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수출 호조 등에 지난 3월 우리나라 경상수지가 54조원이 넘는 역대 최대 규모 흑자를 기록했다. 중동 전쟁에도 반도체 수출이 방어하면서 흑자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됐다.
한국은행이 8일 발표한 국제수지 잠정 통계에 따르면 올해 3월 경상수지는 373억3000만달러(약 54조4000억원) 흑자로 집계됐다. 2000년대 들어 두 번째로 긴 35개월 연속 흑자 행진이다. 월간 기준 직전 최대인 지난 2월 231억9000만달러를 한 달 만에 훌쩍 훌쩍 뛰어넘었다.
올해 들어 3월까지 누적 경상수지 흑자는 737억8000만달러다. 지난해 같은 기간(194억9000만달러) 대비 3.8배에 달했다. 3개월 만에 지난해 연간(1230억5000만달러) 규모의 절반 이상을 달성했다.
항목별로는 상품수지 흑자가 350억7000만달러로 역대 최대 규모에 달했다. 전년 동월(96억9000만달러)과 비교하면 3.6배 수준이다.
수출(943억2000만달러)은 1년 전보다 56.9% 급증해 가장 컸다. 정보기술(IT) 품목이 반도체와 컴퓨터 주변기기를 중심으로 호조를 지속했고, 비IT 품목도 조업일수 확대, 석유제품 가격 상승의 영향으로 늘었다.
통관 기준으로 컴퓨터 주변기기(167.5%), 반도체(149.8%), 석유제품(69.2%), 무선통신기기(13.1%), 화공품(9.1%) 등이 늘었다.
수입(592억4000만달러)도 17.4% 증가했다. 자본재 수입이 정보통신기기(51.6%), 수송장비(34.8%), 반도체(34.5%) 등을 중심으로 23.6% 증가했다. 원자재 수입은 화공품(20.5%)을 중심으로 8.5% 늘어 6개월 만에 증가로 전환했고, 소비재 수입도 2.1% 증가했다.
서비스수지는 12억9000만달러 적자로 집계됐다. 적자 규모는 전년 동월(-25억1000만달러), 전월(-18억6000만달러) 대비 크게 줄었다. 서비스수지 중 여행수지는 1억4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여행수지는 2014년 11월(+5000만달러) 이후 11년 4개월 만에 흑자 전환이었다. 봄철 국내 여행 성수기와 외국인 관광객 증가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BTS 공연이 열린 가운데 3월 입국자 수는 처음으로 200만명을 넘겼다. 방탄소년단(BTS) 공연을 비롯한 케이팝 관광객 입국 증가도 흑자 전환 요인 중 하나로 해석됐다.
금융계정에서는 외국인의 국내 증시 이탈이 두드러졌다. 직접투자는 내국인의 해외투자가 88억9000만달러, 외국인의 국내투자가 37억7000만달러 각각 증가했다. 증권투자에서는 내국인의 해외투자가 주식을 중심으로 40억달러 증가했지만, 외국인 국내투자는 역시 주식을 위주로 340억4000만달러 감소했다. 특히 중동 지역 리스크와 차익실현에 외국인의 국내 주식투자 감소 폭(-293억3000만달러)은 역대 최대에 달했다.
중동 전쟁에도 흑자 흐름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됐다. 김 국장은 "미국·이란 전쟁과 호르무즈 해협 봉쇄 영향이 4월 들어 상품 수입과 수출에서 조금 영향이 나타났지만, 전체 흐름을 흔들 정도는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경상수지는 4월 이후로도 양호한 흐름이 지속될 것 같다"며 "반도체 수출 호조가 어떻게 이어질지 중동 전쟁이 어떻게 전개될지 등을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부연했다.
다만 4월 경상수지는 흑자 폭이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에너지 가격 상승 분이 반영되는 만큼 원자재 수입 증가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어서다. 원유 도입단가는 지난 3월 배럴당 75.4달러에서 4월 112.3달러로 크게 올랐다.
반도체 호조 역시 중동 전쟁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됐다. 김 국장은 "반도체 공급 물량이 부족하다는 이야기가 나오면서 설비투자를 늘리고 있고, 자본재 수입도 많이 늘고 있다"며 "반도체 수출 가격이나 물량 추이를 보면 (중동 전쟁이) 흔들 상황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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