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보연의 주(株)토피아] 'MSCI'가 뭐길래…33년째 '신흥국'에 갇힌 K-증시의 잔혹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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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성형 AI 이미지. [사진=챗GPT]

우리 주식시장의 오랜 꿈이었던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 지수 편입이 이번에도 불발됐습니다. MSCI가 23일(현지시간) 공개한 '2026년 연례 시장 분류 검토'에서 한국 증시의 선진국 지수 관찰대상국 편입이 또다시 보류되면서 벌써 12번째 낙방이자 1992년 신흥국 지수에 처음 들어간 이후 무려 33년째 '유급'을 당한 셈인데요. 대한민국 경제 체급은 세계적인 수준이고 반도체나 자동차도 전 세계에 잘만 파는데 왜 글로벌 금융 시장에서는 아직도 우리를 중국, 인도와 같은 신흥국 리그에 묶어두는 걸까요? 이름부터 낯선 MSCI의 정체가 무엇인지, 왜 우리가 그토록 선진국 리그에 들어가고 싶어 하는지 그리고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들이 말하는 이번 탈락의 진짜 속사정을 알아보겠습니다.
 
펀드매니저들의 글로벌 등급표, MSCI가 뭐길래
우선 개념부터 짚고 넘어가겠습니다. 쉽게 말해서 MSCI 지수는 미국의 투자은행인 모건스탠리의 자회사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이 매년 발표하는 '전 세계 주식시장의 성적표이자 등급표'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전 세계의 거물급 펀드매니저들과 거대 기관투자자들이 이 성적표를 나침반 삼아 "이번 달에는 어느 나라 주식을 살까?"를 결정하기 때문에 파급력도 어마어마한 수준입니다. MSCI는 전 세계 국가들을 선진시장(Developed Markets·DM), 신흥시장(Emerging Markets·EM), 프런티어시장(Frontier Markets·FM) 등 총 3단계의 리그로 나누는데 한국은 현재 두 번째 단계인 신흥국 리그에 속해 있어요. 

우리가 선진국 리그에 들어간다는 건 단순히 "우리 이제 부자 나라야!" 하고 체면을 차리는 문제가 아닙니다. 우리 주식시장에 들어오는 돈의 성질이 통째로 바뀌는 엄청난 혜택이 따라오기 때문이죠. 한국이 신흥국 리그에 머물 때는 미국 증시가 조금만 흔들려도 외국인 투자자들이 불안해하며 한국 주식을 가장 먼저 팔고 도망치는 취약성을 보여요. 반면 선진국 리그에 속한 나라들은 다릅니다. 이곳을 추종하는 외국인 자금들은 장기 투자 자금들이라, 시장이 흔들려도 쉽게 도망가지 않고 든든하게 장을 받쳐주는 우군이 돼주거든요.

NH투자증권 리서치센터의 분석에 따르면 우리가 이번에 선진국 리그 후보에만 올랐어도 전 세계에서 최소 292억 달러, 우리 돈으로 약 44조원에 달하는 엄청난 외국인 자금이 고스란히 우리 장에 쏟아져 들어올 수 있었다고 해요. 고질적인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를 단숨에 해결할 수 있는 최고의 기회였던 셈이죠.
 
18년 전 시작된 잔혹사, 올해도 발목 잡힌 기초체력
사실 한국 증시의 선진국 도전기는 무려 18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잔혹사입니다. 우리나라는 지난 2008년 처음으로 예비 후보 명단인 '관찰대상국(워치리스트)'에 이름을 올리며 기대를 모았어요. 하지만 공교롭게도 그해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졌고 불똥이 유럽으로 옮겨붙어 간신히 진화될 무렵인 2014년, 위기에 시달리던 한국은 관찰대상국 명단에서마저 제외되는 굴욕을 당했습니다.

정부가 2022년부터 재도전을 공식화하고 올해 1월 외환·자본시장 종합 로드맵을 발표하며 정부와 관계기관이 꾸린 외환건전성협의회 겸 MSCI 선진국 지수 편입추진 태스크포스(TF)는 지난달 21일 기준 로드맵 8대 분야 39개 과제 중 25건(64%)을 완료한 바 있습니다. 또 이달까지 3건을 추가로 추진해 총 28건(70%)을 이행하겠다고 발표하는 등 엄청난 공을 들였지만 이번에도 명단 복귀에 실패한 것이랍니다.

