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손꼽히게 메마른 나라, 투르크메니스탄의 정부 대표단이 사흘간 한국의 물 관리 현장을 둘러봤다. 물산업을 중앙아시아 수출 산업으로 키우려는 한국 정부가 마련한 자리다.
외교부와 기후에너지환경부는 21일부터 23일까지 서울에서 투르크메니스탄 정부 대표단을 초청해 한-투르크메니스탄 물산업 협력 초청행사를 열었다고 밝혔다. 대표단에는 수자원 정책과 사업을 총괄하는 수자원위원회를 비롯해 외교부, 기술·설계를 맡는 수자원 설계연구소 관계자들이 참여했다.
두 나라의 조합은 낯설어 보이지만 들여다보면 아귀가 맞는다. 투르크메니스탄은 국토의 8할이 사막이다. 세계 최대급 모래사막인 카라쿰이 나라를 덮고 있고, 물은 이웃 나라들과 나눠 쓰는 아무다리야강 하나에 사실상 기대고 있다. 소련 시절 건설된 카라쿰 운하가 그 물을 1,300km 넘게 실어 나르는데, 흙바닥 운하 특성상 스며들고 증발해 사라지는 양이 상당하다. 기후변화는 이 사정을 더 조이고 있다. 이런 나라에 운하를 모니터링하고 손실을 줄이고 물을 정화하는 기술은 남의 일이 아니다.
한국이 지난 20년간 쌓아 온 것이 바로 그 기술이다. 한국수자원공사 (K-water)는 통합운영센터에서 전국 물 시스템을 디지털로 관리하고, AI 정수와 스마트 계량, 원격 모니터링까지 영역을 넓혀 왔다. 대표단이 둘러본 곳도 그 간판들이다. K-water 통합운영센터, 화성AI정수장, 한강과 서해를 잇는 경인아라뱃길을 차례로 찾아 한국의 디지털 물관리와 운영체계를 살폈다. 운하 모니터링과 수질 처리 기술을 보유한 국내 기업도 방문해 기술 적용 사례를 확인하고 협력 가능성을 논의했다.
이번 행사는 지난해 정부가 처음 추진한 민관협력 방식의 한-투르크메니스탄 물산업 협력사절단의 후속 사업이다. 지난해 사절단 파견으로 물 분야 협력 가능성을 확인했고, 이를 구체적인 협력으로 잇기 위해 이번 초청을 마련했다는 것이 양 부처의 설명이다.
시야는 투르크메니스탄 한 나라에 머물지 않는다. 이번 행사는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타지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우즈베키스탄 등 중앙아시아 5개국 정부 관계자가 참여하는 한-중앙아 스마트 물관리 초청 연수와 연계해 진행됐다. 중앙아시아는 물이 부족한 데다 강 상류와 하류 나라 사이의 갈등이 끊이지 않는 지역이다. 행사 기간 5개국이 참여하는 한-중앙아 물산업 협력 다자간담회와 각국의 물관리 정책·현안을 공유하는 물산업 협력세미나가 열렸고, 국내 물기업과 중앙아 정부기관을 잇는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도 마련됐다.
김호은 기후에너지환경부 물이용정책관은 "그간 중앙아시아 국가들과 쌓아온 협력이 이제는 국내 우수 기자재 납품, 시설 구축 등 실질적인 성과로 가시화되고 있다"며 "앞으로도 우리 물기업들의 해외진출 지원에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외교 일정도 이어진다. 오는 9월에는 한-중앙아 정상회의가 열릴 예정이다. 견종호 외교부 기후변화대사는 다자간담회 개회사에서 국가 간 수자원정책과 물관리 경험을 공유하고 공동의 해결방안을 찾는 협력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며, 이번 논의가 정상회의에서 협력이 더 깊어지는 의미 있는 성과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양 부처는 이번 행사가 투르크메니스탄과의 물 분야 협력을 심화하는 것은 물론 중앙아시아 국가들과의 정책협력과 네트워크를 넓히는 데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앞으로도 정부 간 협력을 바탕으로 물기업의 해외 진출을 지원하고 실질적인 협력사업을 발굴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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