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中, 설계부터 장비까지 잇는다…국내 증시 덮친 '반도체 자립' 공포

  • 중국 국유 지원 업체, 침지형 DUV 생산 착수…SMIC·CXMT 등에 공급

  • 노광장비까지 국산화 땐 설계·장비·생산 잇는 독자 공급망 구축

  • ASML 대비 성능·신뢰성 격차 여전…실제 양산 투입 여부가 관건

중국 동부 안후이성 허페이에 위치한 창신 메모리 테크놀로지CXMT 본사사진AFP 연합뉴스
중국 동부 안후이성 허페이에 위치한 창신 메모리 테크놀로지(CXMT) 본사.[사진=AFP 연합뉴스]
중국의 반도체 장비 국산화 우려가 국내 증시를 파랗게 물들였다. 중국 최대 D램 업체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의 상장 흥행에 이어 반도체 생산 핵심 장비인 노광장비까지 중국이 자체 생산하기 시작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다.
 
28일 장중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각각 최대 13.4%, 14% 급락했다. 코스피도 한때 9% 넘게 밀렸다. 미국 반도체주 약세에 중국 업체와의 경쟁이 거세질 수 있다는 우려가 겹치면서 투자심리가 얼어붙었다.
 
로이터통신은 이날 반도체주 급락 배경으로 인공지능(AI) 투자 자금 조달 우려와 중국의 기술 발전, 중국 업체와의 경쟁 심화를 꼽았다.
 
미국 정보기술 전문매체 디인포메이션에 따르면 중국 정부 지원을 받는 상하이 소재 업체는 자체 개발한 침지형 심자외선(DUV) 노광장비를 생산하기 시작했다.
 
이 업체는 올해 약 5대를 생산해 중국 최대 반도체 위탁생산 업체 중신궈지(SMIC)와 화훙반도체, CXMT 등에 공급할 것으로 전해졌다. 2027년 생산 목표는 약 20대다. 업체 이름은 공개되지 않았다.
 
노광장비는 빛을 이용해 반도체 원판인 웨이퍼 위에 미세한 회로를 새기는 핵심 설비다. 네덜란드 ASML이 최첨단 극자외선(EUV) 장비를 독점 공급하고 있으며 침지형 DUV 시장도 주도하고 있다.
 
중국산 DUV가 당장 ASML 제품을 대체할 수준은 아니다. 디인포메이션은 “중국산 장비가 성능과 신뢰성에서 ASML 제품에 뒤처지며 실제 생산라인에 투입하기 전에 추가 시험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한 것은 노광장비가 그간 중국 반도체 공급망의 최대 약점으로 꼽혀왔기 때문이다. 중국은 이미 식각과 증착, 세정, 열처리 등 여러 공정에서 자국산 장비 사용을 확대하고 있다.
 
노광장비까지 일정 수준의 성능을 확보하면 미국 수출 규제에 따른 장비 조달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중국이 반도체 설계부터 장비와 소재, 생산, 메모리, 완제품까지 자국 안에서 연결하는 이른바 ‘반도체 풀스택’ 구축에 한 걸음 더 다가가게 되는 셈이다.
 
설계는 화웨이 자회사 하이실리콘, 생산은 SMIC와 화훙반도체, 메모리는 CXMT와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YMTC)가 각각 맡고 있다. 여기에 중국산 노광장비가 더해지면 중국 기업이 설계한 반도체를 자국 장비로 생산해 스마트폰과 서버, AI 서비스에 사용하는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다.
 
김석환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로이터에 “시장 우려는 CXMT의 현재 실적보다 상장 이후 생산능력과 기술 개발을 확대해 한국 업체와 경쟁할 가능성에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장비업체에는 이중 부담이 될 수 있다. 중국 업체들이 자국산 장비 사용을 늘리면 국내 업체의 중국 시장 입지가 좁아질 수 있다. CXMT와 YMTC의 생산 확대가 메모리 가격 하락으로 이어지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설비투자 속도를 조절할 가능성도 있다.
 
다만 아직 중국이 반도체 풀스택을 완성했다고 판단하기에는 이르다. 중국산 DUV는 성능과 수율, 신뢰성이 검증되지 않았다. EUV 장비와 반도체 설계용 소프트웨어, 첨단 소재, 정밀 검사장비 등에서도 기술 격차가 남아 있다.
 
향후 중국 장비 국산화의 위협 수준은 중국산 DUV가 실제 생산라인에서 필요한 처리 속도와 수율을 확보하느냐에 따라 갈릴 전망이다.
 
산딥 데슈판데 JP모건 애널리스트는 미 투자전문지 배런스에 “(중국산 DUV 생산 소식에 따른 반도체 장비주 급락이) 과도해 보이지만, 이번 소식은 중국의 AI 반도체 자립 구상이 구체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ASML의 중국 매출에 대한 장기 위험을 높인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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