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낭기의 관점] 장동혁·한동훈, 국힘의 새로운 대안 될 수 있을까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3일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형사소송법 개정안에 대한 이 대통령의 재의요구권 행사를 촉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3일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형사소송법 개정안에 대한 이 대통령의 재의요구권 행사를 촉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동훈 무소속 의원 [사진=연합뉴스]
​​​​​​​한동훈 무소속 의원 [사진=연합뉴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3일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형사소송법 개정안에 대한 이 대통령의 재의요구권 행사를 촉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3일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형사소송법 개정안에 대한 이 대통령의 재의요구권 행사를 촉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오세훈 서울시장과 한동훈 무소속 의원은 국민의힘의 차기 대선 후보로 꼽혀 왔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 역시 그 움직임으로 볼 때 차기 대선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오 시장은 명태균씨 여론조사와 관련한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지난 7월  1심에서 벌금 1000만원을 선고받았다.  대법원에서 이 판결이  확정되면  5년간 피선거권을 잃어 차기 대선에 나올 수 없게 된다. 그 경우  한동훈 의원과 장동혁 대표가 국민의힘 대선 후보군에 포함될 수 있다. 그렇다면 두 사람은 국힘의 대안이 될 수 있을까?

 

대안이 될 수 있으려면 정치력과 리더십을 발휘하고 인정받아야 한다. 국힘에 요구되는 정치력과 리더십은 명확하다. 대내적으로는 당내 분열과 갈등을 극복하고 원팀으로 만드는 것이다. 대외적으로는  강성 지지층의 지지를 넘어 중도층으로 외연을 넓히는 것이다. 장 대표나 한 의원은 과연 그럴 만한 능력을 보여주고 있나?   


장 대표, 사퇴 요구에 버티기로 일관 


장 대표는 대표 사퇴 압박을 받고 있다. 장 대표 사퇴를 촉구하는 국민의힘 당원들은 지난 8월 11일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당원과 시민 2만7000여 명이 장 대표 퇴진에 서명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장 대표 재신임을 묻는 전 당원 투표를 요구했다. 일부 의원들도 장 대표의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사퇴론자들은 장 대표가 윤석열 전 대통령과 절연하지 못해 국힘이 중도층 지지를 잃었고 그래서 6·3 지방선거에서 패했다고 본다. 이런 상태로는  2028년 국회의원 총선에서도 더불어민주당에 패배할 수밖에 없다고 한다. 다 맞는 얘기다.

 

그러나 장 대표는 이에  버티기로 일관하고 있다. 대표 임기 2년이 내년 8월까지 보장돼 있다며 당 규정을 강조한다. "2만명이 조금 넘는 당원들의 의사가 100만명이 넘는 국민의힘 전체 당원의 의사를 대신할 수 있는 것이냐"고 반박한다. 대표 사퇴를 주장하려면 자신의 자리부터 내려놓고 하라고 역공한다. 사퇴 촉구를 분열주의라고 비난한다.  


장 대표가 정치력을 발휘하려 한다면 자기를 반대하는 당내 세력을 끌어안는 노력부터 해야 한다. 온건 반대층은 지지자로 바꾸고 강경 빈대층은 반대의 강도를 낮추는 정치력의 발휘가 필요하다. 대표 사퇴를 촉구하는 중심 인물들을 개별적으로 만나 설득하는 막후 조정 노력이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설득 대상은 당내 의원들일 수도 있고, 당협 위원장일 수도 있고, 일반 당원일 수도 있다. 한 번 만나 안 되면 두 번 만나고 그래도 안 되면 세 번, 네 번이라도 만나야 한다. 그게 정치다. 하지만 장 대표가 그랬다는 소식은  없다. 


장 대표가 정말로 정치력 있는 정치인이라면 자신의 진퇴를 전체 당원들에게 묻는 신임 투표를 할 수도 있다. 장 대표가 ‘정치 생명을 걸고 신임 투표를 하겠다’고 하고 실행에 옮긴다면 결과는 어찌될지 모른다. 퇴진 대신 유임이라는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 그리 되면 장 대표는 사퇴론을 일거에 가라앉히고 누구도 넘보지 못하는 당대표이자 야권 지도자로 우뚝 설 수 있다. 

