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 체중인데도 "난 비만"… 마운자로·위고비 열풍에 오남용 우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정상 체중인 국내 여성 10명 중 약 2명이 스스로를 비만이라고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살 빼는 주사'로 불리며 유행하는 비만 치료제가 정작 체중 감량이 필요 없는 이들에게까지 처방되고 있어 전문가들은 오남용에 따른 부작용을 경고하고 나섰다.

17일 대한비만학회에 따르면 2022~2024년 질병관리청 국민건강영양조사에 참여한 20세 이상 성인 가운데 정상 체중 여성의 18.9%가 스스로를 비만이라고 인식했다. 같은 정상 체중이라도 남성의 인식 비율(4.1%)과 비교하면 4배 이상 높은 수치다. 비만 전 단계 여성의 경우 이 비율이 66.9%까지 치솟았다. 특히 20~30대에서 실제 체중과 자기 인식 간 괴리가 가장 컸다.

이런 인식 왜곡은 비만 치료제 처방 급증과 맞물려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한지아 국민의힘 의원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마운자로는 지난해 8월 국내 출시 이후 올해 5월까지 10개월간 150만 건 넘게 처방된 것으로 집계됐다. 이 중 절반 이상(52.9%)이 20~30대에게 돌아갔다. 앞서 출시된 위고비 역시 같은 기간 누적 처방이 122만 건을 넘었고, 20~30대 비중이 46.4%에 달했다.

문제는 처방 단계의 안전장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의사가 처방 시 중복 투약이나 과다 용량을 실시간으로 점검하는 의약품안전사용서비스(DUR)에서 경고가 뜨더라도, 위고비는 97.2%, 마운자로는 94.2%가 처방을 그대로 유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지아 의원은 "경고가 떠도 90%대가 그대로 처방됐다면 DUR이 현장에서 제 역할을 못 하고 있다는 뜻"이라며 "보건복지부가 비만치료제 DUR 운영체계를 전면 점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비만 치료제는 원래 당뇨병과 고도비만 치료 목적으로 개발됐으나 최근 다이어트 수단으로 각광받으며 젊은 층에서 불필요한 처방이 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대한비만학회 관계자는 "정상 체중인 사람이 미용 목적으로 사용할 경우 근육량 감소, 위장 장애, 담석증 등 부작용 위험이 이득보다 클 수 있다"며 "특히 청소년과 젊은 여성의 오남용을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위고비, 마운자로 등 비만 치료제를 '오남용 우려 의약품'으로 지정하는 개정안을 고시할 예정이다. 식약처는 최근 GLP-1 비만 치료제에 대한 오남용 우려가 높아짐에 따라 '오남용 우려 의약품 지정에 관한 규정' 개정안을 이르면 이달 중 고시할 계획이다.

해당 치료제들이 오남용 우려 의약품으로 지정되는 경우, 정부가 '의약분업 예외지역'으로 지정한 개설 약국에서도 의사의 처방전에 의해서만 판매가 가능하다. 용기나 포장, 첨부문서에는 '오남용 우려 의약품'이라는 문자를 표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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