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쉬운 재무제표] "감가상각비 때문에 영업이익이 줄었다"…돈은 안 나가는데 왜 비용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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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챗GPT 생성 이미지]

감가상각비 증가로 영업손실이 확대됐다. 기업 실적 기사에서 종종 등장하는 표현입니다. 그런데 감가상각비는 일반적인 비용과는 조금 다릅니다. 기업이 그 시점에 새롭게 돈을 지출하는 것이 아니라 과거에 이미 지급한 투자금이 회계상 비용으로 인식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새로운 현금 유출도 없는데 왜 영업이익은 줄어드는 걸까요?
 
창업 때 마련한 에스프레소 기계 값…일정 기간 나눠 계산

카페를 창업하는 상황을 가정해보겠습니다. 사장은 개업을 준비하며 1억원짜리 에스프레소 머신을 구입합니다. 이때 현금 1억원은 구매와 동시에 지급됩니다. 하지만 회계에서는 이 1억원을 첫해 비용으로 모두 처리하지 않습니다. 커피머신은 하루 쓰고 버리는 물건이 아니라 앞으로 10년 동안 카페 영업에 사용되며 매출을 만들어낼 자산이기 때문입니다.

만약 첫해에 1억원 전부를 비용으로 처리한다면 첫해에는 큰 적자가 발생하고, 이후 9년 동안은 기계를 계속 사용하면서도 관련 비용이 거의 없는 재무제표가 만들어집니다. 이 경우 실제 경영 성과보다 실적 변동이 과장돼 보일 수 있기 때문에 회계에서 해당 자산을 10년 동안 사용할 것으로 예상하고 매년 1000만원씩 비용으로 나눠 인식하게 됩니다. 이를 감가상각비라고 합니다.
 
영업비용에 포함되기 때문에 이익 감소 요인으로 반영

실적 기사에 활용되는 손익계산서는 현금이 언제 실제로 오가고 나갔는지를 보여주는 지표가 아닙니다. 해당 기간에 얼마의 수익을 올렸고, 그 수익을 얻기 위해 얼마의 비용을 사용했는지를 보여주는 재무제표죠. 감가상각비는 비현금성 비용이지만 영업비용에 포함되기 때문에 영업이익을 감소시키는 요인으로 반영됩니다. 다시 말해 현금은 과거에 이미 지급됐지만 회계상 비용은 현재 인식되기 때문에 영업이익은 줄게 됩니다.

기업 사례를 살펴볼까요. 이동통신사들은 전국에 기지국과 광케이블을 구축하기 위해 매년 막대한 설비투자(CapEx)를 집행합니다. 투자금은 통신망을 구축하는 시점에 대부분 지급되지만 해당 설비를 사용하는 기간 동안 감가상각비가 영업비용으로 반영됩니다. 이용자들이 통신망을 사용하는 동안 설비의 가치도 조금씩 소모된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플랫폼 기업이나 소프트웨어 기업은 공장이나 생산설비 등 유형자산이 상대적으로 적어 감가상각비 부담이 크지 않은 편입니다. 같은 영업이익이라도 업종별 특성을 함께 살펴봐야 하는 이유입니다.

이 때문에 애널리스트들은 영업이익뿐 아니라 EBITDA(상각전 영업이익)도 함께 살펴봅니다. EBITDA는 감가상각비와 무형자산상각비의 영향을 제외한 지표로, 기업의 현금창출력이나 본업의 수익성을 비교할 때 자주 활용됩니다.
 
감가상각비 늘어도 투자 효과 크다면 이익 증가 가능

신한투자증권은 최근 리포트에서 "대규모 리뉴얼 투자에 따른 감가상각비 증가에도 불구하고 매출 증가에 따른 레버리지 효과로 영업이익은 3개 분기 연속 증가하고 있다"며 신세계에 대한 목표주가를 83만원으로 상향했습니다.

1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신세계의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감가상각비는 1197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2.7% 증가했습니다. 반면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1323억원에서 1978억원으로 49.5% 늘어 감가상각비 증가 폭을 크게 웃돌았습니다. 감가상각비가 늘더라도 매출 증가와 비용 효율화 등으로 이를 상회하는 영업성과를 거두면 영업이익은 오히려 증가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LS증권은 삼성SDI에 대해 "배터리 산업의 높은 CapEx와 이에 따른 감가상각비를 감안하면 가동률은 수익성 개선에 필수적이나 매출액 과반을 넘는 전기차(EV)향 배터리 가동률 하락으로 수익성에 경고등이 켜졌다"고 평가했습니다. 대규모 설비투자를 했더라도 공장 가동률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감가상각비는 계속 발생하는 반면 매출은 늘지 않아 수익성이 악화될 수 있다는 뜻입니다.
 
과거 투자가 현재 충분한 매출·이익 내는지 살펴야

따라서 실적 기사에서 '감가상각비 증가로 영업이익이 감소했다'는 표현을 본다면 단순히 "돈이 많이 나갔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서는 안 됩니다. 과거 대규모 투자의 영향이 현재 손익계산서에 반영되고 있는 것이며, 그 투자가 지금 충분한 매출과 이익을 만들어내고 있는지를 함께 살펴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결국 감가상각비는 기업의 과거 투자가 현재 재무제표에 반영되는 방식입니다. 재무제표를 읽을 때 감가상각비 자체보다 투자 대비 성과를 함께 살펴봐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재무제표를 제대로 읽는 첫걸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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