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에 대한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의 비판이 묘한 파장을 낳고 있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이) 증권사만 배를 불리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는 발언에 증권업계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표정이다. 금융당국이 글로벌 자본시장 눈높이에 맞는 상품 다양화를 명분으로 도입을 허용해 놓고, 사실상 판매 창구 역할을 했을 뿐인 증권사에 책임을 전가하는 것 아니냐는 불만도 나온다. 주무 부처인 금융위원회도 불쾌한 기색이 역력하다. "드러누워서라도 막았어야 했다"는 발언이 금융위의 허용 결정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으로 읽히기 때문이다.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종가 기준 삼성전자·SK하이닉스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단일종목 레버리지·인버스 ETF 16종 순자산총액은 16조1955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달 27일 상품 출시 이후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6조5961억원의 자금이 유입됐다. 이 원장은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를 두고 "출시할 때부터 의문이 있었다"며 "증권사만 배를 불리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특히 회전율이 한때 200%에 달했다는 점을 언급하며 투자자들이 부담하는 매매수수료 규모가 막대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거래 규모는 상당하다. 순자산 규모가 가장 큰 KODEX SK하이닉스단일종목레버리지 ETF의 상장 이후 평균 거래대금은 3조2543억원, 평균 거래량은 1억984만좌에 달한다. TIGER SK하이닉스단일종목레버리지(1조8456억원), KODEX 삼성전자단일종목레버리지(2조815억원), TIGER 삼성전자단일종목레버리지(1조3053억원) 등 주요 상품들도 높은 거래대금을 기록했다. 회전율도 높은 수준이다. 상장 이후 거래대금을 기준으로 계산한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의 일평균 매매회전율은 123.82%로 나타났다. 인버스 상품은 300~800%를 웃도는 수준을 기록하기도 했다.
다만 증권업계에서는 높은 회전율 자체를 문제로 보는 시각에 동의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나온다. 금융당국이 그동안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에 대해 장기 투자보다는 단기 투자 상품이라는 점을 강조해온 만큼 활발한 거래는 상품 특성상 자연스러운 결과라는 것이다. 회전율이 높다고 해서 시장 변동성이 반드시 확대되는 것이 아니라는 지적도 나왔다. 한 관계자는 "이상 거래가 발생한 것이 아니라면 높은 회전율은 유동성이 풍부하다는 의미로도 볼 수 있다"며 "거래가 활발하다는 이유만으로 변동성 확대의 주요 원인으로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특히 증권사들은 수수료 수익 과장론에도 반발하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리테일 경쟁이 격화되면서 국내 주식 거래 수수료가 사실상 '제로(0)' 수준까지 낮아졌기 때문이다. 현재 주요 증권사의 국내 주식 온라인 거래 수수료는 이벤트 적용 시 0.003~0.015% 수준이다. 이번에 상장된 16개 상품의 상장 이후 약 18거래일 동안 누적 거래대금은 170조원 안팎으로 추산된다. 이를 현재 업계 최저 수준 수수료율에 적용하면 증권사들이 거둘 수 있는 수수료 수익은 약 50억~260억원 수준이다. 거래 규모 자체는 크지만 "증권사만 배를 불린다"는 표현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는 게 업계 입장이다. 증권사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허용한 상품을 판매한 것인데 판매사에 책임을 돌리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금융위도 해당 발언의 배경에 주목하고 있다. 금융위 측은 "이 원장 발언이 당황스럽긴 하다"며 "실무진과 협의가 된 발언인지 모르겠다"고 했다. 이 원장이 언급한 '대책 마련'에 대해서도 금융위는 상품 출시 후 한 달도 지나지 않은 만큼 아직 구체적인 규제 방안이 논의되는 단계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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