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양구군이 화천댐과 소양강댐으로 입은 누적 피해가 최대 3조9233억원에 달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군은 피해보상에 머문 현행 지원체계를 댐의 수익과 자원을 주민에게 돌려주는 ‘편익공유 방식’으로 전환할 방침이다.
양구군은 지난 8일 군청 중회의실에서 ‘양구군 댐 영향분석 및 편익환원 연구용역 결과보고회’를 열고 피해 분석 결과와 정부 지원을 확대하기 위한 정책방안을 논의했다.
9일 군에 따르면 이번 용역은 댐 건설 이후 반세기 넘게 이어진 규제와 개발 제한, 교통 단절 등 사회·경제적 피해를 객관적으로 산정하고 제도 개선의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추진됐다.
강원연구원은 화천댐으로 인한 양구군의 누적 피해를 81년간 9720억원으로 추산했다. 소양강댐 피해는 52년간 2조7485억~2조9513억원으로 분석했다. 현재도 해마다 80억~147억원의 피해가 발생하는 것으로 산정됐다.
특히 소양강댐 건설로 46번 국도 일부가 수몰되면서 양구~춘천 이동시간은 기존 40분에서 2시간30분으로 늘어났다. 장기간 이어진 교통 단절과 접근성 악화가 인구와 지역경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
피해 규모와 비교해 지원액은 적었다. 양구군에 배정되는 댐주변지역 지원사업비는 연간 약 22억8000만원이다. 이 가운데 지역지원사업비는 10억9000만원으로 전체의 48%에 그쳤다.
사업비 상당 부분이 일회성·소모성 사업에 투입돼 주민소득과 지역의 자립 기반을 만드는 데도 한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댐 피해는 양구군만의 문제가 아니다. 소양강댐 건설 당시 춘천·인제·양구지역 50.21㎢가 물에 잠기고 3153가구, 1만8546명이 삶의 터전을 떠났다. 춘천은 상수원 관련 규제와 개발 제한, 인제와 양구는 도로 수몰에 따른 교통 단절과 생활권 변화 등을 장기간 겪었다.
화천댐 주변의 화천과 양구도 수몰과 접근성 저하, 군사·환경 규제가 중첩된 가운데 댐에서 생산된 전력과 용수의 편익은 외부 지역에 집중됐다는 문제를 제기해 왔다. 이에 춘천·화천·양구·인제 등 댐 인접지역에서는 지원금 확대와 배분기준 개선을 요구하는 공동 대응이 이어지고 있다.
이번 용역은 양구군을 단순 피해지역이 아닌 댐 편익을 공유해야 할 이해관계자로 규정했다. 정책 방향도 사후 피해보상에서 지속적인 수익 배분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구체적으로 댐 주변지역 지원 범위를 넓히고 지원금 산정·배분 기준에 수몰면적과 규제면적, 교통 우회비용, 인구 감소 등을 반영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발전·용수 판매수입금의 지역 출연 비율을 높이고, 일회성 지원사업을 주민소득과 일자리 중심의 중장기 사업으로 바꾸는 방안도 포함됐다.
댐건설·관리법 개정과 소양강댐 주변 자연환경보전지역의 불합리한 규제 개선도 과제로 꼽혔다. 규제 완화는 수질과 생태계 보전 기준을 유지하면서 주민 생활과 지역개발을 과도하게 제한하는 부분을 선별적으로 조정하는 방식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지역 활성화 방안으로는 파로호·소양호·평화의댐을 연결하는 수변관광벨트 고도화가 제안됐다. 주민 출자·배당형 수상태양광과 파로호를 하부댐으로 활용한 양수발전, 46번 국도 이용자를 위한 ‘국토정중앙 커뮤니티센터’ 조성도 담겼다.
주민참여형 수상태양광은 다른 지역에서 실제 수익공유 모델로 추진된 사례가 있다. 합천댐에서는 인근 20여개 마을 주민 1400여명이 공동체를 통해 사업에 투자하고 발전수익 일부를 배분받는 구조가 도입됐다.
다만 수상태양광과 양수발전은 사업성과 전력계통, 수질·생태 영향, 경관 훼손 여부를 먼저 검증해야 한다. 사업 초기부터 주민에게 투자 위험과 예상 수익을 공개하고 수익 배분 기준을 제도화해야 또 다른 갈등을 막을 수 있다.
실질적인 피해 경감을 위해서는 개별 지자체의 요구를 넘어 정부와 강원도, 댐 인접 시·군이 참여하는 공동협의체 구성도 필요하다. 지원금 확대와 법 개정, 단절 도로 개선, 지역별 소득사업을 하나의 중장기 계획으로 묶어 정부에 요구해야 정책 반영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이날 참석자들은 용역 결과를 정부 정책과 제도 개선에 활용하고, 제안된 사업을 주민소득과 일자리 창출로 연결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김왕규 양구군수는 “양구는 소양강댐 건설 이후 반세기가 넘도록 각종 규제와 개발 제한을 감내하며 국가 발전과 수도권의 안정적인 용수 공급에 기여해 왔다”며 “희생과 기여가 합당한 보상으로 이어지고 댐의 편익이 주민에게 실질적으로 돌아가도록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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