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재형의 유통맵] 얼굴에 문지르는 전자기기…외국인이 K뷰티 디바이스에 빠진 이유

  • 의료관광으로 맛본 K피부과 효과, 귀국 후 '가성비 홈케어'로 이어져

  • 1~5월 가정용 미용기기 수출 40.2% 증가…글로벌 홈뷰티 시장 경쟁

에이피알 메디큐브 잠실 팝업 스토어 전경 사진에이피알
에이피알 메디큐브 잠실 팝업 스토어 전경. [사진=에이피알]

최근 해외 소셜미디어에는 손바닥만 한 전자기기를 볼과 턱에 문지르는 영상이 끊임없이 올라온다. 불빛이 켜지고 미세한 전동이 전달되는 모습을 보여준 뒤 사용 전후 피부 상태를 비교하는 콘텐츠에는 제품명과 구매처를 묻는 댓글이 이어진다.
 
외국인 화장대를 점령한 한국산 세럼과 마스크팩의 인기가 여전히 뜨거운 가운데 이제는 충전해서 쓰는 뷰티 디바이스까지 가세하며 K-뷰티의 영토가 넓어지고 있다. 단순한 피부 관리 도구를 넘어 한국의 미용 기술과 화장품 제조 역량, 정보기술이 결합된 ‘뷰티테크’가 K-뷰티의 새로운 성장 분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24일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올해 1~5월 가정용 미용기기 수출액은 8613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40.2% 증가했다. 작년 전체 수출액의 절반을 이미 넘어섰고, 역대 최대였던 2024년 같은 기간보다도 9.2% 많다.
 
해외 소비자들이 한국산 뷰티 디바이스에 관심을 보이는 배경에는 K-피부과에 대한 높은 관심과 집에서 관리를 이어가려는 홈케어 수요가 맞물려 있다. 최근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피부과 시술은 경복궁 방문만큼이나 필수적인 관광 코스가 됐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올해 5월 기준 외국인의 피부과 의료관광 지출액은 145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5.5% 증가했다.
 
외국 관광객들은 귀국 후에도 한국에서 경험한 극적인 피부 개선 효과를 유지하길 원한다. 비싼 해외 에스테틱 대신 집에서 한국의 피부과 시술과 유사한 관리를 할 수 있는 뷰티 디바이스가 대안으로 떠오른 것이다.
 
기술의 대중화와 가격 대비 성능비(가성비)도 K-뷰티 디바이스의 인기를 끌어올린 요인이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수백만 원에 달하던 전문가용 기기들이 이제는 10만~50만 원대의 합리적인 가격으로 낮아졌다. 고주파(RF)부터 미세전류(EMS), 물방울 초음파까지 전문 피부과 시술에 쓰이는 핵심 기술들이 한국의 정교한 하드웨어 제조 역량을 거쳐 콤팩트한 가정용 기기로 재탄생했다.
 
여기에 한국 특유의 ‘화장품 시너지’가 날개를 달아줬다. 국내에는 코스맥스와 한국콜마 등 대형 화장품 제조업자개발생산(ODM) 업체가 있다. 또 정보기술과 전자부품 산업 기반도 갖춰져 있다. 기기를 개발하면서 함께 사용할 젤과 세럼, 마스크를 동시에 내놓고 애플리케이션(앱)과 피부 분석 기능까지 연결하기 쉽다. 기기 한 대를 판매한 뒤 전용 화장품의 반복 구매를 유도하는 ‘기기+소모품’ 구조도 만들 수 있다.
 
시장을 가장 빠르게 키운 곳은 에이피알이다. 에이피알의 올해 1분기 뷰티 디바이스 부문 매출은 1327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보다 46% 증가했다. 올 1월 기준 메디큐브 에이지알 뷰티 디바이스 누적 판매량은 600만대를 넘어섰다. 최근에는 차세대 모델 ‘부스터 프로 X2’를 미국과 영국 틱톡샵, 아마존에 론칭하며 K-뷰티 테크의 영토를 넓히고 있다.
 
LG생활건강은 뷰티 디바이스 브랜드 ‘LG 프라엘PraL’에서 강력한 고출력 LED 기술로 멜라닌 색소를 집중 공략해 정밀한 미백 케어가 가능한 신제품 ‘멜라빔 토닝’을 16일 출시했다고 밝혔다 사진LG생활건강
LG생활건강은 뷰티 디바이스 브랜드 ‘LG 프라엘(Pra.L)’에서 강력한 고출력 LED 기술로 멜라닌 색소를 집중 공략해 정밀한 미백 케어가 가능한 신제품 ‘멜라빔 토닝’을 16일 출시했다고 밝혔다. [사진=LG생활건강]


후발 기업들도 속도를 내고 있다. 앳홈의 톰은 물방울 초음파 기술을 앞세워 미국과 일본, 멕시코, 호주에서 판매 중이다. 미국 올리브영 점포와 온라인몰에 입점했고 유럽과 중동 진출도 검토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의 메이크온은 지난해 매출이 163% 늘었고 일본 오프라인 유통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LG생활건강은 LG전자로부터 프라엘 사업권을 넘겨받은 뒤 전용 스킨케어 제품과 결합한 판매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뷰티 디바이스 시장 전망도 밝다. 유로모니터는 글로벌 홈 뷰티 디바이스 시장이 2024년 약 7조원에서 2030년 45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화장품 기업뿐 아니라 에스테틱, 제약·바이오, 생활가전 업체까지 시장에 뛰어드는 이유다.
 
다만 뷰티 디바이스는 제품마다 적용 기술과 사용 목적, 출력 수준이 다르다. 의료기기로 허가받은 제품과 일반 미용기기가 구분되는 만큼 소비자는 제품의 허가 여부와 사용 방법, 주의사항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시장이 빠르게 커지는 만큼 기업에도 제품 성능과 효능에 대한 객관적인 정보 제공, 안전관리와 사후지원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는 과제가 남아 있다.
 
업계 관계자는 “K-뷰티 디바이스는 한국 화장품의 인지도와 미용 기술, 정보기술 역량이 결합된 제품이라는 점에서 해외 확장 가능성이 크다”며 “앞으로는 판매량 확대뿐 아니라 성능 검증과 안전성, 현지 사후관리 체계를 얼마나 갖추느냐가 경쟁력을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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