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멕시코, 캐나다가 공동 개최하는 이번 월드컵은 사상 최초로 참가국이 32개국에서 48개국으로 확대돼 치러진다. 조별리그는 12개 조 체제로 개편됐고 토너먼트 역시 32강부터 시작된다. 각 조 1, 2위 24개 팀을 비롯해 12개 조의 3위 팀 중 성적이 좋은 상위 8개 팀까지 총 32개 팀이 토너먼트 진출권을 거머쥔다.
조별리그 A조에 편성된 한국(FIFA 랭킹 25위)은 개최국 멕시코(15위)를 비롯해 체코(41위), 남아공(60위)과 한 조에 묶였다. 축구계 안팎에서는 이번 대진을 두고 최고의 조 편성이라는 긍정적인 평가가 나온다. 유럽과 남미의 강호들과 껄끄러운 아프리카의 복병을 다수 피한 덕분이다.
한국은 3경기 모두를 멕시코에서만 치른다. 체코를 상대로 6월 12일 오전 11시 과달라하라의 아크론 스타디움에서 1차전을 갖는다. 이어 멕시코와 19일 오전 10시 같은 곳에서 2차전을, 남아공과 25일 오전 10시 몬테레이의 BBVA 스타디움에서 3차전을 벌인다.
조별리그 첫 경기인 체코전이 가장 중요하다. 단기전인 조별리그에서 첫 경기를 승리한다면 나머지 2, 3차전을 전략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 만약 패할 경우 가시밭길이 펼쳐질 가능성이 높다. 체코보다 전력이 강하다고 평가받는 멕시코를 상대로 승점을 따내야 하는 부담감에 직면한다.
박찬하 KBS 해설위원은 체코의 힘과 높이를 경계했다. 박 위원은 지난 11일 본지와 통화에서 "체코는 한국 대표팀이 까다로워하는 요소인 힘과 높이를 갖췄다. 특히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리그 16골을 넣은 장신(191㎝) 공격수 패트릭 쉬크(레버쿠젠)나 프랑스 리그1에서 11골을 기록 중인 공격형 미드필더 파벨 슐츠(올림피크 리옹) 등이 경계 대상"이라고 짚었다.
김대길 KBSN 해설위원 역시 "체코는 5-4-1 전형을 기반으로 한 날카로운 역습과 세트피스 공중볼 싸움에 강점이 있는 팀이다. 전체적인 피지컬도 상당히 좋다"면서 "다만 점유율을 높이며 경기를 지배하는 스타일은 아니다. 한국이 경기를 주도하는 양상이 나올 텐데 상대의 밀집 수비 속에서도 좋은 공간을 찾아 득점을 만들어낼 수 있는 손흥민(로스앤젤레스FC)과 이강인(파리 생제르맹)의 활약이 매우 중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2차전 상대인 개최국 멕시코는 A조에서 가장 어려운 상대로 꼽힌다. 강점은 조직력이다. 앞서 두 차례 멕시코를 월드컵 16강으로 이끌었던 하비에르 아기레 감독이 이번 대회에서도 팀을 지휘한다. 또한 올해 여러 차례 자국 리그에서 활약하는 선수들을 소집해 조직력을 가다듬었다.
