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과 반도체 업황을 둘러싼 우려가 불식되고 외국인과 기관의 기록적인 매수세가 몰리면서 코스피가 역대 최대 상승률과 상승폭을 동시에 갈아치우는 역사적인 폭등장을 보였다. 지난 사흘간 이어진 폭락세를 단숨에 만회하는 반등세다.
3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1001.89포인트(17.91%) 폭등한 6595.45에 거래를 마쳤다. 하루 동안 지수가 1000포인트 이상 뛰어오른 것은 국내 증시 개장 이래 처음 있는 일이다. 장중에는 6630.77까지 치솟으면서 상승률이 18.54%에 달하기도 했다.
이는 종전 역대 최고 기록들을 일제히 뛰어넘는 수치다. 기존 상승률 최고 기록은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10월 30일의 11.95%였으며, 상승폭 최고 기록은 지난달 9일 기록한 612.52포인트였다. 코스닥 지수 역시 전장 대비 74.98포인트(11.63%) 폭등한 719.76에 마감하며 700선을 단숨에 탈환했다.
이날 한국 증시의 대폭등을 이끈 결정적 동력은 간밤 뉴욕증시에서 들려온 빅테크 기업들의 호실적과 AI 투자 확대 소식이었다. 미국 6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가 시장 예상치에 부합하면서 안도감을 준 가운데 마이크로소프트와 아마존이 클라우드 실적 호조 및 자본적지출(CapEx) 확대 방침을 재확인하면서 AI 투자 회의론을 일시에 잠재웠다. 이에 힘입어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가 8.19% 급등하고 마이크론(18.4%), 샌디스크(26.0%) 등 미국 주요 반도체주가 일제히 폭등했다.
해외발 호재에 힘입어 전장 대비 64.23포인트(1.15%) 오른 5657.79로 출발한 코스피는 개장 직후부터 거센 반발 매수세가 쏟아졌다. 지수가 폭등세를 타자 개장 불과 6분 만에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 시장 모두에 프로그램 매매를 일시 중단시키는 매수 사이드카가 동시 발동됐다.
시장의 폭등은 단연 반도체 대장주와 시가총액 상위 종목들이 주도했다. 삼성전자는 전 거래일 대비 26.81%(5만5500원) 오른 26만2500원에 마감하며 글로벌 시가총액 1조 달러 자리를 되찾았다. SK하이닉스는 29.95%(39만6000원) 폭등한 171만8000원에 거래를 마치며 상한가를 기록했다. 시가총액 상위 5개 종목 가운데 SK하이닉스를 비롯해 삼성전기(29.92%), SK스퀘어(29.91%) 등 3개 종목이 일제히 가격제한폭(상한가)까지 치솟기도 했다.
수급 측면에서는 외국인과 기관 투자자가 합산 10조억원가량을 순매수하며 폭등장을 견인했다.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만 8조6355억원을 싹쓸이하면서 사상 최대 일일 순매수 기록을 경신했고 기관도 1조6774억원을 순매수했다. 반면 단기 급등을 활용한 개인 투자자들은 10조5017억원 넘게 순매도하면서 차익 실현 매물을 쏟아냈다. 이날 거래대금은 48조9092억원으로 폭발적인 거래량을 동반했다.
증권가에서는 글로벌 헤지펀드들의 레버리지 청산(디레버리징) 과열 양상이 일단락되면서 증시가 펀더멘털로 시선을 옮기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미국 대형 헤지펀드 시추에이셔널 어웨어니스 캐피털의 마진콜 포지션을 시타델이 인수하는 등 수급 악재가 해소된 점도 호재로 작용했다.
강진혁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빅테크의 호실적으로 AI 투자 확대 기조가 재확인되고 글로벌 반도체주의 디레버리징이 막바지에 접어들었다는 인식이 확산됐다"며 "메모리와 AI 관련주를 중심으로 낮은 밸류에이션이 부각되면서 대규모 외국인 자금이 유입됐다"고 설명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 역시 "아마존과 MS의 CapEx 확대 방침으로 AI 투자 사이클 우려가 완화됐다"면서도 "다만 하루 만에 17% 이상 폭등한 만큼 단기 급등에 따른 차익실현 매물 출회와 변동성 확대에는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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