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한·중 양국의 수출 성장세가 매섭다. 특히 중국은 기존 저가 보급형 제품 중심의 수출 구조에서 탈피해 반도체·인공지능(AI)·전기차 등 첨단제품 수출 비중을 급격히 끌어올리고 있다. 한국이 사상 최고 수출 기록에 도취된 사이 주력 품목에서 추격을 허용하는 양상이다.
14일 산업계에 따르면 올해 1~8월 한국 전체 수출은 전년 동기보다 52.8% 증가했다. 같은 기간 반도체를 포함한 정보통신기술(ICT) 수출은 약 3672억 달러로 129% 늘었다. 지난달에도 한국 ICT 수출 증가율은 162.6%로 전체 수출 증가율(68.7%)을 2배 이상 상회했다.
중국도 달러 기준 1~8월 전체 수출이 19.3% 증가한 가운데 첨단기술제품 수출은 42.9% 급증했다. 양국 모두 첨단산업 수출이 전체 성장세를 견인했다.
양국 간 수출 효자 품목도 대동소이해지고 있다. 한국은 고대역폭메모리(HBM)와 서버용 메모리,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등 AI 인프라 관련 제품이 주력이다. 중국도 집적회로와 자동자료처리장치 등 AI·컴퓨팅 관련 제품 수출이 빠르게 늘고 있다. 중국의 1~8월 집적회로(IC·반도체) 수출은 103.9%, 자동자료처리장치와 부품은 49.4% 늘었다.
중국이 과거 의류·생활용품 등 저가 양산품 수출국에서 첨단 제조업 수출국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중국 첨단기술제품은 올해 1~8월 전체 수출에서 29%를 차지했다. 집적회로와 자동차, 컴퓨팅 장비 등 고부가가치 제품이 수출 증가분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커지고 있다.
경쟁은 반도체에 그치지 않는다. 중국은 전기차와 배터리, 산업용 로봇, 컴퓨팅 장비 등 한국의 현재와 미래 수출 먹거리 분야에서 경합도를 높이는 상황이다. 올해 1~8월 중국 자동차 수출액은 53.2%, 집적회로는 103.9% 증가했다. 산업용 로봇과 3차원 프린터 등 고부가가치 기계류 수출 증가세도 두드러진다.
더 큰 문제는 중국 측 물량 밀어내기의 질(質)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의 8월 승용차 수출은 89만4000대로 전년보다 77.5% 늘었는데 전기차와 플러그인하이브리드 수출 증가율이 154.7%에 달했다. 내연기관보다 전기차 경쟁력 강화에 집중해 온 결과다. BYD와 지리 등 중국 완성차 업체의 판매 지역이 유럽과 동남아시아 등으로 넓어지면서 현대차·기아와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한국 주력 수출품이 고부가가치 첨단제품으로 이동하는 동시에 중국도 같은 방향으로 수출 구조를 바꾸면서 경쟁 영역이 글로벌 시장 전체로 넓어지고 있다고 본다. 특히 범용 메모리와 전기차·배터리·로봇 등에서는 생산 규모와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중국 기업의 압박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
조은교 산업연구원 중국산업분석팀장은 "한·중 첨단산업 경쟁은 산업 생태계와 공급망, 시장을 포함한 구조적 경쟁 단계로 진입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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