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장기금리 상승에 국내 증시가 크게 출렁였다. 다만 SK하이닉스의 대규모 주주환원 발표와 반도체 실적 기대가 지수 하단을 지지하면서 낙폭을 일부 만회했다. 다음 주에는 엔비디아 실적과 미국 잭슨홀 미팅,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잇따라 예정돼 있어 금리와 인공지능(AI) 투자 사이클에 대한 시장의 판단이 다시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
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인 21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60.37포인트(0.88%) 오른 6912.95에 거래를 마쳤다. 코스피는 19일 5.80% 급락한 뒤 20일 5.89% 급등하며 낙폭을 빠르게 회복했다. 한 주(8월 18~21일) 동안 코스피는 0.93%, 코스닥은 7.25% 하락했다.
이번 주 증시를 흔든 가장 큰 변수는 미국 장기금리였다. 미국 30년물 금리가 5.3%를 웃돌고 10년물 금리도 4.7% 수준까지 오르면서 할인율 상승에 따른 성장주 밸류에이션 부담이 커졌다. 각국의 재정지출 확대와 AI 인프라 투자를 위한 빅테크의 회사채 발행 증가 등이 장기금리 상승 요인으로 거론됐다. 여기에 중동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이어지면서 위험자산 투자심리가 위축됐다.
19일에는 금리 충격이 국내 증시에 직접 반영되면서 코스피가 급락했지만 20일 반전의 계기는 주주환원이었다. SK하이닉스가 40조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전량 소각 계획을 발표하면서 투자심리가 빠르게 개선됐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주환원 확대가 외국인 수급 개선과 원화 강세로도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이번 주 코스피에서는 외국인이 순매수 기조를 유지하며 지수 반등을 이끌었다.
다만 장기금리 상승에 따른 밸류에이션 부담은 여전히 남아 있다. 미 재무부가 장기 국채 바이백 규모를 확대하면서 금리 우려가 일부 진정됐지만, 구조적인 재정적자와 국채 공급 부담, AI 투자에 따른 기업 자금조달 수요가 이어지고 있어 장기금리가 빠르게 안정될지는 지켜봐야 한다.
다음 주에는 글로벌 금융시장의 방향을 좌우할 이벤트가 집중된다. 26일에는 현대차의 2026 CEO 인베스터데이와 미국 7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가 예정돼 있다. 27일에는 엔비디아 실적 발표와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열린다. 27~29일에는 미국 잭슨홀 미팅도 진행된다. 미국 7월 내구재 주문과 한국은행의 성장률·물가 전망 변화도 주요 변수다.
특히 엔비디아 실적에서는 매출 규모뿐 아니라 데이터센터 매출 증가율과 블랙웰 수요, 향후 가이던스, 고객사의 자본적지출(CAPEX) 지속 여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시장의 관심이 단순한 AI 수요 존재 여부에서 AI 투자가 얼마나 오래 지속될 수 있는지로 옮겨간 만큼 가이던스가 주가 방향성을 결정할 가능성이 크다.
잭슨홀에서는 케빈 워시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의 첫 연설이 예정돼 있다. 시장은 구체적인 금리 경로보다 물가 안정과 대차대조표 축소, 재무부의 장기 국채 바이백 등에 대한 연준의 인식을 확인하는 데 주목할 전망이다. 한국은행 금통위에서는 기준금리 결정과 함께 반도체 슈퍼사이클을 반영한 성장률·물가 전망 변화, 원·달러 환율 하락세에 대한 판단 등이 관전 포인트다.
증권가에서는 다음 주에도 단기 변동성이 이어질 수 있지만 최근 급락으로 밸류에이션 부담이 일부 낮아진 만큼 실적이 확인되는 종목을 중심으로 반등을 시도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다만 미국 장기금리가 다시 상승하거나 엔비디아의 가이던스가 시장 기대를 밑돌 경우 AI 관련주의 밸류에이션 조정이 재개될 수 있어 주요 이벤트를 확인한 뒤 대응하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나정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다음주 엔비디아 실적이 AI 사이클 지속을 확인시키고 잭슨홀을 계기로 미 국채 금리 변동성까지 진정될 경우 밸류에이션 정상화는 이어질 전망"이라며 "코스피가 7000포인트대에 안착하면 AI 수익화가 실적으로 확인되는 비(非)반도체 업종까지 저변을 넓히는 접근이 유효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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