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시대의 핵심 인프라인 데이터센터가 도심 생활권으로 빠르게 진입하면서 곳곳에서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특히 서울 금천구 독산동 사례는 앞으로 전국에서 반복될 수 있는 전형적인 충돌의 전조다. 자율주행과 실시간 통역처럼 초저지연(ultra-low latency)이 필수인 AI 서비스가 확산되면서 이용자 가까이에 설치되는 ‘에지 데이터센터’ 수요는 폭증하고 있다. 문제는 기술의 속도에 비해 사회의 수용 구조가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먼저 분명히 해야 할 것은 데이터센터의 도심 진입은 선택이 아니라 필연이라는 사실이다. 과거 산업시설은 외곽으로 밀어낼 수 있었지만, 데이터센터는 ‘거리’ 자체가 경쟁력이다. 지연 시간을 줄이기 위해서는 이용자 인근에 있어야 하고, 이는 곧 도심 입지를 요구한다. AI 경쟁력은 결국 데이터 처리 속도에서 갈리며, 속도를 포기하는 순간 산업 경쟁력도 함께 무너진다.
그러나 그렇다고 사회적 합의를 무시할 수도 없다. 지금의 갈등은 단순한 오해나 소통 부족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데이터센터는 막대한 전력을 소비하고, 냉각 설비에서 발생하는 소음과 열, 전력망 점유 등 명백한 물리적 부담을 동반한다. 이는 주민이 실제로 감내해야 하는 비용이며, 단순한 설명이나 홍보로 해소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갈등의 본질은 ‘심리’가 아니라 ‘비용’이다.
따라서 해법 역시 달라져야 한다. 첫째, 속도와 합의를 대립시키는 접근에서 벗어나야 한다. 필요한 것은 속도를 늦추는 것이 아니라, 합의를 빠르게 만드는 제도다. 사전 승인 구역을 설정하고, 표준화된 입지 기준과 절차를 마련해 갈등을 사전에 줄여야 한다. 일정 기준을 충족한 사업에 대해서는 패스트트랙 방식의 신속한 인허가를 적용하되, 그 전제는 투명한 정보 공개와 사전 협의다. 속도와 합의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동시에 달성해야 할 설계 과제다.
둘째, 이익 공유 구조를 현실적으로 재설계해야 한다. 데이터센터는 고용 창출 효과가 제한적인 ‘저고용 인프라’다. 따라서 일자리 창출을 전면에 내세운 보상 논리는 설득력이 떨어진다. 대신 전력 요금 환원, 지역 발전 기금 조성, 디지털 인프라 무상 제공 등 주민이 체감할 수 있는 직접적인 경제적 보상으로 전환해야 한다. 부담이 발생하는 만큼 그에 상응하는 보상이 따라야 한다는 것이 시장 원리다.
셋째, 국가와 지역의 역할을 명확히 구분해야 한다. 국가는 입지 가능 기준과 안전 규제를 설정하고, 지역은 그 범위 내에서 수용 여부와 조건을 협상하는 구조가 바람직하다. 지금처럼 기준도 없이 지역 갈등에 모든 부담을 떠넘기는 방식도 문제지만, 반대로 중앙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방식 역시 지속 가능하지 않다. 상향식 참여와 하향식 기준은 충돌하는 개념이 아니라, 기능을 분담해야 할 두 축이다.
넷째, 외부 불경제에 대한 ‘가격화’와 ‘자동 보상’ 체계를 도입해야 한다. 소음, 열, 전력 부담 등 객관적으로 측정 가능한 피해는 실시간 공개하고, 일정 기준을 초과할 경우 자동으로 보상이 이뤄지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이는 갈등을 줄이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다. 설명이 아니라 제도, 신뢰가 아니라 보상이 갈등을 해소한다.
데이터센터 갈등은 특정 지역의 문제가 아니다. AI 시대가 깊어질수록, 에지 인프라가 확산될수록 이 같은 충돌은 더 자주, 더 크게 나타날 것이다. 이를 단순한 민원으로 취급하거나 일시적 현상으로 치부한다면 같은 갈등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
AI 시대의 경쟁력은 기술 그 자체보다, 그 기술을 사회와 어떻게 연결하느냐에 달려 있다. 데이터센터 갈등은 그 시험대다. 이제는 속도와 합의를 대립시키는 단순한 구도를 넘어, 비용과 보상을 포함한 현실적 해법으로 나아가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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