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령의 집 된 코넥스] 신규상장은 없고 떠나는 기업만…'성장 사다리' 역할 못하는 코넥스

코넥스 시장 현황
코넥스 시장 현황


코넥스는 창업 초기 중소·벤처기업들을 위한 자금조달 통로 역할을 하는 거래소다. 올해로 만들어진 지 13년째. 그런데 코넥스는 지금 '유령의 집'으로 전락했다. 신규 상장 기업의 명맥은 끊기고 오히려 떠나는 기업만 늘어나고 있다. 100개 넘는 종목이 상장돼 있지만 일평균 거래대금은 10억~15억원, 거래량은 56만주에 불과하다. '파리만 날린다'는 말이 딱 들어맞는 풍경이다. 초기 중소·벤처기업들을 위한 '성장 사다리'라는 출범 취지는 온데간데없다.

◆ 파리만 날리는 코넥스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코넥스 시장 신규 상장기업은 지난 4월 상장한 에스테크엠 단 한 곳뿐이다. 신규 상장 기업은 2024년 6곳, 2025년 4곳에 이어 올해도 사실상 명맥이 끊기고 있는 상황이다. 반면 시장을 떠나는 기업은 더 많다. 상장폐지 기업은 2024년 10곳, 2025년 7곳이었다. 올해도 에이엠시지 등 9곳이 상장폐지됐다.

코넥스 존재 이유인 '성장 사다리' 기능도 유명무실한 실정이다. 기업이 코넥스를 거쳐 코스닥으로 이전 상장하는 중간 단계로 설계됐지만 기술특례상장과 성장성 특례상장 등 코스닥 직행 통로가 확대되면서 코넥스를 거칠 필요성은 크게 낮아졌다. 실제 코넥스 기업의 코스닥 이전상장은 2024년 4건, 2025년 3건에 이어 올해는 0건이다. 

시장 유동성도 갈수록 메말라가고 있다. 최근 3년간 코넥스 시장의 일평균 거래대금은 19억3600만원에서 16억5100만원, 13억2400만원으로 꾸준히 감소했다. 거래량도 2024년 일평균 92만6000주에서 2025년 49만주로 급감한 뒤 올해 56만4000주 수준에 그치고 있다.

◆ 시장신뢰 해치는 시장왜곡
코넥스의 거래 실종은 시장을 극도로 왜곡시키는 기현상도 낳고 있다. 거래량이 0건인 종목이 호가만으로 시가총액 1조원을 넘는 일도 있다. 본시스템즈가 그런 사레다. 이 회사는 지난 22일 기준 종가 102만3000원, 시가총액 1조393억원을 기록했다. 상장주식 수는 101만5973주로 코넥스 전체 시가총액 3조4217억원 중 약 30%를 차지한다.

본시스템즈는 로봇 부품과 모션 제어 솔루션을 개발하는 기업으로 지난해 9월 상장 이후 실제 거래는 한 차례도 이뤄지지 않았지만 주가는 공모가 1만6300원에서 102만3000원으로 약 6176% 상승했다. 상장가 대비 약 63배 오른 셈이다. 거래량과 거래대금은 모두 '0'으로 집계됐지만 시가총액은 1조원을 넘어섰다.

이런 현상은 코넥스의 기준가 산정 방식에서 비롯됐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거래가 발생하지 않으면 장 마감 시 최저 매도호가 또는 최고 매수호가를 기준으로 다음 거래일 기준가가 결정된다. 실제 체결이 없더라도 호가가 높게 형성되면 기준가가 상승할 수 있는 구조다. 거래소는 현행 규정에 따른 정상적인 가격 결정 방식이라고 설명하지만 시장 신뢰를 크게 훼손한다는 지적은 피하기 어렵다.

◆ "승강제 도입? 코넥스 입지 더 악화"
수년째 개선되지 않는 상황에 거래소와 업계는 시장 활성화를 위한 지원책을 다시 가동하며 반전을 모색하고 있다. 코넥스협회 관계자는 "올해 상장을 추진하는 기업들이 있고, 코넥스는 코스닥 이전상장을 위한 건널목 역할을 하는 만큼 통상 하반기에 시장에 진입하는 사례가 많다"고 말했다. 

협회는 신규 상장 유인을 높이기 위해 2023년 이후 중단했던 지원사업을 재개한다. 총 10억원 규모로 외부감사인 감사수수료와 지정자문인 상장지원수수료 등 상장 비용 일부를 지원하는 사업을 이달부터 연말까지 운영한다. 거래소도 제도 개선에 나섰다. 지난 2일 코넥스 상장사의 주식 분산 의무 비율을 현행 5%에서 최대 15%까지 확대하고, 지정자문인에게 코스닥 이전상장 주선 우선협상권을 부여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그럼에도 코넥스가 살아날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당장 정부가 올해 하반기 코스닥 시장을 1·2부 체제로 개편하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코넥스 입지가 더욱 좁아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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