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사망한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전 이란 최고지도자의 최근 장례식에서 모습을 드러냈던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전 이란 대통령이 외국 세력의 도움으로 권좌에 복귀하려는 야망을 품고 있었다고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아마디네자드는 집권할 경우 이스라엘과의 관계를 정상화하는 등 개혁 노선을 구상하고 있었다고 전해진다. 신문이 미국과 이스라엘이 아마디네자드를 이란 권좌에 복귀시키려는 시도가 무산됐다는 사실을 전한 지 2개월 만에 나온 후속 뉴스다.
신문에 따르면, 아마디네자드 전 대통령에 대한 이스라엘의 포섭이 본격화한 것은 2024년 그가 헝가리 루도비카 공공서비스대학에서 열린 기후변화 회의에서다. 하지만 이 회의는 헝가리 정부가 이 학교의 게르겔리 델리 총장에게 요청해 이루어진 행사였다. 헝가리 당국은 아마디네자드 전 대통령을 초청해 적국인 이스라엘 정보국 모사드 요원들과 수도 부다페스트에서 비밀 회담을 열어야 하는데, 그를 초청할 구실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델리 총장은 NYT와의 인터뷰에서 "서로 대화를 원하는 두 적(敵)이 있다면 최상의 방법은 대화를 시켜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때 이스라엘 측에서는 다비드 바네아 모사드 국장이 직접 헝가리로 가서 아마디네자드를 만났다.
이후 이스라엘은 아마디네자드를 중심으로 정권을 교체하기로 마음먹었다. 이스라엘은 아마디네자드에게 주거비와 여행 경비를 비밀리에 지급했으며, 이스라엘 요원들이 그를 부다페스트 등 해외에서 만났다고 NYT는 미국 관리들을 인용해 전했다. 이스라엘은 심지어 이란 공습 당일인 2월 28일 이슬람 혁명수비대의 감시를 받으며 연금 상태에 있던 그를 구출하려는 작전을 실행하기도 했다. 이스라엘 측은 그의 자택을 공습한 뒤 모사드 요원들이 운전하던 검정색 푸조 차량을 보내 아마디네자드 전 대통령을 태우고 전속력으로 달렸다고 4명의 이란 고위 관리는 전했다. 하지만 아마디네자드는 이 작전은 물론 자신을 권좌에 복귀시키려는 이스라엘의 계획에도 불쾌감을 표시한 것으로 전해진다.
아마디네자드가 이스라엘과 소통을 하는 것은 그의 지난 행적을 감안하면 상상하기 어렵다. 아마디네자드는 재임 시절 "미국이 이스라엘을 지원하려고 9.11 테러를 조작했다" "이스라엘을 지도에서 지워버리자" 등 막말을 쏟아내며 반미, 반이스라엘의 선봉에 섰던 인물이다. 2009년 자신의 재선에 반대하는 시위대를 폭력적으로 진압하기도 했다.
이 같은 아마디네자드의 행보에 대해 측근인 압돌레자 다바리는 권좌를 향한 열망이 그와 이스라엘의 소통을 이끌었다고 분석했다. 아마디네자드는 대선 출마를 3차례 거부당한 뒤 대통령을 이슬람 학자 출신인 최고지도자가 지휘하는 현 신정 체제에 환멸을 느꼈으며, 외국 세력의 도움을 받아 이란의 미래 지도자가 되고 싶어했다고 NYT는 보도했다. 그의 측근인 압돌레자 다바리는 "아마디네자드(전 대통령은) 돈과 광범위한 경제 네트워크가 있다"면서 "그가 원한 것은 권력"이라고 말했다.
아마디네자드는 또 자신을 1990년대 소련의 해체와 개혁·개방을 이끌었던 보리스 옐친 전 러시아 대통령에 비교했으며, 자신이 집권하면 이스라엘을 국가로 인정하고,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중동국가들 및 이스라엘과 서명했던 아브라함 협정의 일원으로 이스라엘과 관계를 정상화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그의 한 측근은 전했다.
헝가리를 통한 이스라엘 접촉에 앞서 아마디네자드는 2023년 과테말라에서 열린 환경 회의에 참석했는데, 외신들은 과테말라가 중남미에서 대표적인 친이스라엘 국가라는 점에 주목했다. 당시 아마디네자드는 테헤란 공항에서 보안 당국에 의해 보딩패스가 발급되지 않았으며, 공항에서 몇 시간 연좌농성을 하고 소셜미디어에 올리는 등 우여곡절 끝에 출국할 수 있었다.
이스라엘의 옹립 작전이 실패한 뒤 가택 연금 상태에 다시 놓인 것으로 알려진 아마디네자드는 지난 6일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열린 하메네이 전 최고지도자의 장례식에서 행진하는 시민들 사이에 모습을 드러냈다고 예루살렘포스트 등 외신들은 보도했다. 사진 속 아마디네자드는 마스크를 턱 아래까지 내렸으며 고개를 숙이고 길을 걷기도 했다. 그의 주변에는 이란 군 요원으로 보이는 남성들도 있었다. 이란와이어는 "(아마디네자드가 하메네이의) 장례식에 참석한 것은 새 정권 하에서 불안정한 정권 전환기를 헤쳐나가려는 소외된 엘리트들의 복잡한 생존 전략을 보여준다"고 전했다. 하산 로하니와 모하마드 하타미 전 대통령은 초대를 받지 못해 행사에 불참했다고 NYT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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