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은 언제나 선택의 연속이다.
한정된 재정 속에서 무엇을 먼저 하고 무엇을 뒤로 미룰 것인지, 어디에 투자하고 무엇을 포기할 것인지 결정하는 일. 그것이 행정의 본질이다.
그래서 좋은 행정은 단순히 돈을 많이 쓰거나 적게 쓰는 것이 아니라 어떤 공공의 가치를 먼저 선택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과정이다.
민선 9기 출범을 앞둔 울산에서도 그 질문이 던져지고 있다.
그 문제의식은 충분히 의미가 있다.
혈세가 투입되는 사업인 만큼 사업성을 다시 점검하고 시민의 체감도를 살피겠다는 것은 새로운 시정이 가져야 할 책임이기도 하다.
하지만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공공사업은 무엇을 기준으로 평가해야 하는가.
오페라하우스는 문화도시를 위한 투자였고, 울산수소트램은 수소도시 울산의 비전과 미래 교통체계 구축을 목표로 추진돼 온 사업이었다. 병영성 물길복원사업 역시 원도심 활성화와 역사문화 복원을 목표로 추진돼 왔다.
반대로 공사 기간 시민들이 겪게 될 불편과 막대한 재정 부담, 예산의 우선순위를 다시 따져야 한다는 문제 제기 역시 공공의 가치다.
결국 지금 울산에서 마주한 것은 옳고 그름의 충돌이 아니다.
공공의 가치와 또 다른 공공의 가치의 충돌이다.
그래서 어느 한쪽의 주장만으로 답을 내리기는 어렵다.
공공사업은 기업의 투자와는 다르다. 기업은 수익을 계산하지만 도시는 시민의 삶을 계산한다. 그렇다고 도시가 이상만으로 운영될 수도 없다. 한정된 재정 속에서 가장 큰 공공의 가치를 만들어야 하는 책임 역시 행정의 몫이다.
결국 시민은 사업을 계속할 것인지, 멈출 것인지 보다 그 선택의 기준을 알고 싶어 한다.
사업의 실효성과 재정 건전성, 시민이 체감하는 편익을 우선할 것인지, 미래를 위한 투자와 도시의 장기 경쟁력을 더 큰 공공의 가치로 볼 것인지 어느 하나가 절대적으로 옳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이는 행정철학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그 선택이 일관된 기준 위에서 이루어지고 시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과정으로 이어지는 일이다.
새 울산시정은 지금, 공공의 가치와 또 다른 공공의 가치가 충돌하는 갈림길에 서 있다.
어떤 기준으로 판단하고 어떤 선택을 하느냐는 앞으로 울산의 미래를 결정하는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다.
그 판단이 시민이 공감할 수 있는 최선의 기준이 되고, 더 나은 울산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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