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에 '관세 인상·주독미군 감축' 칼 빼든 트럼프…"대서양 동맹 균열 우려"

  • 주독 미군 감축 확대도 시사…"5000명보다 더 줄인다"

  • 車 관세도 25% 인상…독일 생산 손실 최대 300억유로 전망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유럽연합(EU)을 상대로 자동차 관세 인상과 독일 주둔 미군 감축이라는 강수를 꺼내 들었다. 미국의 대이란 군사 작전에 비협조적이었다는 이유로 트럼프 대통령이 유럽을 압박하며 대서양 동맹 갈등이 전면화되는 양상이다.

2일(현지시간) CNN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플로리다에서 에어포스원 탑승 전 기자들과 만나 "우리는 병력을 크게 줄일 것이며, 5000명보다 훨씬 더 많이 감축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미 국방부가 향후 6~12개월 내 독일에서 약 5000명을 철수하겠다고 발표한 지 하루도 채 지나지 않아 나온 발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이번 주 초에도 감축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다. 이는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가 이란과의 휴전 협상과 관련해 미국이 "굴욕을 당하고 있다"고 발언한 이후 나온 것이다.

이와 관련해 익명의 미 국방부 고위 당국자는 로이터통신에 메르츠 총리의 언급이 "부적절하고 도움이 되지 않았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이처럼 역효과를 낳는 발언에 정당하게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독일 정부는 이번 결정을 비교적 차분하게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보리스 피스토리우스 독일 국방장관은 dpa통신에 "독일을 포함한 유럽에서 미군 병력 철수는 예상 가능한 일이었다"며 "유럽인들은 우리 안보에 더 많은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독일 정부가 이번 미군 철수 결정을 상징적 조치로 평가절하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더 큰 대서양 균열이 유럽의 경제와 안보를 동시에 위협할 수 있다고 전했다.

베를린 안보 싱크탱크 글로벌공공정책연구소(GPPI)의 토르스텐 베너 소장은 "5000명 규모의 상징적 감축보다 이들 사안이 훨씬 더 중요하다"며 "이란 전쟁에서 막대한 군사 자산을 소모하면서 미군 무기 재고가 빠르게 고갈되고 있는 점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현재 독일에는 약 3만6000명 이상의 미군이 주둔하고 있다. 이 가운데 람슈타인 공군기지는 미 공군 유럽사령부 본부가 위치한 핵심 거점으로, 공중 수송과 공중 투하, 항공 의료 후송 작전 등을 수행하는 부대를 포함하고 있다. 또한 독일에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관련 시설도 위치해 있다.

미국 내에서도 이번 조치를 둘러싼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전 나토 고위 관계자인 고든 데이비스 미 육군 소장은 "의회의 반응을 보면 이번 발표는 충분한 조율 없이 이뤄진 것으로 보이며, 나토 억지력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며 "유럽이나 인접 지역에서의 분쟁에 신속히 대응하는 미국의 능력도 약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실제 감축이 이뤄질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의회는 과거에도 유럽 주둔 미군 감축을 견제해온 만큼 이번에도 유사한 제약이 작용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1기 행정부 시절인 2020년 독일에서 약 1만2000명 감축을 추진했지만, 의회가 국방수권법을 통해 조건을 부과하면서 계획이 사실상 무산된 바 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주독 미군 감축과 함께 관세 카드도 동시에 꺼내 들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일 유럽연합(EU)이 '턴베리 협정'(미국과 EU가 스코틀랜드 턴베리 골프장에서 맺은 무역협정)을 이행하지 않았다며 EU에서 수입하는 자동차와 트럭에 대한 관세를 다음 주 25%로 인상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미국과 EU가 지난해 7월 27일 타결한 무역협상 이전 수준으로 관세를 되돌리겠다는 의미다. 당시 합의는 EU가 7500억 달러 규모의 미국산 에너지·군사장비 구매와 6000억 달러 추가 투자를 조건으로 미국의 상호관세를 15%로 낮추고, 자동차 등 품목별 관세도 15%로 일괄 인하하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모리츠 슐라리크 독일 킬세계경제연구소(IfW) 소장은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자동차 관세를 25%로 올릴 경우 독일이 약 150억유로(약 25조9000억원)의 손실을 입을 수 있으며, 장기적으로는 300억유로(약 51조9000억원)까지 확대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해당 연구소는 구체적인 산출 방식은 공개하지 않았다. 독일 자동차 생산량의 약 40%를 차지하는 폭스바겐그룹은 현재 15% 관세 기준으로도 연간 약 40억유로의 비용 부담이 발생한다고 밝힌 바 있다. 메르세데스-벤츠와 BMW는 미국 현지 생산 비중이 높아 상대적으로 관세 영향이 제한적일 것으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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