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뻔한 틴 호러(Teen Horror)인줄 알았는데, 의외로 정통의 오컬트… '기리고'

  • 넷플릭스 시리즈 '기리고'

* 이 리뷰는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사진넷플릭스
[사진=넷플릭스]

‘기리고’라는 앱이 있다. 사주를 적은 종이를 들고 소원을 말하고 그 모습을 영상으로 찍어 전송하면 소원을 이루어주는 앱이다. 소원이 이뤄지면 24시간 타이머가 작동되고 24시간 후 소원을 빌었던 사람은 죽음을 맞는다.
 
많이 들어본 스토리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하이틴 공포 장르의 영화들에서 자주 접했던 기억이 있다. 넷플릭스 시리즈 ‘기리고’ 역시 교복을 입은 아이들이 장난삼아 앱을 실행해 소원을 빌고 처참하게 죽음을 맞는 것으로 시작한다.
 
2회 중반까지만 해도 남들이 이미 지나갔던 닳고 닳은 그 길을 착실히 따라가는 줄 알았던 ‘기리고’는 방향을 틀어 무당 햇살(전소니)과 그의 파트너 방울(노재원)에게 포커스를 맞추더니 전혀 새로운 길로 거침없이 나아간다.
 
그 새로운 길이라 함은 ‘K-오컬트’의 길이라 해야 할까. ‘기리고’는 생각보다 더 본격적으로 한국 전통의 무속을 다룬다. 스마트폰 앱을 물리치는 K-무속의 힘. 매우 이질적인 두 개의 ‘슈퍼파워’가 제법 세게 부딪혀 시리즈 내내 불꽃이 튄다.
 
먼저 스마트폰의 ‘슈퍼파워’는 수위를 타협하지 않는 ‘고어’한 묘사로 충분히 알 수 있다. 중학생 시절부터 절친이었던 5인방 중에서 가장 먼저 목숨을 잃는 형욱(이효제)이 어떻게 죽는가하면 큰 커터칼로 자신의 목을 긋는다. ‘기리고’는 그 장면을 편집으로 감추지 않는다. 심지어 클로즈업해서 자세하게 보여줄 뿐 아니라 반복해서 등장시킨다.
 
심약한 ‘쫄보’ 시청자들은 1차로 이 시점에서 중도 탈락. ‘기리고’ 앱의 저주에 홀려버린 건우(백선호)가 자신의 손톱으로 생눈을 ‘삭’ 그어버리는 장면에서 2차 탈락. 자, 이제 ‘찐’ 호러팬들이 남아 앞으로 펼쳐질 ‘슬래셔’ 난장판을 기대하게 되는데, 그 지점에서 신령님 보호를 받는 뽀얀 햇살이 등장한다.
 
사진넷플릭스
[사진=넷플릭스]
 
무당 커플인 햇살과 방울이의 등장으로 나름 법도를 갖춘 절차에 따라 ‘앱’이 퍼뜨리는 저주를 멈추기 위해, K-무속의 요긴한 아이템들이 신령님의 ‘파워’가 실려 기가 막힌 ‘신기’를 발휘한다.
 
‘기리고’를 계속 보게 하는 힘은 최신의 스마트폰 앱에 들린 악귀와 한국적인 무당이 어떻게 맞붙어 싸우는가에 있다. 이른바 ‘매흉’이라고도 하는 저주 걸린 ‘붉은 폰’을 찾아서 햇살의 ‘화살’을 꽂아야 게임이 끝난다. 그런데 이 흉포한 ‘기리고’ 앱은 보통의 신력으로는 당최 잡히지 않으니 고비고비 위기가 찾아오고 세아(전소영)와 건우, 하준(현우석)과 나리(강미나) 이 4인방의 친구들이 어찌저찌 힘겹게 사투를 이어간다.
 
잠깐 나타나서 찔끔 도와주고 사라지는 기존의 무당 캐릭터와는 달리 ‘기리고’에서 햇살과 방울은 목숨까지 바칠 기세로 어린 친구들을 돕는다. 그러니 ‘기리고’는 본격 K-무속 오컬트로서 자격이 충분하며 바로 그 점이 이 시리즈가 그저 그런 ‘틴 호러(Teen Horror)’ 사이에서 도드라지는 이유다.
 
다만 이왕 19금 딱지를 붙이고 ‘고어’한 장면을 대놓고 보여주기로 한 마당에 이왕이면 다양한 ‘고어’와 ‘슬래셔’의 면모를 좀 더 보여줘도 되지 않았을까 싶은 아쉬움이 없지 않다.
 
잔인한 영상의 초반 충격이 시리즈 내내 누그러지고 그 자리를 오컬트의 신묘함으로 온전히 대체됐다면 좋았겠지만 생각보다 강도가 세지 않다. 호러의 긴장감이 팽팽하지 않다는 말이다. 특히 ‘붉은 폰’ 저주의 기원을 알려주는 과거의 스토리가 거의 한 회를 다 잡아먹고 있으니 그 대목에서 시리즈의 서스펜스가 푹 꺼지는 기분이다.
 
‘기리고’는 잔인하기는 할 지언정 무섭다고 보기는 힘들다. 공포보다는 ‘매흉’을 없애려는 고등학생 4인방과 무당 2인조의 ‘무속 활극’에 더 가깝다.
 
그렇더라도 ‘기리고’는 이야기의 허술함이 으레 장식처럼 주렁주렁 달린 보통의 하이틴 호러물과는 확실히 다른 면이 있다. 헐겁지 않은 서사와, 확립된 법칙과, 어린 신예 배우들의 호연이 있다. 뻔할 것 같다는 이유로 매몰차게 외면해버리기에는 좀 아깝다. ‘기리고’는 4월 24일 넷플릭스에 8회 전편이 공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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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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