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임 수장 임명을 앞둔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공공임대 비중 확대와 기능 분리를 두 축으로 한 개혁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집값 급등으로 무주택자·청년층의 내 집 마련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임대주택을 주거 사다리로 재정립하겠다는 정부 구상도 본격화하는 모양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LH 개혁위원회는 현재 공공분양과 공공임대 비중 재조정, 조직 분리 등 핵심 과제에 대한 연구용역을 진행 중이다. 이를 검토한 뒤 공식 개혁안에 반영한다는 방침이다. 국토교통부는 관련 개혁안을 두고 막판 의견 조율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급 방식 개편과 관련해서는 단기간에 공공분양 중심의 공급 구조를 바꾸기 어려운 만큼, 임대 비중을 점진적으로 확대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임대 비중 확대가 LH의 수익 구조에 미칠 영향을 최소화하면서도 공공주택 공급 기능을 유지하는 균형점을 찾는 것이 개혁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개혁위 관계자는 “임대 비중을 늘리되 분양 물량이 과도하게 줄면 LH의 교차보전 수익이 감소하는 만큼, 부채와 운영비, 적자 기간 등을 고려해 적정 임대 비중이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LH의 토지 직접 보유를 강화하는 공급 기능 개편도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토지임대부 주택이 대표적이다. 해당 주택은 공공이 토지를 보유하고 건물만 분양하는 방식으로 초기 분양가를 크게 낮출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토지를 매각하지 않고 보유함으로써 장기적으로 공공임대 공급 여력을 확보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해 LH의 민간 토지 매각 대신 공공택지 내 모든 주택을 공공이 직접 공급하도록 지시한 바 있다. 토지의 공공성을 강조해온 정책 기조를 고려할 때 향후 공급 유형에서도 토지임대부 주택 비중이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업계 전언이다.
아울러 조직 개편 논의도 구체화하고 있다. 유력하게 거론되는 방안은 LH를 개발 기능(가칭 토지주택개발공사)과 임대 관리·주거복지 기능으로 분리하는 안이다. 개발 기능은 택지 개발과 공공주택 건설을 전담하는 별도 법인 형태로, 임대 관리와 주거복지 기능은 독립 조직으로 나누는 방식이다.
LH 총부채 약 160조원 가운데 100조원가량이 임대사업에서 비롯된 점도 개편 논의의 배경으로 꼽힌다. 공공임대 부채를 별도 조직으로 분리해 재무 부담을 완화하는 동시에 공공주택 공급 기능을 강화하려는 취지다.
개혁위는 개편 이후 LH의 가상 재무제표를 산출해 분리 효과를 수치로 검증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주택도시기금 운영과 주택관리공단 등 LH 산하 자회사에 대한 기능 배분 방안도 연구용역을 통해 시뮬레이션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대규모 공기업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작업인 만큼 상당한 진통도 예상된다. 개혁 이후 자산·부채·인력 배분 등 세부 조정에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 제시된 개혁안 등을 참고해 재무 시뮬레이션과 용역 검토를 통해 보다 정교한 실행 계획을 마련하고 있는 단계”라며 “이르면 4~5월 사장 선임을 계기로 개혁 방향이 보다 구체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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