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둘러싼 분위기가 사뭇 달라졌다. 한때는 금융시장 전체를 흔들 뇌관처럼 거론됐지만 최근에는 “위기가 지나갔다”는 말이 자주 들린다.
당국 설명만 놓고 보면 그렇게 볼 수도 있다. 금융위원회가 작년 말에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25년 9월 말 기준 금융권 PF 익스포저는 177조9000억원으로 전 분기보다 8조7000억원 줄었고, PF대출 연체율은 4.24%로 전 분기보다 0.15%포인트 하락했다. 유의·부실우려 여신도 18조2000억원으로 2분기 연속 감소했고, 정리·재구조화가 완료된 사업장은 16조5000억원 규모로 집계됐다. 표면적인 숫자만 보면 당국이 말하는 ‘연착륙’은 어느 정도 성과를 낸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현장을 볼 때 더 경계해야 하는 순간은 오히려 이런 때다. 모두가 위기라고 말할 때보다, 이제 괜찮아졌다고 안도하기 시작할 때가 더 위험할 수 있다. PF는 숫자 몇 개가 안정됐다고 구조적 문제가 사라지는 시장이 아니다. 우량 사업장에는 다시 돈이 돌 수 있다. 그러나 비우량 사업장까지 살아났다고 보기는 어렵다. 금융위원회 자료에도 ‘사업성 양호 사업장 중심’으로 신규 자금이 공급되고 있다고 적혀 있다. 이는 반대로 말하면 사업성이 떨어지는 곳, 특히 분양 전망이 어두운 지방 사업장이나 비주택 현장은 여전히 자금시장 바깥에 머물러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당국 자료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불안 신호는 아직 뚜렷하다. 같은 2025년 9월 말 기준 중소금융회사들의 토지담보대출 연체율은 32.43%에 달했다. PF 본대출 이전 단계이거나 사업 초기 리스크가 큰 토지 관련 자산에선 부실 압력이 여전히 높다는 얘기다. 더구나 이 수치는 분모인 대출잔액이 크게 줄어든 가운데 연체액이 늘어난 결과다. 다시 말해 시장이 건강하게 회복돼 연체율이 낮아지는 모습과는 결이 다르다. 부실 자산을 털어내는 과정에서 표면 수치가 달라졌을 뿐, 사업장 곳곳의 체력 자체가 좋아졌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주택시장도 PF 불안을 완전히 지워주지 못하고 있다. 국토교통부의 2026년 1월 주택통계에 따르면 전국 미분양 주택은 6만6576호로 전월보다 0.1% 늘었다. 더 눈에 띄는 것은 준공 후 미분양이다. 이른바 ‘악성 미분양’으로 분류되는 준공 후 미분양은 2만9555호로 한 달 새 3.2% 증가했다. 게다가 비수도권 물량이 2만5612호로 전체 준공 후 미분양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집을 다 지어놓고도 팔리지 않는다는 것은 분양시장 부진을 넘어 사업장의 현금흐름이 막히고 있다는 의미다. PF 부실이 조용해졌다는 말과 지방 사업장의 현실 사이에 온도차가 큰 이유다.
문제는 시간이 갈수록 괴리가 커질 수 있다는 점이다. 수도권 핵심지나 선별된 사업장은 회복할 가능성이 높지만 지방은 공사비 상승, 분양성 악화, 착공 지연, 미분양 누적이 한꺼번에 얽혀 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발표한 ‘2026년 건설산업의 7대 주요 이슈’에서 2025년 건설투자가 8.8% 급락한 상황이고, 착공 지연에 따른 건축투자 부진이 3년 가까이 계속되고 있으며, 미분양 등 주택사업 리스크로 인해 건설경기 회복세가 더딜 것으로 진단했다.
이런 상황에서 PF를 둘러싼 시선이 지나치게 금융지표 중심으로 흐르는 것도 경계할 대목이다.
당국의 관리 노력 자체를 폄훼할 이유는 없다. 실제로 정리·재구조화가 이뤄졌고, 일부 지표는 개선됐다. 다만 지금 필요한 것은 성과를 서둘러 선언하는 일이 아니라 남은 취약지점을 끝까지 추적하는 일이다. PF 시장이 잠잠하다고 해서 안심할 단계는 아니다. 숫자가 조용하다고 현장까지 조용한 것은 아니다. 건설부동산 시장은 늘 그 틈에서 균열이 시작됐다. 지금 PF 시장을 보는 데 필요한 건 낙관보다 점검이고, 안도보다 의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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