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평화 중재로 존재감 부각 파키스탄, 경제적 이익 얻어낼까

  • 해외 자금 기대보다는 내부 개혁 요구 목소리도

지난 21일현지시간 스위스에서 열린 미국과 이란의 종전 후속 협상 파키스탄과 카타르가 중재국으로 나섰다 사진로이터 연합뉴스
지난 21일(현지시간) 스위스에서 열린 미국과 이란의 종전 후속 협상. 파키스탄과 카타르가 중재국으로 나섰다. [사진=로이터 연합뉴스]

최근 스위스에서 열린 미국과 이란의 평화 협상을 주도한 파키스탄이 국제 무대에서 존재감을 뽐내고 있다. 하지만 이같은 '탕평' 입지가 자국의 경제 발전에 도움이 될지를 두고는 시각이 엇갈린다.

로이터 통신은 23일(현지시간) 기사에서 "(미국과 이란의 협상 과정에서 보인) 파키스탄의 역할은 외교적 자산이 될 수 있겠지만, 경제적 성과는 아닐 것"이라며 "전문가들은 경제 발전이 보유 자금이 아닌 개혁에서 나온다고 말한다"고 보도했다.

파키스탄은 이번 회담에서 카타르와 더불어 미국과 이란 양국의 협상을 조율해 관심을 끌었다. 미국에 의해 동결된 자금의 해제를 이끌어내는 등 협상에서 큰 성과를 얻은 이란은 파키스탄을 극진히 예우했다. 알자지라에 따르면, 23일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은 직접 파키스탄 수도 이슬라마바드로 날아갔다.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이란과 파키스탄의 관계를 이슬람 세계에서 두 나라의 위상에 맞는 수준으로 끌어올리자"면서 "연대와 형제애에 기반한 성공적 협력 모델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고 파키스탄 일간 던(dawn)은 전했다. 파키스탄 측도 이슬라마바드 인근 라왈핀디에 있는 누르 칸 공군기지에 착륙한 페제시키안 대통령을 위해 아시프 알리 자르다리 대통령, 셰바즈 샤리프 총리, 이샤크 다르 부총리 겸 외교장관 등이 총출동해 환영 행사를 열었다.

중재자로서 파키스탄은 미국에서도 환대를 받았다. JD 밴스 미 부통령은 스위스 뷔르겐슈토크 리조트에서 열린 종전 후속 협상에 참석한 파키스탄 군부 실세 아심 무니르 육군참모총장을 보고 "이 사람, 잘 지냈나"라며 포옹을 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24일 알자지라는 밴스 부통령이 스위스 협상장에서 연설을 하면서 "내 인생에 아주 중요한 두 사람이 있다고 농담처럼 말해왔는데, 한 명은 인도인인 내 아내(우샤 밴스)이고, 한 명은 파키스탄인 무니르 원수"라고 치켜세우기도 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이러한 외교적 위상과 달리 파키스탄의 경제적 상황은 그리 긍정적이지 않다. 파키스탄은 인구가 2억5000만명이지만 경제적 불평등, 협소한 세원, 반복적인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등 경제 구조가 매우 취약하다고 로이터는 지적했다. 지하경제 양성화도 큰 과제다. 지난해 소득세 신고를 한 파키스탄인은 인구의 1.3%에 불과하며, 성인 중 직불 또는 신용카드를 소유한 사람이 7.7%에 그친다.

게다가 이란 전쟁까지만 하더라도 우호 관계에 있었던 중동 이슬람국가 아랍에미리트(UAE)가 파키스탄 노동자를 대거 추방하면서 경제적 타격을 입었다고 뉴욕타임스(NYT)는 보도했다. 파키스탄 북서부의 한 지역에서는 몇 주 새 900명이 추방돼 귀국했다. 신문은 이란의 미사일과 드론 공격을 수천 번 받는 등 막대한 피해를 입은 UAE가 이란의 자국 공격을 더 강하게 규탄하지 않은 파키스탄에 불쾌한 감정을 가진 결과로 분석했다. UAE는 지난 4월 파키스탄에 빌려준 대출 35억 달러(약 5조 3800억원)를 회수했는데, 이는 파키스탄 외환보유고의 5분에1에 달하는 금액이다. 다행히 사우디아라비아가 30억 달러(약 4조 6000억원)를 파키스탄 중앙은행에 추가 예치하면서 위기로 번지지는 않았다. UAE에는 파키스탄인 200만명 이상이 거주하고 있으며, 이들이 지난해 본국으로 보낸 돈만 80억 달러(약 12조원)에 이른다.

블룸버그 통신은 파키스탄의 이번 전쟁 중재 역할이 이 지역에서 더 부유한 경쟁 국가인 인도의 그늘에서 벗어나는 데 도움이 되며, 잠재적으로 외국 자본 등을 유치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봤다. 알자지라는 이번 미국 제재 완화로 파키스탄의 숙원 사업인 이란과의 파이프라인 건설 논의가 다시 제기될 가능성도 제기했다.

파키스탄 내부에서는 중재로 인한 '떡고물'만 기대하기보다는 경제 구조의 개혁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일간 던의 칼럼니스트 쿠람 후세인은 "이란이 우리를 호의적으로 기억할지, 미국이 멋진 보상을 할지는 우리의 통제 밖에 있는 문제"라면서 "하지만 (국내 경제 문제는) 고마운 이웃이나 관대한 후원자가 해결해 줄 수 있는 것이 아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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