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경제 숨통 원하지만 트럼프 승리는 경계…대미 협상 '이중 목표'

  • 동결 자산 해제·원유시장 복귀 요구

  • 핵 프로그램 해체 요구엔 선 그어

  • 호르무즈 충돌에도 협상판 유지

이란 테헤란 발리아스르 광장에서 한 여성이 반미 광고판 앞에서 이란 국기를 들고 있다 사진EPA·연합뉴스
이란 테헤란 발리아스르 광장에서 한 여성이 반미 광고판 앞에서 이란 국기를 들고 있다. [사진=EPA·연합뉴스]
 이란이 미국과의 협상에서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제재 완화는 얻어내되, 핵 문제에서는 크게 물러서지 않겠다는 것이다. 경제난이 깊어진 만큼 동결 자산(제재로 해외에서 묶인 자금) 해제와 원유시장 복귀가 필요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정치적 승리를 안겨줄 만큼의 핵 양보는 피하려는 계산이다.
 
2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이란 당국자들과 아랍권 중재자들은 이란의 대미 협상 전략을 이같이 설명했다. 이란은 서방이 동결한 자산 약 1000억달러 가운데 일부를 되찾고, 국제 원유시장 접근을 회복하는 방안을 요구하고 있다. 다만 핵 프로그램 해체 요구에는 선을 긋고 있다.
 
협상은 군사 충돌 속에서도 이어졌다. 미 중부사령부는 전날 밤 호르무즈 해협에서 기뢰를 설치하고 있었다며 이란 고속정을 타격했다고 밝혔다. 이란은 미군기를 향해 발포했고, 미국은 이란 내 미사일 발사 지점을 다시 공격했다. 이 과정에서 이란 혁명수비대 대원 여러 명이 숨진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이란은 협상판을 떠나지 않았다. 이란 의회 의장이자 협상 대표로 나선 모하마드바게르 갈리바프는 카타르에서 동결 자산 문제와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 조건을 논의한 뒤 테헤란으로 돌아갔다. WSJ는 “이란이 협상 흐름을 유지하기 위해 혁명수비대 사망 발표를 늦췄다”고 전했다.
 
동결 자산 해제는 핵심 의제다. 중재국들은 갈리바프의 카타르 방문에서 이란의 해외 동결 자산 약 1000억달러 가운데 240억달러를 우선 푸는 방안이 주요 쟁점으로 다뤄졌다고 밝혔다. 협상에서는 초기 단계에 이 중 절반인 120억달러를 먼저 해제하는 절충안이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란이 자금 해제에 매달리는 배경에는 경제난이 있다. 전쟁과 미국의 봉쇄 압박은 이미 악화된 이란 경제에 추가 부담을 줬다. 에너지 시설 타격으로 차량 연료 배급이 시작됐고, 물가 급등과 생활 수준 악화는 올해 1월 전국적 시위로 이어졌다.
 
핵 문제에서도 일부 접점이 생겼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초 이란이 남은 농축 우라늄을 미국에 넘겨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지만, 이후 현장 폐기나 제3의 장소에서의 처분도 가능하다는 쪽으로 입장을 조정했다. 이란도 고농축 우라늄을 저농축 수준으로 희석하거나 러시아로 이전하는 방안에는 열려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양국 내부 정치도 변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과의 합의가 상당 부분 진전됐다고 강조했지만, 공화당 강경파는 오바마 행정부 시절 핵합의와 닮았다며 반발했다. 이란 내부에서도 혁명수비대 강경파가 “적과의 협상은 순수한 손실”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다만 이란 정부는 외교를 계속할 뜻을 보이고 있다.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은 이날 압델 파타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과 통화하고 미국과의 양해각서 도출 노력을 논의했다. 이란 정부 대변인도 ‘미국의 모순’을 비판하면서도 군사 대응과 협상이 병행될 것임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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