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강경파 의원 "대미 협상단, 최고지도자 지침 어겨"

  • 국영방송 인터뷰 중단·영상 삭제…기소·의원직 상실 가능성도

21일현지시간 스위스 루체른 인근 오뷔르겐의 뷔르겐슈토크 리조트 입구에 표지판이 세워져 있다 사진AP연합뉴스
21일(현지시간) 스위스 루체른 인근 오뷔르겐의 뷔르겐슈토크 리조트 입구에 표지판이 세워져 있다. [사진=AP·연합뉴스]
미국과의 협상에 비판적인 이란 강경파 의원이 대미 협상단이 최고지도자의 지침을 어겼다고 주장하면서 이란 지도부 내부 갈등이 공개적으로 드러났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21일(현지시간) 이란 의회 국가안보·외교정책위원회 부위원장인 마흐무드 나바비안 의원이 이란 국영방송에 출연해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세예드 모즈타바 하메네이의 비밀 서한을 봤다고 주장했다고 보도했다.

가디언에 따르면 나바비안 의원은 해당 서한을 근거로 이란 협상단이 부여된 권한을 넘어섰다고 말했다. 그는 하메네이가 미국과의 협상을 계속하기 위한 11가지 조건을 제시했으며, 여기에는 미국의 배상금 지급, 우라늄 농축권 유지, 제재 해제, 이란 동결자산 해제,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완전한 주권 행사와 즉각적인 통행료 부과 등이 포함됐다고 주장했다.

나바비안 의원은 또 하메네이가 미국이 배상금 지급에 동의할 때에만 호르무즈 해협을 다시 열어야 한다고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지난 4월 12일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에서 열린 미국과의 첫 종전 회담과 관련해서도 하메네이가 협상단에 보낸 서한에서 합의 내용이 당초 조건과 완전히 다르다며 회담을 중단해야 한다고 지시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그는 협상단이 이 같은 지침을 무시한 채 미국에 양보하며 협상을 이어갔다고 비판했다. 스위스 협상에 앞서 레바논 내 이스라엘군 철수, 이란 동결자금 해제, 해상 봉쇄 해제, 제재의 일시적 해제가 먼저 이뤄졌어야 했다는 주장도 폈다. 방송 이후 텔레그램 채널에서도 그는 "비밀문서를 공개한 것이 아니라 진실을 밝힌 것"이라며 기존 주장을 이어갔다.

가디언은 나바비안 의원의 발언이 이어지자 방송 진행자가 "말씀 감사하다. 계속 시청해 달라"며 인터뷰를 중단했다고 전했다. 이후 검열된 방송이 나간 지 한 시간 만에 인터뷰 영상은 방송국 아카이브에서 삭제됐고, 국영방송 고위 관계자 한 명도 사임했다.

나바비안 의원은 이번 발언으로 기소되거나 의원직을 잃을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란 국영방송은 그의 발언에 대해 "법 위반의 증거이며 법적 처벌 대상"이라고 밝혔다. 협상단 대변인은 나바비안 의원의 주장을 "오래되고 왜곡된 주장"이라고 일축했다.

가디언은 이번 사건이 이란 정부 최고위층 내부의 긴장을 거의 실시간으로 드러낸 것이라고 평가했다. 또 새로 임명된 최고지도자가 그동안 알려진 것보다 협상에 훨씬 더 직접 관여해왔으며, 핵 문제와 호르무즈 해협 통항료 문제에서 협상단에 물러서지 말라고 지시해왔음을 보여준다고 해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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