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계 세제 셈법] '투자'서 '생산'으로…한국판 IRA, 기업 공장 셈법 바꾼다

  • 반도체·배터리 6개 분야 생산량 연동…공장 가동까지 세제 지원

  • AI DC·전기차·백신은 대상서 제외…신산업 분류 공백도 드러나

이재명 대통령이 1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1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부가 기업 세제 지원의 기준을 '투자'에서 '생산'까지 넓힌다. 반도체·이차전지 등은 국내 생산량에 따라 세금을 깎아주는 '국내생산세액공제(한국판 IRA)' 수혜를 받지만 AI 데이터센터와 전기차, 백신 등은 빠져 지원 사각지대가 적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국무회의에서 국내생산세액공제를 담은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확정했다. 대상은 태양광·풍력·이차전지·반도체·핵심소재·AI로봇부품 등 6개 분야다. 2027년부터 적격품목의 국내 생산·판매량에 품목별 기준공제액을 곱해 법인세 등을 공제한다.

기존 통합투자세액공제가 공장과 설비에 들어간 투자액을 기준으로 세금을 깎아줬다면 새 제도는 실제 생산과 판매가 이뤄져야 혜택을 준다. 기업은 같은 생산시설에 두 공제를 중복 적용받을 수 없어 초기 투자액과 향후 생산량, 가동기간 등을 따져 유리한 제도를 선택해야 한다. 비수도권 생산에는 최대 1.5배의 지역계수도 적용된다.

반도체와 이차전지처럼 국내에 대규모 생산기반을 둔 업종에는 수혜가 예상된다. 반면 전기차 완성차와 AI 데이터센터는 대상에서 빠졌다. 자동차업계는 중국산 전기차 공세와 미국의 현지생산 압박에 대응하려면 완성차 생산에도 세제 유인이 필요하다며 전기차 포함을 요구해왔다. 바이오업계도 백신을 경제안보 품목으로 보고 생산세액공제를 적용해달라고 건의했다.


특히 AI 데이터센터는 이번 제도의 한계를 보여주는 대표 사례로 꼽힌다. 한국표준산업분류상 데이터센터는 독립 업종이 아니라 '호스팅 및 관련 서비스업' 등에 걸쳐 있어 지원 근거조차 정비돼 있지 못한 실정이다.

미국 IRA와 비교하면 지원 방식에도 차이가 있다. 미국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는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세액공제를 현금화할 수 있지만 한국은 직접환급이나 제3자 양도 방식을 두지 않았다. 대규모 선행투자로 적자를 내는 기업은 생산을 늘려도 당장 세제 효과를 체감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가 세제 지원을 생산까지 확대한 것은 국내 제조기반 유치 경쟁에 대응한 진전으로 평가된다. 다만 실제 효과는 어떤 산업과 제품을 '국내 생산'으로 인정하느냐에 달려 있다. 국회 심사와 후속 시행령 과정에서 AI 데이터센터와 전기차, 백신 등 제외 업종의 추가 요구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오문성 한양여대 세무학과 교수는 "국내 생산기반의 취약성과 공급망 위험, 추가 생산 유발효과가 확인되는 세부 품목을 중심으로 지원하고 기존 산업별 세제지원 규모까지 감안해 대상과 공제액을 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댓글0
0 / 300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