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사설│기본·원칙·상식] 개인정보 유출에 흔들리는 티빙

  • 킬러 콘텐츠 프로야구 덕에 이용자 이탈은 적었지만 신뢰 하락은 숙제

  • 개인정보 많이 수집할 수록 차별화된 서비스 가능하지만 '보안은 기본'

일러스트나노바나나2 생성
[일러스트=나노바나나2 생성]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플랫폼인 ‘티빙’에서 발생한 개인정보 유출 사태의 파장이 일파만파 확산하고 있다. 회원 아이디와 성명, 생년월일 뿐만 아니라 온라인 주민등록번호로 불리는 연계정보(CI)와 중복가입확인정보(DI)까지 포함되며 2차 피해로 이어질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대규모 해킹 사태에 이용자들의 혼란은 극에 달해 있다. 잦은 개인정보 유출로 주민등록 변경 절차를 알아보는 이들도 있고 법무법인을 통해 집단 손해배상 소송을 진행중인 이들도 있다. 

사태 발생 직후 티빙의 주간 활성이용자수(WAU)는 오히려 증가해 570만명을 돌파했다. 티빙의 독점 콘텐츠인 한국프로야구(KBO) 중계 때문이다. 거의 모든 주요 서비스들의 개인정보 유출로 이용자들이 보안에 다소 둔감해진 탓도 있다. 하지만 킬러 콘텐츠를 공급하며 야구팬이라는 충성도 높은 고객을 잡은 덕분이라는 점은 시사하는 것이 많다. 

하지만 티빙이 트래픽 지표를 놓고 안심할 상황은 아니다. 티빙이라는 플랫폼에 남아 있는 이용자들은 대안이 없는 선택을 한 것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현대 글로벌 시장의 가장 큰 특징은 구독 경제 모델을 기반으로 하는 서비스 플랫폼들이 우리 일상을 장악하고 있다는 점이다. 좋은 콘텐츠를 적시에 공급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이 서비스 신뢰도다. 

플랫폼 자체의 안정성과 보안에 의문이 제기되는 순간 모든 성장은 제자리로 돌아선다. 당장 티빙은 이번 사태로 인해 수백억 원에 달할 수 있는 법정 최고 과징금 처분 위기에 처했다. 대규모 소송 비용 지출로 올해 목표로 삼았던 첫 흑자 전환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통신사를 비롯한 다양한 사업자들과 추진해 온 파트너십 유지는 물론, 신규 제휴 확대에도 커다란 차질을 빚게 됐다.

이러한 현실은 플랫폼 간의 경쟁 구도가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진입했음을 시사한다. 과거의 플랫폼 전쟁이 단순히 ‘얼마나 흥미로운 콘텐츠를 독점 수급하느냐’의 싸움이었다면, 이제는 ‘이용자의 자산을 얼마나 안전하게 보호하느냐’ 즉, 플랫폼의 보안 능력이 핵심 경쟁력으로 자리 잡은 것이다.

기술이 고도화될 수록 플랫폼이 다루는 개인 데이터의 가치와 밀도는 기하급수적으로 높아진다. 때문에 강력한 보안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은 방어적인 비용 지출에 그치지 않는다. 기업의 장기 생존을 가르는 선제적인 투자이자 차별화 전략이다. 규제 당국 역시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온라인 주민번호 격인 CI 암호화와 분리보관 의무 시행을 내년 1월로 대폭 앞당기는 등 고강도 압박을 예고하고 있다. 

플랫폼에게 이용자들의 개인 정보는 양날의 검이다. 콘텐츠 선호도, 개인의 취향 등 더 많은 정보를 얻어낼 수록 더 정밀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고 이는 고객 만족도로 이어진다. 하지만 지키지 못한다면 아무 소용이 없다. 지극히 개인적인 취향이 언제든지 외부로 유출될 수 있다는 불안이 있다면 킬러 콘텐츠를 공급해도 가입자 이탈을 막을 수 없기 때문이다. 

신뢰는 쌓기 어렵지만 무너트리기는 쉽다. 무너진 신뢰에 치러야 할 비용은 너무 크다. 무너진 신뢰를 다시 쌓는 방법은 이미 정해져 있다. 플랫폼을 믿고 제공해준 개인 정보 보안을 기업의 최우선 순위로 삼는 것이다. 여기서 시작하는 것이 기본이다.

단순히 티빙만의 문제는 아니다. 이번 사태를 교훈 삼아 보안에 대한 투자를 늘려야 한다. 이용자들이 안심하고 내 정보를 공유하고 이용할 수 있는 '보안 신뢰도'가 플랫폼들의 무한 경쟁 속에서 승기를 잡을 수 있는 핵심 경쟁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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