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사설│기본·원칙·상식] 호르무즈 이어 홍해까지 위협…경제 비상계획 서둘러라

중동 전쟁이 또 한 번 위험한 고비를 맞았다. 이란이 요르단 내 미군 기지를 미사일과 무인기로 직접 공격해 미군 2명이 숨지고 1명이 실종됐다. 미국은 즉각 이란 혁명수비대를 겨냥한 보복 공습에 나섰다. 이란은 호르무즈해협뿐 아니라 친이란계 후티 반군을 앞세워 홍해의 관문인 바브엘만데브 해협까지 위협할 수 있다는 경고를 보내고 있다. 제한적 충돌을 넘어 중동 전역과 주요 해상 수송로로 전선이 확대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워졌다.

호르무즈해협과 홍해는 세계 경제를 지탱하는 양대 동맥이다. 호르무즈는 중동산 원유와 액화천연가스의 핵심 통로이고, 홍해와 수에즈운하는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최단 항로다. 두 항로가 동시에 막히거나 운항 위험이 커지면 국제유가와 천연가스 가격, 해상운임, 보험료가 한꺼번에 뛸 수밖에 없다. 선박이 아프리카 희망봉으로 우회하면 운송 기간과 비용도 크게 늘어난다. 에너지 위기가 물류와 원자재, 식량 가격 상승으로 번지는 복합 충격이 닥칠 수 있다는 의미다.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한국에는 더욱 엄중한 사태다. 중동산 원유와 가스를 실은 선박의 운항이 차질을 빚으면 정유·석유화학은 물론 발전과 철강, 자동차, 항공·해운까지 연쇄적으로 영향을 받는다. 유가와 운임 상승은 기업의 생산비를 높이고 소비자물가를 밀어 올린다. 고환율과 고금리로 이미 어려움을 겪는 가계와 기업에 중동발 비용 충격까지 더해지면 내수와 투자 회복도 흔들릴 수 있다.

더구나 한국은행은 물가 불안을 이유로 지난 16일 기준금리를 2.75%로 올렸다. 중동 사태가 장기화해 국제유가와 환율이 다시 뛰면 추가 금리 인상 압력도 커진다. 경기 방어를 위해 재정을 풀어야 하지만 물가 때문에 통화정책은 긴축해야 하는 정책 충돌이 더욱 심해질 수 있다. 전쟁이 먼 나라의 외교·안보 문제가 아니라 한국 경제의 성장률과 물가, 금리, 민생을 좌우할 직접적인 위험이 된 것이다.

정부는 낙관적인 시나리오에 기대서는 안 된다. 호르무즈와 홍해의 정상 운항, 부분 봉쇄, 동시 봉쇄로 상황을 나눠 에너지와 물류 비상계획을 즉각 점검해야 한다. 원유·가스 비축 물량과 실제 방출 가능 시점, 대체 수입선, 우회 항로, 선박 확보 상황을 기업과 함께 확인해야 한다. 해운사와 수출 중소기업에 대한 운임·보험료 지원책도 미리 준비할 필요가 있다.

금융시장 방어망도 서둘러야 한다. 유가 급등과 위험회피 심리가 맞물리면 원화 가치 하락과 외국인 자금 이탈, 채권금리 상승이 동시에 나타날 수 있다. 외화 유동성을 면밀히 관리하고 관계 기관 간 시장안정조치를 즉시 가동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유류세와 에너지 요금 조정, 취약계층 지원도 사후 처방이 아니라 단계별 대응 기준을 사전에 마련해야 한다.

단기 대책만으로는 부족하다. 중동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원유·가스 도입선 다변화, 재생에너지와 원전 확대, 국가 비축 능력 확충을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 추진해야 한다. 핵심 원자재 공급망과 수출 항로를 여러 갈래로 분산하는 작업도 더 늦출 수 없다.

중동 정세는 이제 예측의 영역을 벗어나고 있다. 정부가 해야 할 일은 전쟁의 향방을 점치는 것이 아니라 최악의 상황에서도 경제가 멈추지 않도록 대비하는 것이다. 호르무즈에 이어 홍해까지 흔들리는 지금, 경제안보 비상체계를 가동해야 할 때다.

 

호르무즈 해협 인근의 화물선들 시진AFP 연합뉴스
호르무즈 해협 인근의 화물선들 [시진=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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