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열 충남 청양군수가 정부가 확정한 지천댐 건설의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주민과 충분한 협의 없이 사업을 추진한 데 대해서는 강하게 반발했다.
댐 건설 자체를 반대하기보다 주민 의견 수렴과 피해 보상, 지역개발 대책을 전제로 사업을 받아들이겠다는 사실상의 ‘조건부 수용’ 입장이다.
김 군수는 28일 청양군청 1층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기후에너지환경부가 청양군민의 깊은 우려에도 불구하고 지천댐 건설을 일방적으로 발표했다”며 “확실한 보장 없이 청양에 희생을 요구하는 방식은 결코 용납할 수 없다”고 밝혔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전날 충남 청양·부여 지천댐을 비롯해 경기 연천 아미천댐, 전남 강진 병영천댐, 울산 울주 회야강댐, 경남 거제 고현천댐 등 5개 댐의 건설을 확정했다.
정부 계획에 따르면 지천댐 건설에는 국비 2612억 원을 포함해 총 6530억 원이 투입된다. 저수용량은 5900만t으로, 완공되면 청양·부여를 비롯한 금강권역에 하루 18만t의 용수를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정부는 전망했다.
김 군수는 정부의 추진 방식에는 강한 유감을 나타냈지만 지천댐 건설 자체에는 사실상 찬성한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그는 기자회견 직후 질의응답에서 “군수가 되기 전부터 청양의 미래 먹거리를 위해서는 댐 건설에 찬성하는 것이 좋겠다고 말해 왔다”며 “충청권 메가프로젝트와 미래 수자원 확보라는 국가적 필요성에도 공감한다”고 말했다.
이어 “30년 전에는 나 역시 지천댐 반대에 앞장섰지만, 지금은 앞으로 30년 뒤 후손들이 오늘의 결정을 어떻게 평가할지를 생각해야 한다”며 “청양의 미래 먹거리와 100년 대계를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주민들과 함께 고민하겠다”고 했다.
다만 지난 3년여 동안 지천댐 건설을 둘러싸고 지역사회가 찬반으로 갈라졌는데도 정부가 청양군 및 주민과 충분히 협의하지 않은 채 사업을 확정했다며 절차적 정당성에는 문제를 제기했다.
김 군수는 “주민들은 찬성과 반대로 나뉘어 극심한 갈등을 겪어 왔고 지역사회 분열도 깊어졌다”며 “주민 설명과 관련 용역 과정에서도 군민이 참여할 기회가 충분히 보장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청양군은 주민투표를 통해 사업 추진 여부를 결정하는 방안도 검토했으나 법률상 제약이 있다는 판단에 따라 토론회와 공청회 등을 열어 주민 의견을 수렴할 방침이다.
김 군수는 “주민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연말께 주민투표로 결정하는 방안도 생각했지만, 법률 검토 결과 어렵다는 답변을 받았다”며 “적어도 토론회와 공청회를 통해 댐 건설의 순기능과 역기능을 군민에게 충분히 알려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와의 협상에서는 청양이 감수할 피해 이상의 실익을 확보하겠다는 뜻도 분명히 했다. 재정자립도가 9%에도 미치지 못하는 청양에 국가사업이라는 이유로 일방적인 희생을 요구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다.
김 군수는 “왜 청양이 다른 지역에 물을 공급하기 위해 피해까지 감수해야 하느냐는 주민들의 목소리가 있다”며 “주는 것이 있으면 우리도 받아내야 하고, 주는 것 이상으로 받아내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수몰민의 지역 내 재정착도 핵심 요구사항으로 제시했다. 청양군이 현재 파악한 수몰 예상 가구는 60가구 안팎이지만, 댐 규모와 수위에 따라 피해 가구가 늘어날 가능성이 있어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는 게 군의 설명이다.
김 군수는 “댐 건설로 삶의 터전을 잃는 주민들이 청양을 떠나지 않도록 획기적인 주거단지와 파격적인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이주민이 청양에 계속 정착할 수 있도록 정부가 책임 있는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요구했다.
청양군민에 대한 실질적인 용수 혜택도 주문했다. 현재 청양은 보령댐과 대청댐에서 생활용수를 공급받고 있다.
그는 “지천댐이 건설된다면 청양에 필요한 물은 자체적으로 해결할 수 있어야 한다”며 “그 비용까지 군민에게 부담시키는 것은 맞지 않으며, 청양군민이 사용하는 물에 대해서는 그에 상응하는 혜택이 돌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정부에 요구할 구체적인 지원사업은 향후 협상을 고려해 공개하지 않았다. 김 군수는 “전임 군수 때부터 여러 요구사항이 있었지만 지금 모두 공개할 단계는 아니다”며 “사업 진행 상황에 따라 대응 수위를 높이면서 정부와 협상 테이블에 앉겠다”고 밝혔다.
충남도가 추진할 ‘지천댐 주변 종합지원방안 수립 용역’에도 청양군이 반드시 참여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김홍열 군수는 “용역이 다시 추진된다면 청양군도 당연히 참여해야 한다”며 “정부 주도의 사업 과정에서 충남도와 청양군이 배제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충남도는 전임 김태흠 지사 재임 당시 정부 지원과 별도로 지천댐 주변 지역에 1000억 원 규모를 추가 지원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김 군수는 다음 주 월요일 박수현 충남지사를 만나 기존 지원 약속의 승계와 추가 지원 방안을 협의할 계획이다.
그는 “전임 지사가 약속한 지원책을 이어가는 것은 물론, 청양이 추가로 확보할 수 있는 사업이 있다면 더 받아내야 한다”며 “박 지사와 긴밀히 협의해 청양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김 군수의 이날 발언은 지천댐 건설의 필요성에는 공감하되 주민 의견 수렴과 피해 보상, 지역 실익 확보 없이는 정부 계획을 그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지천댐 건설이 확정 단계에 들어선 가운데 찬반으로 갈린 주민 갈등을 어떻게 봉합할지, 정부와 충남도로부터 어느 수준의 지원을 확보할지가 향후 사업 추진의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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