 

만에 하나 퇴진이라는 결과가 나오면 그걸 따를 수밖에 없다. 당원 신임을 받지 못했으니 물러나는 게 당연하다. 장 대표로선 말 그대로 정치 생명을 건 일대 결단이다. 제1야당 대표라면 그런 결기가 있어야 한다. 그게 장 대표가 국민의힘, 나아가 보수 세력을 지키는 길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장 대표는 막후 조정을 통해 반대파를 끌어안는 포용력도, 정치 생명을 건 결단력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절윤' 계기 못 살리고 강성 지지층에 연연
 

장 대표는 사퇴 촉구뿐 아니라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관계 설정 문제가 불거졌을 때도 이렇다 할 정치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지난 2월 법원이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내란 혐의를 유죄로 판단하고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1심 선고가 나오면 장 대표가 ‘윤 어게인’ 세력과 거리를 두면서 중도층을 향한 외연 확장에 본격적으로 나설 것이라는 전망도 정치권에서는 있었다. 하지만 장 대표는 거꾸로 갔다. ‘절윤’을 거부했다. 그는 무기징역 선고가 1심 판결임을 강조하면서 “국민의힘은 계엄이 곧 내란은 아니라는 입장을 분명히 해왔다”고 했다. ‘절윤’ 요구에 “우리와 다른 주장을 하는 분들의 목소리 역시 무시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했다. 당 밖의 윤 전 대통령 지지층, 강성 보수층 등을 말하는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강성 지지층은 비상 계엄 선포가 당시 이재명 대표가 이끄는 더불어민주당의 국정 방해를 막기 위한 불가피하고 정당한 조치였다고 믿는다. 그래서 계엄 선포를 지지하고 내란 혐의를 인정하지 않는다. 장 대표가 이런 강성 지지층에게 어느 날 갑자기 ‘절윤’을 호소하고 설득하기는 쉽지 않다. 적절한 계기가 필요하다. 내란 혐의 무기징역 1심 판결은 그 절호의 계기가 될 수 있었다. 장 대표가 진정으로 국민의힘의 살 길을 고민하는 정치인이라면 그 계기를 살려야 했다. 


장 대표가 ‘계엄이 곧 내란은 아니다’라는 것을 강성 지지층 말고 중도층에도 설득할 자신이 있다면 그렇게 나아가는 방법도 있다. 중도층을 향해 ‘계엄이 내란은 아니다’라고 당당히 외치면 된다. 그래서  중도층 마음을 돌려 지지층으로 만들면 된다. 그러나 그런 주장이 중도층에 통하겠는가. 국민들은 무장 병력이 국회 의사당 건물 유리창을 깨뜨리고 진입하는 장면을 아직도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한동훈, 12·3 계엄 때 정치력 발휘 못 해


장 대표가 국민을 감동시킬 만한 정치력을 보여주지 못하는 사이 국민의힘은 내분과 갈등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대표 지지파와 퇴진파, 당권파와 비당권파로 갈려 연일 싸우고 있다. 제1야당다운 역할은 전혀 못하고 있다. 부동산 정책, 주가 급등락, 검찰 보완수사권 폐지, 이 대통령 공소 취소 문제 등으로 현 정권이 민심을 잃어도 국민의힘 지지율은 민주당에 한참 뒤처져 있다. 민심이 국힘의힘을 외면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여기에 가장 큰 책임을 져야 할 사람이 당대표임은 물론이다.

 

그러자 한동훈 의원이 조기에 나서서 당을 이끌어야 한다는 주장도 일각에서 나온다. 그러면 한 의원은  어떤가? 한 의원의 정치력 시험대는 12·3 비상계엄 때였다. 당시 국민의힘 대표였던 한 의원은 즉각  “비상계엄 선포는 위헌, 위법”이라며 “국민과 함께 막겠다”고 했다. 그러면 국민의힘 의원들에게 ‘일제히 국회 본회의장에 들어가서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이 제출한) 계엄 해제 결의안에  찬성 투표를 하자”고 설득하고 촉구했어야 했다. 그러나 한 의원은 그러지 않았다. 국힘 의원들은 대부분 회의에 불출석하고 친한계 의원 등  8명만이 본회의장에 출석해 결의안에 찬성표를 던지고 말았다. 
 