김 위원은 "멕시코는 홈 이점과 함께 자국 선수들의 컨디션 조절까지 완벽한 상태로 이번 대회에 임할 것이다. 또한 아기레 감독 역시 능수능란한 전략가인 만큼 이 부분도 부담스럽다"면서 "체코전 결과에 따라 한국의 멕시코전 경기 운영 기조가 완전히 달라질 것이다. 3차전을 대비해 팀 에너지를 안배하는 실리적인 무승부를 꾀할지, 혹은 과감하게 승점 3점을 정조준할지 벤치의 치밀한 수싸움과 고도의 전략적 판단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마지막 3차전 상대인 남아공은 한 수 아래로 평가받는 팀이다. 해외파가 다수 포진해 있는 멕시코, 체코와 달리 남아공은 자국 프로리그 선수들 위주로 구성돼 있다. 박 위원은 "남아공은 최근 A매치에서 3경기 무승을 기록하는 등 경기력이 썩 좋지 않았다. 만약 남아공을 상대로 승리하지 못한다면 이는 월드컵에 나가는 의미조차 의심받을 수준의 창피한 일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홍명보호는 이번 월드컵 조별리그 1, 2차전을 해발 1571m에 위치한 멕시코 과달라하라에서 치른다. 이러한 고지대 환경에서는 기압과 공기 밀도가 낮아 산소 섭취량이 현저히 줄어든다. 자연스레 선수들의 체력 소모가 극심해지고 근육 피로 역시 평소보다 빠르게 누적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공기 저항이 줄어들어 패스나 슈팅 시 공의 속도가 빨라지고 궤적의 낙차가 커지는 물리적 현상에도 대비해야 한다. 홍명보호는 이러한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월드컵 사전 캠프(해발 1460m)와 베이스 캠프(1570m) 모두 고지대 지역에 차렸다.
박 위원은 "체코전이 관건이다. 고지대 특성상 공이 낮고 빠르게 날아가기 때문에 체코의 압도적인 높이를 활용한 공중볼과 날카로운 크로스 상황을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면서 "그런데 고지대 변수는 체코전에서 오히려 우리에게 이점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체코는 월드컵 티켓을 늦게 확보하면서 베이스캠프를 지대가 낮은 미국 댈러스에 차렸다. 고지대에서 조별리그 첫 경기를 해야 하기 때문에 문제가 드러날 가능성이 높다"고 짚었다.
홍명보호 내부적으로는 중원의 핵심인 황인범(페예노르트), 이재성(마인츠) 등 주축 선수들의 부상 관리가 최우선 과제로 떠올랐다. 지난 3월 오른쪽 발목 인대를 다친 황인범은 일찌감치 시즌을 마무리하고 재활에 힘쓰고 있다. 지난달 왼쪽 발가락이 골절된 이재성은 다행히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11일 소속팀 경기에서 부상 복귀전을 소화했다.
김 위원은 "선발 라인업과 백업 요원 간의 기량 차이가 크다는 점이 현재 대표팀이 안고 있는 가장 큰 리스크다. 따라서 황인범, 이재성 등 대표팀 핵심 선수들이 부상을 당하거나 정상적인 컨디션으로 월드컵에 나서지 못하는 건 최악의 시나리오"라고 우려했다. 박 위원 또한 "특히 중원의 사령관인 황인범이 조별리그 첫 경기부터 출전하지 못할 경우 누구를 대체 자원으로 투입할 것인지에 대한 명확하고 세밀한 플랜 B가 반드시 마련돼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러 변수가 존재하지만 전문가들은 홍명보호의 32강 진출 가능성에 대해선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박 위원은 "32강 진출 가능성은 99%로 본다. 냉정하게 말해 지금의 조 편성에서 32강에 오르지 못하는 게 더 어려운 월드컵이다"라고 내다봤다. 김 위원 역시 "좋은 조 편성을 받았다. 월드컵이라는 큰 무대에서 결정타를 날릴 수 있는 손흥민, 이강인이라는 확실한 카드도 보유했다"며 "다만 이 모든 긍정적인 시나리오의 대전제는 '베스트 11이 대회 기간 부상에 노출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16강 진출 가능성에 대해선 장담하기 어렵다는 전망이 나왔다. 김 위원은 "남은 시간 수비력을 보완하는 건 여전히 숙제다. 월드컵에서 성적을 내기 위해선 실점하지 않아야 한다. 그런데 홍명보호는 5명의 수비수를 두고 있음에도 최근 평가전에서 실망스러운 실점들이 나오고 있다"고 짚었다.
박 위원은 "단 한 번의 실수로 짐을 싸야 하는 단판 승부제인 32강부터는 어떠한 이변과 승부가 펼쳐질지 전혀 예측할 수 없다"면서 "다만 월드컵 토너먼트에서는 어느 팀을 만나도 쉽지 않은 만큼 16강 진출 가능성은 50%보다는 낮다고 보여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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