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연구원은 15일 발표한 '미국의 핵심광물 공급망 협정(ATCM) 추진 동향과 주요국 대응' 보고서에서 미국이 추진하는 ATCM의 구조와 주요국 입장을 분석하고 한국의 공급망 안정성과 산업경쟁력 강화를 위한 대응 방향을 제시했다.
보고서는 ATCM을 단순한 광물 협력이 아니라 우방국 간 핵심광물 생산과 공급망을 유지·확대하기 위한 복수국 간 산업정책 협력체계로 평가했다. 미국은 이를 통해 핵심광물 공급망 다변화와 중국 의존도 축소, 우방국 중심 특혜무역체계 구축, 가격 안정 메커니즘 마련 등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미국은 가격하한제, 공동외부관세, 최소수입가격, 인공지능(AI) 기반 기준가격 등을 결합한 새로운 가격체계를 구상하고 있다. 특정 국가의 저가 공세와 공급 과잉에 대응하면서 우방국의 투자와 생산을 유도하겠다는 취지다.
주요국들은 중국의 핵심광물 공급망 지배력 완화 필요성에는 대체로 공감하고 있지만, 미국이 제안한 가격하한제와 공동외부관세 등 시장 개입 방식에는 온도 차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EU와 캐나다 등은 가격 안정과 투자 확대 측면에서는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과도한 시장 개입과 수입선 제한에 대해서는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이에 따라 향후 ATCM 협상에서는 가격 체계와 관세 체계가 핵심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광물과 국가별 이해관계가 다른 만큼 일괄 합의보다는 단계적·선별적 합의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산업연구원은 한국이 '가공 핵심광물 수입-파생제품 수출'의 이른바 '샌드위치 구조'에 놓여 있다고 진단했다.
가공 핵심광물은 중국 등 특정 국가 의존도가 높은 반면, 이를 활용한 배터리와 소재·부품 등 파생제품은 미국과 EU 등 ATCM 참여국으로 수출하는 구조라는 것이다.
실제로 올해 기준 리튬 가공품 수입의 75%, 흑연의 67%, 희토류의 52%를 중국에서 들여오고 있다. 반면 니켈 파생제품 수출의 24%, 리튬 28%, 망간 32%, 코발트 31%가 미국으로 향하고 있다.
보고서는 ATCM이 현실화하면 우리나라는 핵심광물 수입선을 다변화하고 미국·EU 시장 접근성을 높일 기회를 얻을 수 있지만, 협정 밖 국가에 대한 의존이 지속될 경우 새로운 공급망 리스크에 직면할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한국은 외교·안보뿐 아니라 산업경쟁력 관점에서 ATCM 참여 전략을 설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현석 산업연구원 통상정책분석팀장은 "호주·캐나다·아세안 국가들과 광산 개발, 제련, 재자원화 프로젝트, 장기 오프테이크(off-take) 계약을 확대하고 이를 국내 핵심광물 확보 전략과 연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채굴부터 제련·가공·소재·부품 생산까지 가치사슬 전반에 국내 기업이 참여할 수 있는 글로벌 생산거점을 구축해야 한다"며 "가격하한제와 AI 기반 기준가격 체계에는 시장 왜곡 가능성을 고려해 선택적·조건부로 참여하고, 전략비축과 정책금융, 세제·재자원화 지원을 연계한 정책 패키지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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