한 의원이 그때  ‘계엄 해제 결의안 찬성’으로 당론을 분명히 정하고 국힘 의원들을 설득해 대다수가 결의안에 찬성표를 던졌다면 어땠을까. 적어도 ‘국힘=내란당’이라는 프레임이 아직까지도 먹혀드는 사태는 막았을 수도 있다. 지금까지도 국힘이 친한계와 친윤계로 나눠 싸우는 사태를 피했을 수 있다. 
 

한 의원이 탄핵 찬성론으로 돌아선 다음에 보여준 정치력도 아쉬웠다. 한 의원은 계엄 선포 다음날인 12월 4일부터  ‘질서 있는 퇴진론’을 제안했다. 탄핵 대신 윤석열의 조속한 자진 사퇴로 문제를 해결하자는 것이었다. 그러나 한 의원은 윤석열이 조기 퇴진을 거부하고 비상 계엄 선포의 정당성을 주장하자 12월 12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탄핵 불가피론을 주장했다. 이어 국힘 의원총회에 들어가 탄핵 찬성 당론 채택을 제안했다. 
 

이때 한 의원이 탄핵 찬성의 정당성을 국힘 친윤계 의원들은 물론이고 국힘의 지지자들을 대상으로 좀 더 감동적이고 강력하게 설득하고 나섰다면 어땠을까. 정치 지도자에게는 결정적인 순간이 있다. 이 순간에 어떠한 정치력과 리더십을 보여주느냐가 정치 지도자로 우뚝 서느냐 마느냐의 결정적 계기가 된다. 국힘이 탄핵 찬성론과 반대론으로 갈라져 통일된 의사결정이 필요한 순간이 한 의원에게 정치력과 리더십을 보여줄 수 있는 결정적 순간이었다. 그러나 한 의원은 통일된 의사결정을 이끌지 못한 채 탄핵 찬성 당론 채택을 ‘제안’하는 데 그치고 말았다. 
 

한 의원이 당대표가 아니고 의원 중 한 명이라면 자기 개인의 입장만 명확히 해도 된다. 그러나 당대표라면 다르다. 당대표는 결정적 순간에 당이 나아갈 길을 제시하고 왜 그 길이 옳은지를 설명하고 설득해야 하는 자리다. 올바른 판단력, 이에 기초한 과감한 결단력, 결단 내용을 납득시킬 수 있는 설득력을 발휘해야 하는 자리다. 


보수 지지층의 적대감 여전
 

한 의원은 비상 계엄 반대와 탄핵 찬성을 자신의 정치 자산으로 여긴다. 중도층에는 통할 수 있다. 그러나 국민의힘 강성 지지층에게는 통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한 의원은 강성 지지층을 향해 왜 탄핵을 찬성해야 했는지, 그게 왜 국민의힘을 살리는 길이었는지를 설명하고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 
 

한 의원은 탄핵안이 가결된 이틀 뒤인 2024년 12월 16일 대표직을 사퇴하면서 말했다. “탄핵으로 마음 아프신 우리 지지자분들께 많이 죄송하다. 탄핵이 아닌 이 나라의 더 나은 길을 찾아보려 백방으로 노력했지만 결국 그러지 못했다. 모두가 제가 부족한 탓이다.” 그는 또 “계엄이 잘못이라고 해서 민주당과 이재명 대표의 폭주,범죄 혐의가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다”고 했다. 한 의원이 이런 겸손하고 낮은 자세와 분명한 메시지로 강성 지치층의 마음을 누그려뜨리는 노력에 힘을 다했다면 상황은 달라졌을 수 있다. 한 의원에 대한 강성 지지층의 적대감과 거부감은 약화되고 국힘의 내부 분열과 불신, 그로 인한 지지율 추락도 상당 부분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결국 장 대표나 한 의원이나 자신은 살아날지 몰라도 당은 살리지 못하고 있다. 비전을 제시하며 결단하고 설득하는 능력도, 막후에서 조정하는 능력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한마디로 정치력 부족이다. 이들이 국민의힘의 대안이 될 수 있을지는 이제와는 다른 정치력을 보여줄 수 있느냐에 달렸다.  

 

◆필자 주요 이력 

▶서울대 정치학과·대학원 정치학 석사 ▶조선일보 논설위원 ▶한국언론진흥재단 미디어본부장 ▶전 원주 한라대 특임교수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댓글0
0 / 300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