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거용 공장의 역설] 전문가들 "지산 주거 전환, '장밋빛 구상' 넘으려면 삼중 장벽부터 걷어야"

  • 구조 규제·구분소유 등 제도 개선 산적… 전문가 "민간 주도 기반도 조성해야"

서울 전경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서울 전경.[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공실이 누적되는 지식산업센터(지산)를 주거 시설로 전환하겠다는 정부 구상이 가시화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제도·기술·비용 측면의 삼중 장벽을 먼저 해소하지 않으면 정책 선언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빠른 공급을 위해서는 지산 부지 자체 용도변경을 통한 재건축이나 임대 규제 완화가 현실적 대안이라는 제언도 나왔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상업시설과 지산을 준주거·주거 용도로 전환하는 방안의 후속 조치를 검토 중이다. 국내 지산은 착공 예정 물량까지 포함해 약 1500곳으로, 이 중 77%인 1200곳이 서울·수도권에 집중돼 공급 과잉 양상을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주거 전환의 첫 번째 관문으로 물리적 구조 문제를 꼽는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호별로 배관·상하수·변기 배관을 새로 깔아야 하고, 차음 성능을 갖춘 벽체 시공도 필수라 실제 비용이 크게 상승한다"고 지적했다. 2021년 정부가 생활형숙박시설(생숙)을 오피스텔로 전환하도록 유도했지만 복도 폭·주차 기준 미충족으로 실제 전환이 이뤄지지 못한 사례가 속출한 것이 반면교사로 꼽힌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기술적 접근으로 다락방 층고 규정 완화를 제안했다. 그는 "현행 규정상 다락방 높이가 1.5m 이하로 제한돼 있는데, 이를 2m 수준으로만 완화해도 지산 공간 활용도가 크게 높아질 것"이라며 "이행강제금을 감내하면서까지 다락방을 활용하는 중소기업이 있을 만큼 규정과 현실의 괴리가 크다"고 지적했다.
 

구분등기 구조도 핵심 걸림돌이다. 지산 대부분이 호실별로 소유주가 다른 구분등기 방식으로 분양돼 있어 건물 전체를 전환하려면 일반 정비사업 수준의 동의율 절차가 불가피하다. 이 연구위원은 "국내는 건축 규제와 용도 변경 기준이 엄격하고 구분소유 구조가 복잡해 실효성이 낮다"고 강조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국토부의 부처 칸막이, 지구단위계획 변경 절차도 지자체 실행을 막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이 연구위원은 "지자체 실무 레벨에서 실행을 위한 명확한 근거 규정이나 지침이 우선 마련돼야 한다"고 밝혔다.
 
대안으로는 부지 자체의 용도변경을 통한 재건축과 임대 제한 완화 병행이 거론된다. 오창환 고양시 지식산업센터협의회 회장은 "기존 지산 부지 용도를 변경해 오피스텔이나 공동주택으로 재건축하는 방식이 가장 현실적"이라며 "부대시설로 분류된 기숙사의 임대 제한을 완화해 일반인에게도 임대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하는 방안도 함께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민간 참여 유도의 필요성도 제기된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공공만 지산을 매입해 공급하는 방식은 다른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며 "미분양 지산 기준을 완화해 민간이 주거용으로 분양할 수 있도록 하면 주택 공급 효과도 있고, 사업자에게도 출구가 생긴다"고 강조했다. 앞서 LH토지주택연구원도 지난해 보고서에서 "비주거를 통한 주택 공급의 경우, 공공 매입과 함께 민간이 자발적으로 전환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고 제언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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