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정의 메디컬로드] '펫휴머니제이션' 확산… 제약사, 55조 펫 의약품 시장 정조준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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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을 가족처럼 여기는 '펫휴머니제이션(Pet Humanization)' 문화가 확산되면서 펫 헬스케어 시장이 사료·간식 중심에서 의약품 영역으로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단순한 영양 관리 수준을 넘어 만성질환 치료와 예방까지 요구되면서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동물용 의약품' 시장에 투자하고 있다.

4일 시장조사업체 포춘비즈니스인사이트에 따르면 글로벌 반려동물 의약품 시장은 지난해 213억8000만 달러(약 30조원) 규모에서 연 평균 6%대 성장하며 2034년 388억7000만 달러(약 55조원)까지 성장할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반려동물의 고령화와 만성질환 증가가 시장 확대를 견인하는 핵심 요인으로 보고 있다.

국내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반려동물 양육 가구가 빠르게 늘고 동물 의료비 지출에 대한 부담을 감수하는 '프리미엄 소비'가 대중화되면서 제약사들이 잇따라 관련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특히 당뇨, 피부질환, 간질환 등 장기 치료가 필요한 만성질환 중심으로 연구개발(R&D)이 집중되는 추세다.

주요 제약사도 발 빠르게 시장에 뛰어들었다. 대웅제약 계열사인 대웅펫은 사람용 의약품 성분을 활용한 동물용 치료제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대표적으로 간 기능 개선제로 널리 쓰이는 '우루사'의 주성분인 우르소데옥시콜산(UDCA)을 기반으로 한 반려동물용 간질환 치료제 'UDCA 정'을 출시해 시장에 안착시켰다. 사람용 의약품에서 검증된 성분을 활용해 개발 기간과 리스크를 줄이는 전략이다.

HK이노엔도 동물용 의약품 포트폴리오 확대에 나섰다. 회사는 최근 반려견 아토피 피부염 치료제에 대한 품목허가를 신청했다. 반려동물 피부질환은 보호자 방문 빈도가 높은 대표적 만성질환으로 치료제 시장 성장성이 높은 분야로 꼽힌다. 업계 관계자는 "반려동물 피부질환은 재발이 잦고 장기 관리가 필요해 의약품 수요가 꾸준하다"고 설명했다.

유한양행은 반려견 인지기능장애증후군 치료제 '제다큐어'를 시작으로 반려동물 의약품 사업에 본격 진출했다. 이후 반려견 관절주사 '애니콘주'와 면역항암제 '박스루킨-15' 판매·유통까지 영역을 넓히고 있다. 아울러 관련 기업 지분 투자와 사료·브랜드 사업까지 더하면서 반려동물 헬스케어 전반으로 포트폴리오를 확장하고 있다.

일동제약은 반려동물용 프로바이오틱스와 관절 건강 제품을 묶은 '일동펫 시리즈'를 출시하며 펫 시장에 뛰어들었다. 사람용 제품 개발 경험을 바탕으로 반려동물용 건강관리 제품군으로 시장을 키우는 전략이 주목된다.

이처럼 제약사들이 펫 시장에 적극적으로 뛰어드는 배경에는 '사람과 동일한 치료 수준'을 요구하는 보호자 인식 변화가 자리한다. 과거에는 예방접종이나 기본 치료에 그쳤다면 최근에는 항암제·면역질환 치료제 등 고난도 의약품에 대한 수요도 증가하는 추세다. 일부 글로벌 기업들은 이미 반려동물 전용 항암제와 생물학적 제제 개발에 나서며 시장을 선점하고 있다.

시장에선 이같은 흐름에 유통 구조 역시 변화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기존에는 동물병원 중심으로 제한적으로 판매되던 의약품이 점차 온라인 플랫폼과 전문 유통 채널로 확대되는 흐름이다. 여기에 펫보험 시장 성장까지 맞물리면서 치료 접근성이 높아지고 의약품 수요 확대를 뒷받침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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