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총리의 '친 유럽' 승부수…EU 준회원국 제안도

  • 유럽 저성장, 고강도 규제 등 비판 목소리 나와

지난달 24일현지시간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가 퀘벡주 레비에 있는 데이비 조선소에서 연설하고 있다 사진AFP 연합뉴스
지난달 24일(현지시간)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가 퀘벡주 레비에 있는 데이비 조선소에서 연설하고 있다. [사진=AFP 연합뉴스]

미국과 무역 갈등을 빚고 있는 캐나다의 마크 카니 총리가 자국을 유럽연합(EU)의 준회원국으로 제안해 관심이 모인다. 미국의 51번째 주가 되라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제안 대신 EU의 28번째 회원국이 될 수 있다는 역발상이다. 하지만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을 두고 유럽에 손짓을 내미는 것에 대한 비판적 시각도 있다.

1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지난 몇 달 동안 카니 총리는 프랑스, 이탈리아, 독일, 스칸디나비아 등 유럽 주요 국가 지도자는 물론 유럽의 덜 알려진 왕족들과도 개별 면담을 하면서 캐나다와 유럽의 통합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고 전해졌다. 신문은 이를 '속도위반 결혼(shotgun marriage)'에 비유했다.

WSJ는 소식통을 인용, 카니 총리가 유럽 특사를 통해 EU의 정회원국이나 공동시장 가입 등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최대한 야심찬 가능성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고 전했다. 카니 총리는 자국이 지난 반 세기 동안 미국에 경제와 사회가 지배됐으며, 이를 재편하겠다는 입장을 참모들에게 밝혔다고 전해졌다.

또 카니 총리는 캐나다에 대해 'EU 준회원국(Associate Member)'이라는 새로운 타이틀을 제안하기도 했다. 본래 회원국 자격에 대해 유연하지 않은 EU 측도 캐나다의 아이디어에 열려 있는 입장이라고 양측 관계자들은 밝혔다. 몇 달 동안의 협상 끝에 EU와 캐나다 측은 에너지, 인공지능, 핵심 광물 등에서 캐나다가 EU의 21조 달러(약 2경 8200조원) 규모 단일 시장에 비공식적으로 참여할 방법을 검토하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신문은 이 같은 카니 총리의 '탈 북미 행보'에 비공식 자문단과 독서 모임 등의 역할에 대해서도 짚었다. 카니 총리는 금융계와 정계 인사들로 꾸려진 비공식 자문단이 있다. 이 중 일부는 수도 오타와에 있는 독서 모임 회원들이라고 전해졌다.

카니 총리는 오는 17일 유럽 의회에서 연설한다. 연설에서 카니 총리는 유럽과 캐나다의 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자신의 비전을 발표할 전망이다. 한 캐나다 관료는 "캐나다가 스스로를 북미 국가에서 대서양 횡단 국가로 바라보는 시각으로 전환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캐나다인은 미국인처럼 말하고 옷 입지만, 사회적으로는 더 유럽적"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카니 총리의 '친유럽' 행보가 실익이 없을 것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의 매튜 린 칼럼니스트는 "EU는 21세기 초 세계 경제의 26%를 차지했지만, 작년 기준 17%로 (비중이) 줄어들었고, 규제도 엄격하다"면서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과) 관계를 끊고 저성장에 과도한 규제가 있는 4000마일(6400㎞) 떨어진 시장과 관계를 맺는 것은 현명한 움직임이 아니다"고 비판했다.

카니 총리는 미국은 물론 영국에서도 오랜 시간 일하는 등 미국과 유럽 모두를 잘 아는 인물이기도 하다. 경제학을 전공한 카니 총리는 하버드대에서 학부를 졸업했으며, 옥스퍼드대에서 석사와 박사를 취득했다. 미국 투자은행 골드만삭스에서 오랫동안 근무했으며, 영국 중앙은행 최초의 비영국인 총재로 재임하기도 했다. 부인도 영국에서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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