이번 탈락이 유독 씁쓸하게 다가오는 이유는 지금 우리 주식시장의 펀더멘털, 즉 기초 체력이 심각하게 약해져 있기 때문이에요. 지금 한국 증시는 안팎으로 돈줄이 꼬여 있습니다.

첫째로, 글로벌 연기금들은 이미 한국 주식을 살 수 있는 방 안에 할당된 금액(쿼터)을 거의 다 채워버려서 최근 우리 증시가 조금 오르자마자 기계적으로 주식을 팔아치우고 있죠. 게다가 국민연금마저 국내 주식 비중을 줄이기 위해 무려 55조원어치의 매도 폭탄을 대기시켜 둔 복잡한 상황이었어요. 선진국 자금 44조원이 들어와서 이 물량을 받아줬다면 개미들이 피를 흘릴 일이 없었을 텐데 그 든든한 지원군을 놓친 것이죠.

둘째로, 개미 투자자들의 체력도 예전만 못해요. 개인 대출 제한 규제 등으로 주식을 살 수 있는 실탄이 줄어든 데다가, 하루 단위로 운용사의 정산(리밸런싱)이 이뤄지는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상품들이 유행하면서 작은 악재에도 주가가 바닥을 쳤다가 하늘을 찌르는 등 널뛰기 장세가 심해졌어요. 이 불안한 변동성을 꽉 눌러줄 무거운 선진국 자금이 그 어느 때보다 간절했던 이유입니다.
 
외환·공매도 규제를 바라보는 엇갈린 시선
그렇다면 MSCI 심판관들은 왜 또 한국을 외면했을까요? 그들이 내놓은 공식적인 이유는 외환 환경의 제한성과 공매도 감시 체계가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주는 심리적·실무적 부담이었습니다. 한마디로 "한국에서 대형 자금을 굴리기엔 원화 환전도 여전히 까다롭고 규제 CCTV가 빽빽해 숨 막힌다"는 불평이었죠.

우리 원화는 1997년 IMF 외환위기의 트라우마 때문에 그동안 국내 외환시장을 개방하는 것을 극도로 조심해왔고 이에 따라 한국 밖에서는 실물을 주고받으며 결제할 수 없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물론 정부도 최근 시장을 개방하는 것이 이득이라는 판단하에 당장 다음 달(7월) 6일부터 원·달러 외환거래를 24시간 무중단 방식으로 연장하고 역외 원화 결제망을 본격화하는 등 전향적인 대책을 내놓았지만, MSCI는 이 제도가 완전히 정착해 시장 참여자들이 효과를 체감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지난해 3월 전면 재개된 공매도 규정도 마찬가지입니다. 정부는 불법 무차입 공매도를 막기 위해 실시간 적발 시스템(NSDS)을 도입하는 등 대대적인 제도 개선에 나섰고, 덕분에 MSCI 평가 등급도 '미흡'에서 '보통'으로 상향되는 성과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외국인 투자자들은 유례없이 깐깐한 사전 시스템 구축과 일일 잔고 보고 의무 등의 이중 규제가 실무적으로 너무 큰 부담이라고 받아들였습니다. 반면 일각에서는 정작 잔고는 전산화되면서도 대차거래 자체는 여전히 수기로 이루어지는 구멍이 있어 실효성이 아쉽다는 지적도 동시에 흘러나왔습니다.
 
전문가들이 말하는 "구조적으로 당연했던 결과"
하지만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들의 시각에서는 올해 탈락은 구조적으로 당연한 결과였다는 냉정한 진단이 나옵니다. MSCI는 정부가 발표하는 계획서에는 절대 점수를 주지 않는다고 해요. 실제로 법과 제도가 다 바뀌어서 현장에서 체감한 데이터가 누적돼야만 합격 도장을 찍어주는 시스템이기 때문이죠.

실제로도 시차가 존재했어요. 첫 번째 시차는 바로 외환시장 개방 시점입니다. MSCI가 전 세계 시장을 평가해서 성적표을 완성하는 결정적인 시기는 매년 5월에서 6월 사이예요. 그런데 정부가 준비한 원·달러 외환시장 24시간 전면 개방의 정식 시작일은 당장 다음 달인 7월이랍니다. 이번 평가에 우리 점수가 반영되는 것 자체가 물리적으로 불가능했던 것이죠.

