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간을 사흘에서 열흘로 늘린 2026 화천토마토축제가 관광객 5만8000여 명을 기록하며 지난 9일 막을 내렸다. 지난해 발표된 12만 명의 절반 수준이지만, 화천군이 올해부터 중복과 허수를 제외한 새로운 집계 방식을 적용한 결과다. 장소 이전에 따른 주차난 완화와 물놀이 시설 확대, 지역상품권 도입은 성과로 꼽혔고 대표 먹거리와 평일 콘텐츠 강화는 과제로 남았다.
축제가 끝난 다음 날인 10일 오후 5시30분께 강원 화천군 사내면 사내체육공원과 사내천 일원은 철거 작업이 한창이었다. 열흘간 관광객들의 웃음과 함성으로 가득했던 사내천에는 물소리만 이어졌다. 대형 그늘막은 바람에 펄럭였고 인공폭포와 분수는 멈췄다. 축제장 상공에 떠 있던 애드벌룬도 철거된 뒤였다.
토마토 판매장에는 빈 상자와 ‘토마토 택배 접수’ 현수막만 남았다. 풀장에서는 물을 빼고 있었고 화물차들은 행사 장비를 실어 날랐다. 종합상황실과 중앙무대 주변에서도 작업자들이 책상과 의자, 천막을 옮기느라 분주했다.
‘황금반지를 찾아라’ 행사장도 모습을 감추고 있었다. 오후 6시가 지나 해가 서쪽 산 아래로 기울자 붉게 물든 구름이 철거 중인 축제장 위로 번졌다. 열흘간 이어진 뜨거운 축제의 흔적도 하나둘 사라지고 있었다.
10일 화천군에 따르면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9일까지 사내체육공원과 사내천 일원에서 열린 축제에는 관광객 5만8000여 명이 찾은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화천군은 지난해 8월 1일부터 3일까지 사흘간 열린 축제에 약 12만 명이 방문했다고 발표했다. 이 가운데 외국인 관광객은 1800여 명이었다.
올해 축제 기간은 세 배 이상 늘었지만 발표된 방문객은 지난해보다 6만2000여 명 적다. 그러나 두 수치를 같은 기준으로 직접 비교할 수는 없다. 화천군은 올해부터 축제와 스포츠대회 방문객을 집계할 때 중복 인원과 허수를 최대한 제외하고 실제 방문객에 가깝게 산정하는 방식을 도입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지난해 12만 명과 올해 5만8000여 명의 차이를 방문객 감소로 단정하기 어렵다. 다만 새로운 집계 방식의 조사 지점과 시간대별 중복 제외 기준 등을 공개해야 수치의 객관성과 연도별 비교 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다.
올해 축제는 민선 9기 출범 이후 처음 열린 화천군 대표 행사다. 2003년 시작된 축제의 개최 기간을 기존 사흘에서 열흘로 늘리고, 행사장도 사창리 문화마을 일대에서 공간이 넓은 사내체육공원으로 옮겼다.
장소 이전 효과는 뚜렷했다. 넓어진 행사장과 주차 공간으로 예년의 극심한 주차난과 보행 불편이 상당 부분 줄었다. 사내천을 활용한 계곡형 물놀이장과 대형 그늘막, 무더위 쉼터도 폭염 속 가족 단위 관광객들의 발길을 붙잡았다.
동두천에서 가족과 함께 삼일계곡을 찾았다가 축제에 참여한 윤창섭씨는 “축제장이 붐비지 않아 여유롭게 즐길 수 있어 좋았다”며 “폭염에도 짜증스럽지 않은 편안한 축제 분위기가 마음에 들었다”고 말했다.
‘황금반지를 찾아라’를 비롯해 양떼목장과 목공예, 안전체험 등 가족 단위 프로그램도 운영됐다. 군 장비 전시장에서는 전투복 착용과 사격, 지뢰 탐지 등 직접 참여하는 체험을 선보였다.
평일 방문 수요도 확인됐다. 지난 5일에는 평일인데도 2800여 명이 축제장을 찾은 것으로 집계됐다. 주말 중심의 단기 축제에서 벗어나 여름 휴가철 피서형 축제로 발전할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평가다.
지역 봉사단체들의 참여도 축제 운영에 힘을 보탰다. 주민들은 관광객이 입장하기 전인 이른 새벽부터 행사장 청소와 주변 정비에 나섰다. 사내면 새마을회 관계자는 “지역 봉사단체들이 과거와 달리 축제장 청소와 주변 정리에 이른 새벽부터 적극적으로 동참했다”며 “축제를 통한 지역 상생을 위해 모두가 열심히 힘을 보탰다”고 말했다.
지역경제와 연결하는 방식도 달라졌다. 화천군은 올해 처음 ‘황금반지를 찾아라’ 참가비로 3000원을 받고 같은 금액의 화천사랑상품권을 지급했다. 관광객의 부담을 줄이면서 축제장 소비가 사창리 음식점과 상점으로 이어지도록 한 것이다.
축제장 테이블에는 번호를 부여해 사창리 음식점의 배달 주문이 가능하도록 했다. 화천산 토마토와 옥수수, 쌀, 가공식품 등 농특산물 판매 품목도 30여 개로 늘렸다. 화천군은 축제 기간 바가지요금과 관련한 신고가 한 건도 접수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먹거리 부문에서는 성과와 한계가 함께 나타났다. 토마토 아이스크림과 셔벗, 에이드, 음료 등이 선보였고 ‘천인의 식탁’에서는 토마토 파스타가 제공됐다. 그러나 축제 기간 언제든 식사나 간식으로 맛볼 수 있는 화천만의 대표 토마토 음식은 부족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지역 농축산물과 토마토를 접목하고 주민과 음식 장인이 참여하는 특화 음식 개발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열흘로 늘어난 일정에 걸맞은 평일 콘텐츠도 보강해야 한다. 관심이 황금반지 행사와 주말 공연에 집중된 만큼 대표 행사가 없는 평일과 시간대에도 관광객을 머물게 할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축제의 경제적 성과 역시 방문객 수만으로 판단하기 어렵다. 화천사랑상품권 지급·사용액과 농특산물 판매액, 사창리 상권 매출, 숙박 이용객과 체류시간을 함께 분석해야 열흘 축제가 지역소득으로 얼마나 이어졌는지 확인할 수 있다. 화천군은 올해 축제 결과를 분석해 내년에는 먹거리와 즐길거리, 볼거리를 전반적으로 보완할 방침이다.
김세훈 화천군수는 “열흘간 화천토마토축제장을 찾아주신 모든 분들에게 화천군민을 대표해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며 “내년에는 더 신나는 축제, 더 맛있는 축제, 더 시원한 축제로 돌아올 것을 약속드린다”고 말했다.
올해 축제는 방문객 숫자의 외형보다 정확한 집계와 지역상품권, 주민 참여를 통한 내실에 무게를 뒀다. 이제 남은 과제는 5만8000여 명의 방문이 농가와 상인의 소득, 관광객의 숙박과 재방문으로 얼마나 이어졌는지를 객관적인 결산자료로 입증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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