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 AI도 막연한 '공채' 아닌 목적에 맞는 '수시채용'으로

 
황인호 바운드포㈜ 대표이사
황인호 바운드포㈜ 대표이사

2019년 현대자동차그룹이 정기 공채를 폐지하고 수시채용으로 전환했다. 범용 인재를 대규모로 뽑아 나중에 배치하던 시대에서, 필요한 직무에 즉시 투입할 인재를 뽑는 시대로 넘어간 것이다. 이제 기업 채용의 핵심 기준은 ‘몇 명을 뽑을 것인가’가 아니라 ‘무슨 일을 맡길 것인가’가 되었다.

‘미래 IT 부서는 AI 에이전트를 채용하고 관리하는 HR 부서처럼 될 것(In the future, IT departments will be like HR departments for AI agents).’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의 이 말처럼 이제 AI는 기업의 새로운 ‘디지털 구성원’이 되고 있다. 하지만 정작 AI를 도입하는 방식은 여전히 과거의 막연한 ‘공채’에 머물러 있다. 어떤 역할을 맡길지, 어떤 성과를 기대할지 정하지 않은 채 우선 범용 AI부터 도입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배경에는 AI 경쟁에서 뒤처질지 모른다는 포모(FOMO·Fear of Missing Out) 심리가 있다. 경쟁사가 AI를 도입했다는 소식에 불안감을 느끼고, 정작 AI가 맡을 과업은 정하지 않은 채 시스템부터 들여오는 것이다. 직무기술서도, 온보딩 매뉴얼도 없이 신입사원에게 영업부터 재무, 고객 응대, 임원급 의사결정까지 모두 알아서 해내길 기대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최근에는 이런 분위기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AI 사용량을 곧 생산성으로 여기며 무조건 많이 쓰고 보자는 토큰맥싱(Tokenmaxxing·토큰 소비 극대화) 열풍이 지나고, 억 단위 AI 비용을 경험한 기업들이 늘어나면서 섣부른 도입을 피한 기업들이 오히려 안도하는 조모(JOMO·Joy of Missing Out)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이제 기업들은 토큰 사용량 자체가 성과가 아니라는 사실을 체감하고 있다. 토큰은 결국 원가이자 AI의 근무시간이다. 수십만 토큰을 들여 아무도 읽지 않는 보고서를 만드는 것보다, 적은 토큰으로 고객 문의 한 건을 정확하게 해결하거나 반복 업무를 자동화하는 편이 훨씬 높은 가치를 만든다. 중요한 것은 얼마나 많이 사용하는지가 아니라, 얼마나 효율적으로 활용해 실제 비즈니스 성과를 만들어내느냐다.

결국 AI 수시채용을 가능하게 하는 핵심은 명확한 ‘직무기술서’와 현장 베테랑들의 ‘암묵지(暗默知)’에 있다. 사내 문서를 무작정 쏟아붓는 저장소를 만든다고 AI가 곧바로 일 잘하는 직원이 되지는 않는다. 텍스트로 적힌 규정 넘어, 현장 숙련공이 오랜 경험으로 터득한 불량 판정의 미묘한 감각, 고객을 응대하는 순서와 판단 기준, 예외 상황에서의 대응 이유처럼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암묵지가 AI의 진짜 경쟁력이 된다. 결국 AI 수시채용의 성패는 단순히 데이터를 얼마나 많이 모았느냐가 아니라, 업무 맥락이 담긴 암묵지를 얼마나 정교하게 데이터화했느냐에 달려 있다.

이는 화면 안에서 일하는 AI 에이전트와 현장에서 움직이는 피지컬 AI 모두에 동일하게 적용된다. 로봇 팔이 정해진 궤적을 반복하는 기계적 ‘작동’과, 제품 상태를 스스로 확인해 불량을 분류하고 다음 행동을 결정하는 ‘행동’은 전혀 다른 차원의 일이다. 사람 역시 매뉴얼만 읽는다고 베테랑이 되지 않듯, AI도 현장의 경험과 판단 기준을 학습해야 실제 업무를 끝까지 수행할 수 있다. 베테랑의 암묵지를 이식받은 AI라야 그럴듯한 답변을 제시하는 수준을 넘어, 사람의 업무를 실제로 대신 끝내는 행동을 수행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완벽한 거버넌스를 먼저 만들겠다는 접근도 경계할 필요가 있다. AI 거버넌스는 책상 위에서 완성되는 규정집이 아니라, 구체적인 업무에 AI를 투입해 암묵지를 적용하고 성과와 위험을 반복적으로 검증하며 발전시키는 운영 체계에 가깝다. 작은 과업부터 시작해 성공 사례를 축적하고 적용 범위를 넓혀가는 것이 현실적인 AI 도입 전략이다.

이제 AI 도입의 질문은 ‘얼마나 뛰어난 AI를 만들 것인가’에서 ‘어떤 과업에 투입해야 가장 높은 투자 대비 수익(ROI·Return on Investment)을 만들어낼 것인가’로 바뀌어야 한다. 엔지니어링 성능이 비즈니스 성과로 번역되지 않는다면 좋은 투자라고 보기 어렵다. 막연한 포모에 휩쓸려 범용 AI를 들여오는 시대는 지나가고 있다. 사람을 수시채용하듯 AI도 직무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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