두 번째는 인프라가 깔리는 실제 타임라인의 문제예요. 해외 금융사들이 한국 땅에 직접 원화 계좌를 트고 돈을 굴릴 수 있게 규제를 풀어주는 역외 원화결제망은 올해 9월에야 시범 운영을 시작해요. 이 시스템이 완벽하게 정착해서 외국인들이 24시간 내내 자유롭게 정산하고 결제할 수 있는 진짜 인프라가 완성되는 시점은 2027년 1월로 예정돼 있습니다.

세 번째로 외국인을 식별하는 제도나 영문 공시도 시간이 더 필요해요. 외국인 투자자 등록제(IRC)를 폐지하고 국제 표준(LEI) 시스템으로 바꾸는 작업이 여전히 한창 진행 중이다 보니, 외국인들이 하나의 계좌로 여러 명의 자금을 한 번에 굴리는 편리한 '옴니버스 계좌' 사용은 아직 실무적으로 꽉 막혀 있어요. 게다가 까막눈 외국인들을 위해 기업 정보를 영어로 투명하게 다 보여주는 영문 공시 의무화 제도 역시 2027년이 돼야 코스피 상장사 전반으로 넓어집니다.

마지막으로 공매도 적발 시스템의 마찰도 있었어요. 지난해 3월에 전면 재개된 공매도와 관련해서 정부가 불법 무차입 공매도를 차단하겠다며 도입한 아주 깐깐한 사전 적발 시스템이 글로벌 대형 증권사들과 실무적으로 삐겁거리면서 현재 시스템을 고치는 보완 작업이 계속 번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내년에 성공해도 진짜 편입은 2029년
그렇다면 앞으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번 낙방으로 한국은 내년 6월에 다시 도전해야 하는 상황이 됐습니다. MSCI 선진 지수 편입은 우선 후보군인 관찰대상국에 최소 1년 이상 이름을 올려야 하고, 이후 글로벌 기관 투자자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를 거쳐야 합니다. 관찰대상국에 등재되더라도 실제 지수에 반영되기까지는 최소 2년의 시간이 더 소요됩니다. 전 세계 자금들이 돈을 옮길 수 있도록 준비 기간을 줘야 하기 때문이죠. 즉, 내년(2027년) 6월에 관찰대상국에 등재된다 하더라도 실제 선진 지수 편입 발표는 2028년 6월, 우리 계좌로 돈이 들어오는 진짜 편입 시점은 2029년 5월말이나 돼야 가능하다는 뜻입니다.

그렇다고 너무 실망할 필요는 전혀 없습니다. 이번 성적표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우리 주식시장의 체질은 분명히 눈에 띄게 건강해지고 있거든요. MSCI가 발표한 세부 리뷰를 보면 한국의 '투자상품 가용성' 항목 점수가 기존 마이너스에서 플러스로 상향 조정됐어요. 외국인들이 밤에도 편하게 거래할 수 있도록 야간 파생상품 시장을 활성화하고 인프라를 보완해 준 노력이 드디어 점수로 인정받기 시작한 것이죠. 이 덕분에 지난해 18개 평가 항목 중 6개에 달했던 마이너스(낙제점) 항목은 올해 5개로 줄어들었습니다.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의 분석에 따르면 선진국 지수에 있는 나라들은 대부분 마이너스 항목이 1개 이하예요. 그러니까 우리는 이제 고지 달성까지 정확히 4개의 계단만 남겨둔 상태인 거죠.

재정경제부와 금융위원회는 공동 입장문을 통해 "일부 과제는 아직 제도 개선이 진행 중이고, 완료된 과제 역시 시장에서 효과가 체감되기까지 시간이 더 필요하다"며 "우리 스스로의 필요와 일정에 따라 외환·자본시장 개혁을 꾸준히 추진해 나간다면 MSCI 선진국지수에도 자연스럽게 편입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당장 다음 달 7월 외환시장 개방을 시작으로 줄줄이 대기 중인 대형 금융 인프라들이 우리 시장에 완벽하게 안착한다면 우리 증시의 체질은 몰라보게 단단해질 테니까요. 다가올 1년은 우리 국장이 진짜 선진국 수준의 기초 체력을 갖추고 글로벌 고래들을 맞이할 완벽한 준비를 마치는 가장 값진 시험대가 될 전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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