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일(현지시간) 찾은 베니스 비엔날레 본전시가 열린 아르세날레에서는 한국 작가 요이의 '숨 오케스트라'가 있었다. [사진=윤주혜 기자]
익숙한 소리에 사람들이 하나둘 둥근 불턱(해풍을 피해 해녀들이 몸을 녹이고 시간을 나누는 공간)으로 모여들었다. 숨이 붙어있는 이라면 누구나 지닌, 하지만 좀처럼 의식하지 않았던 ‘호흡’이 귀를 사로잡았다.
지난 7일(현지시간) 찾은 베니스 비엔날레 본전시. 한국인 작가 요이(유용은)의 작업 '숨 오케스트라'는 어두컴컴한 아르세날레에 숨을 불어넣었다. '파-'하고 폐부 깊숙한 곳에서 터져 나오는 숨소리에는 거친 파도와 사투를 벌이면서도 끝내 삶을 이어가는 질기면서도 연약한 생명력이 있었다.
요이는 한국인 작가로는 유일하게 코요 쿠오가 기획한 이번 본전시에 초청됐다. 그의 작업 '숨 오케스트라'는 사운드, 영상, 드로잉이 결합한 하나의 호흡이다. 한쪽 벽면에는 9~10세 제주 소녀들이 해녀의 숨비소리를 연상시키는 호흡을 수행하는 영상이, 그 맞은편에는 깊은 잠에 든 제주 해녀들의 모습이 담긴 영상이 배치됐다. 관람객들은 불턱에 앉아 공간 전체를 감싸다가 때로는 '훅'하고 파고드는 숨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7일(현지시간) 찾은 베니스 비엔날레 본전시가 열린 아르세날레에서는 한국 작가 요이의 '숨 오케스트라'가 있었다. [사진=윤주혜 기자]
이날 만난 요이는 '물 안의 정적'을 말하고 싶었다고 했다. "보이지도 않고 들리지도 않지만, 그 안에 담긴 감각을 얘기하고 싶었어요. 흔히 보지만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 것에 귀 기울인다는 이번 본전시의 기획 의도(In Minor Keys)와 제 작업이 공유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해요."
60~80대의 해녀들은 때로는 엄하게 꾸짖고, 때로는 칭찬하고 다독이며 요이에게 물질 노하우를 전수했다. 함께 바다를 드나들며 자연스레 관계도 깊어졌다. “물때를 기다리면서 모여 밥 먹고 커피 마시고, 이야기를 나눴죠. 물질이 끝난 뒤엔 같이 목욕하고 옷 갈아입고 청소도 하고요. 두려울 만큼 훅 가까워졌어요.”

7일(현지시간) 찾은 베니스 비엔날레 본전시가 열린 아르세날레에서는 한국 작가 요이의 '숨 오케스트라'가 있었다. [사진=윤주혜 기자]
물질 초반에는 자신의 몸에 귀 기울였다. 발버둥치고 귓속을 파고드는 압력을 느꼈다. 그러다가 바다의 흐름과 구조가 보였다. 달의 움직임에 따라 달라지는 만조와 간조, 자연이 만드는 시간의 리듬에 몸을 맡겼다. 해녀들 사이에서 입으로만 전해지는 바닷속 지형도 하나씩 익혀 나갔다.
그러던 어느 순간 노동의 숨, 연대의 숨이 들렸다. '바다에서 혼자 알아서 해'라는 물질 교육은 시간이 흐를수록 무서웠다. 적막이 가득한 바다가 두려웠다. "그런데 갑자기 정적을 깨고 해녀 한 분이 물 위로 올라오면서 '파-'하고 숨을 고르는 소리가 들렸어요. 보이지 않지만, 그 소리만으로도 안도감이 생겼죠. 내가 지금 혼자 있는 게 아니구나.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지만 정적 속에서 우리가 흔히 말하는 연대를 감각할 수 있었어요."

7일(현지시간) 찾은 베니스 비엔날레 본전시가 열린 아르세날레에서는 한국 작가 요이의 '숨 오케스트라'가 있었다. 사진은 요이 작가. [사진=윤주혜 기자]
그때부터 정적은 '모두가 숨을 참고 물밑에서 일하는 시간'이 됐다.
그렇기에 '숨 오케스트라'는 정적에 대한 이야기다. 요이는 숨의 악보(스코어)를 만들었다. 물에 들어가기 직전 숨을 깊게 끌어모으는 빠른 들숨, 물속에서 숨을 참는 구간, 수면 위로 올라와 회복하는 거친 숨 등 해녀 각자의 들숨과 날숨이 오케스트라처럼 얽혔다. 음악, 요가, 춤 등 몸과 관계를 맺고 있는 이들을 모아 라이브 퍼포먼스 등을 하면서 사운드가 완성됐다.
카메라도 들었다. 물에서 일어난 일들, 물질 끝나고 목욕하면서 했던 얘기들을 기록하고 싶었다. 요이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이를 풀어내기로 했다. 하도리와 인근 마을의 소녀 9명을 모았다. 지금은 여든을 넘긴 해녀들이 처음 물질을 시작했던 나이가 바로 그 즈음이었다. 그는 2년에 걸쳐 소녀들과 '노동의 숨'을 담아낸 영상을 제작했다.
해녀 공동체의 삼춘(마을 어른을 친근하게 부르는 제주 방언)들과는 '잠자는 해녀'의 모습을 담았다. 2~3년에 걸쳐 삼춘들이 물질을 쉬는 날이면 마을회관에 모였다. 밥을 먹고 TV를 보다가 자연스럽게 낮잠 드는 일상의 풍경을 카메라에 담았다. "자다가 누군가 방귀 뀌면 잠깐 깼다가, 또다시 잠들곤 했죠."
그는 해녀를 둘러싼 강인한 여성이란 외부 이미지가 안타까웠다. 물질 장면을 담지 않은 이유다. "과거에는 천한 직업이라는 이유로 해녀에 대해 말하지 않았죠. 한때는 '관광 미스 해녀'라는 이름 아래 미스 코리아처럼 벗고 걸어다니게 하는 행사도 있었고요. 지금은 할머니 혹은 어머니의 모습으로만 그려져요."

7일(현지시간) 찾은 베니스 비엔날레 본전시가 열린 아르세날레에서는 한국 작가 요이의 '숨 오케스트라'가 있었다. [사진=윤주혜 기자]
불턱 역시 회복의 시간을 상징한다. "물속에서만 관계가 유지되는 게 아니에요. 물에서 서로 의지하고 돌봐주려면 회복의 시간이 중요해요. 물질 자체는 자신의 몸과 홀로 싸워야 하는 일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함께해야 가능해요."
그는 해녀 공동체의 끈끈함이 사라지는 현실을 고민한다. "젊은 해녀들은 물질만으로 생계를 유지할 수 없어요. 인플루언서 활동을 하거나 식당을 운영하는 등 지금 시대에 할 수 있는 것들을 해야 하죠. 본질적인 부분이 사라지더라도 지금 시대에 맞게 바꾸면서 유지하는 게 맞는지, 아니면 사라지더라도 원래의 방식을 지켜야 하는지. 두 가지 마음이 있죠."
"당신은 해녀인가"라는 질문에 요이는 답했다. "저는 해녀가 아니라고 보는 게 맞는 것 같아요. 제가 해녀라고 하면 누가 될 것 같거든요. 하지만 해녀를 사랑해요."
이번 프로젝트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삼성문화재단, 타이거 재단과 아메리칸 프렌즈 오브 자이츠 모카와의 파트너십 후원으로 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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