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지아의 산업예보] 사후정산제 폐지 공감대 확산...정유·주유업계 관행 변화 분위기

  • 최고가격제 도입에 주유소 수익성 부담 부각

  • 국회·정부·업계, 사후정산·전속거래 개선 공감대

  • 혼합거래·정산 방식 개편 등 구조 변화 논의

인공지능으로 생성한 이미지 사진Gemini
인공지능으로 생성한 이미지 [사진=Gemini]

오늘의 정유·주유업계 흐림

이란 전쟁 여파로 국제 유가가 급등하고 정부가 석유 최고가격제를 도입하면서 국내 석유 유통 구조를 둘러싼 개선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2일 업계에 따르면 가격 통제 환경에서 주유소 수익성 부담이 부각되자 사후정산제와 전속거래제 등 기존 관행을 손질해야 한다는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정치권과 정부, 업계도 제도 개선 논의에 본격 착수했다.

더불어민주당 '을(乙) 지키는 민생 실천 위원회'는 전날 국회에서 정부 및 정유·주유업계와 함께 '주유소-정유업계 사회적 대화 기구' 회의를 열고 사후정산거래와 전속거래 관행 개선에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밝혔다. 사후정산제 폐지 및 정산 방식 개선, 전속거래 완화 등이 주요 논의 대상이다.
 
사후정산제, 가격 미확정 거래 구조 논란
인공지능으로 생성한 이미지 사진ChatGPT
인공지능으로 생성한 이미지 [사진=ChatGPT]
사후정산제는 석유제품 출하 시점에 공급가를 확정하지 않고 일정 기간이 지난 뒤 국제 유가와 환율 변동을 반영해 최종 가격을 정산하는 방식이다. 정유사가 제품을 먼저 공급하고 이후 가격을 결정하는 구조로 주유소가 가격을 모른 채 제품을 매입해야 한다는 점에서 가격 변동 리스크를 떠안는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특히 이번 최고가격제 도입 과정에서 사후정산제의 불확실성이 부각됐다. 최고가격제는 3월 13일 0시부터 적용됐지만, 주유소가 이달 1일부터 12일까지 공급받은 물량은 사후정산 구조상 최종 매입가격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였다.

이로 인해 주유소들은 향후 정산 가격에 따라 수익성이 크게 달라질 수 있는 상황에서 가격 규제 국면에 진입하게 됐고, 가격 변동 부담이 확대됐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정부가 정유사 공급가격에 상한을 설정하면서 기존에 높은 가격에 확보한 물량의 수익성 악화 우려도 함께 제기됐다.

다만 사후정산제는 원유 수입부터 정제·공급까지 4~8주가량 소요되는 리드타임 동안 발생하는 유가 및 환율 변동 리스크를 분산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다. 실제 현장에서는 최초 입금가보다 최종 정산가가 낮아지는 경우가 많아 '사후할인제'로 인식되기도 한다. 또한 주유소가 판매시점 확정가 방식과 사후정산 방식 중 선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일정 수준의 자율성이 존재한다는 평가도 있다.

법적으로도 해당 제도는 불공정거래로 인정되지 않았다. 대법원은 2013년 판결에서 사후정산제가 주유소에 일방적으로 불리하거나 공정거래를 저해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한 바 있다. 그럼에도 가격 결정 구조의 불투명성에 대한 문제 제기는 지속돼 왔다.
 
전속거래제, 가격 선택권 제한·경쟁 저해 지적도
인공지능으로 생성한 이미지 사진ChatGPT
인공지능으로 생성한 이미지 [사진=ChatGPT]
전속거래제(폴 사인 제도) 역시 함께 논의 대상에 올랐다. 이 제도는 주유소가 특정 정유사와 계약을 맺고 해당 브랜드 제품만 판매하는 구조로, 1970~80년대 정유사의 판매망 확보와 주유소의 초기 투자 부담 완화를 위해 형성됐다. 정유사는 시설 투자 지원과 브랜드 사용, 운영 노하우 등을 제공하고, 주유소는 안정적인 공급과 브랜드 경쟁력을 확보하는 상생 구조로 평가돼 왔다.

그러나 전속거래는 주유소의 가격 선택권을 제한하고 협상력을 약화시킨다는 비판도 꾸준히 제기됐다. 이에 따라 최근 논의에서는 일정 비율 내에서 다른 정유사 제품을 함께 취급하는 '혼합거래' 허용과 계약 기간 단축 등이 대안으로 거론된다.

국내외적으로도 제도를 전면 폐지하기보다는 투명성과 공정성을 강화하는 방향이 주된 흐름이다. 미국과 일본은 사전 가격 고지 제도를 운영하고 있으며, 일부 국가는 제3자 검증을 통해 가격 산정 과정을 관리하고 있다. 정산 주기 단축이나 정산 내역 공개 역시 현실적인 개선 방안으로 제시된다.

업계는 사후정산제와 전속거래제가 시장 구조 속에서 형성된 제도인 만큼 일정한 순기능이 있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다만 최근과 같은 고유가 국면에서 제도에 대한 사회적 문제 제기가 커진 만큼, 투명성 강화와 합리적인 개선 논의에는 참여하겠다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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