삼성전자(28%), SK하이닉스(19%), 마이크론(15%)에 이어 키옥시아와 같은 수준이다. 출하량 기준으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이어 3위에 올라섰다.

아직 고대역폭메모리(HBM)와 SSD 등 고부가 시장은 국내 기업이 앞서 있다. 다만 CXMT와 YMTC가 범용 제품에서 확보한 생산 기반을 모바일·서버·AI용 제품으로 확대하면서 경쟁 범위가 넓어지는 추세다. 한국과의 기술 격차도 기존 4~5년에서 3년 안팎으로 줄었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과거 저가 가전에서 시작해 프리미엄 제품까지 파고든 중국 기업의 성장세가 메모리 시장에서도 되풀이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전재성 서울대 교수는 최근 보고서에서 "중국 CXMT 등 자체 기술의 내재화 속도를 고려할 때 향후 12~18개월은 한국이 HBM 등에서 확보한 경쟁 우위가 급격히 붕괴되기 보다는 점진적으로 약화될 가능성이 있다"며 "한국은 HBM의 기술 우위를 지키는 동시에 차세대 첨단산업의 핵심 기술을 선점하기 위한 투자를 병행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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