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미성년자, 이른바 촉법소년 연령 기준을 둘러싼 정부의 공론화 작업이 사실상 현행 유지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전해졌다. 만 14세 미만은 형사처벌 대신 보호처분 대상으로 두는 현행 제도를 당장 손대기보다 보완책을 마련하겠다는 방향이다.
두 달간의 숙의 과정을 거친 끝에 내린 결론이라면 존중할 필요가 있다. 다만 논쟁의 종착점이 되어서는 안 된다. 촉법소년 문제의 핵심은 나이를 한 살 낮추느냐가 아니라, 청소년 범죄를 어떻게 줄이고 다시 사회로 돌아오게 하느냐에 있기 때문이다.
촉법소년 제도는 미성숙한 청소년에게 성인과 같은 형벌을 부과하기보다 교정과 보호를 우선하자는 취지에서 출발했다. 성장기 청소년은 판단 능력과 충동 조절 능력이 완전히 형성되지 않았고, 환경 변화에 따라 충분히 개선될 가능성도 크다는 점을 고려한 장치다. 국제사회 역시 아동·청소년 사법에서 처벌보다 회복과 재사회화를 중시하는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 단순히 여론이 분노한다고 형사처벌 연령부터 낮추는 접근은 신중해야 한다.
그러나 현실의 불안도 외면할 수 없다. 청소년 범죄가 잔혹해지고 조직화되고 있다는 국민 체감은 분명하다. 학교폭력, 집단폭행, 성범죄, 온라인 범죄 등에서 일부 미성년자가 나이를 방패막이 삼는다는 인식도 퍼져 있다. 피해자와 가족 입장에서는 “어리다는 이유만으로 책임을 면한다”는 박탈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제도가 국민 상식과 지나치게 괴리되면 법에 대한 신뢰도 흔들린다.
따라서 정부가 연령 유지 결론을 내린다면 그에 상응하는 실효적 보완책을 동시에 내놓아야 한다.
첫째, 반복적·중대한 범죄를 저지른 청소년에 대한 보호처분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 현행 소년원 송치나 보호관찰만으로 재범을 막기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맞춤형 심리치료, 학업 복귀, 직업훈련, 가족 상담을 결합한 관리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
둘째, 피해자 보호를 제도 중심에 놓아야 한다. 지금까지 소년사법은 가해 청소년 선도에 초점이 맞춰진 측면이 있었다. 피해 회복, 접근금지, 상담 지원, 손해배상 연계 등 피해자 권리 보장이 병행돼야 사회적 수용성이 높아진다.
셋째, 학교와 지역사회 예방 시스템을 재정비해야 한다. 청소년 범죄 상당수는 가정 해체, 학업 중단, 방임, 중독 문제와 연결돼 있다. 사건이 터진 뒤 법원으로 보내는 방식만으로는 한계가 분명하다. 위기 청소년을 조기에 발견하고 개입하는 교육·복지 연계망이 촘촘해야 한다.
넷째, 통계와 실증에 기반한 재검토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범죄 유형 변화, 재범률, 보호처분 효과 등을 정기적으로 공개하고 일정 기간 뒤 다시 제도를 점검하는 절차가 필요하다. 한번 결정했다고 논의를 봉인할 사안은 아니다.
촉법소년 논쟁은 늘 감정적으로 흐르기 쉽다. 엄벌론은 분노를 달래주지만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수 있고, 보호주의는 원칙은 옳아도 현실 불안을 외면하면 설득력을 잃는다. 정부는 이번 공론화 결과를 계기로 처벌 강화와 인권 보호라는 이분법을 넘어 실질적 재범 방지 시스템 구축에 나서야 한다.
소년범죄에 대한 사회의 목표는 아이를 감옥으로 보내는 데 있지 않다. 다시 범죄를 저지르지 않게 만드는 데 있다. 연령 숫자보다 중요한 것은 제도의 성과다. 국민이 원하는 것도 결국 안전과 회복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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