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감찬함, 국제 함대와 나란히, 인도 태평양서 커지는 한국 해양 영향력

2월 18일 열린 2026 인도 국제관함식IFR에서 인도 전투기 편대가 벵골만 상공을 비행하고 있다 사진인도 국방부
2월 18일 열린 2026 인도 국제관함식(IFR)에서 인도 전투기 편대가 벵골만 상공을 비행하고 있다. [사진=인도 국방부]
인도 동부 항구도시 비사카파트남 앞바다. 거친 파도가 이는 벵골만 위로 각국 국기를 단 군함들이 일제히 모습을 드러냈다. 수평선 끝까지 이어진 회색 함정의 행렬은 그 자체로 하나의 거대한 해상 무대였다.

그 중심에서 태극기를 단 대한민국 해군의 4,400톤급 구축함 강감찬함이 묵직한 선체를 앞세워 전진했다. 주변에는 18척의 참가 함정이 일정한 간격을 유지하며 항진했고, 갑판 위 장병들은 일제히 정렬해 거수경례로 국제 함대의 일원이 된 한국 해군의 존재감을 알렸다.

지난 18일 열린 ‘2026 국제함대사열(IFR)’ 현장은 명실상부한 세계 해군력의 집결지였다. 70여 개국이 참가한 이번 행사는 인도가 주최한 세 번째 국제함대사열로, 인도양과 인도·태평양 해역의 안보 협력 구도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무대였다.
 
대한민국 해군 4400톤급 구축함 강감찬함DDH-II이 2월 18일 비사카파트남 해상에서 열린 2026 국제함대사열IFR에 참가해 항해하고 있다 사진김희수 기자
대한민국 해군 4,400톤급 구축함 강감찬함(DDH-II)이 2월 18일 비사카파트남 해상에서 열린 2026 국제함대사열(IFR)에 참가해 항해하고 있다. [사진=김희수 기자]
대한민국 해군 4400톤급 구축함 강감찬함DDH-II이 2026 인도 국제관함식IFR 기간 중 비사카파트남 해상에서 항해하고 있다 사진인도 국방부
대한민국 해군 4,400톤급 구축함 강감찬함(DDH-II)이 2026 국제함대사열(IFR) 기간 중 비사카파트남 해상에서 항해하고 있다. [사진=인도 국방부]
“푸른 바다 자산”… 강감찬함에 쏠린 시선

수십 척의 다국적 함정이 국기를 펄럭이며 항해하는 가운데, 강감찬함은 단연 눈길을 끌었다. 날렵한 상부 구조와 안정적인 항해 자세는 원양작전 능력을 갖춘 ‘블루워터 네이비’의 상징이었다.

현지 국영방송 Doordarshan은 생중계 도중 강감찬함을 “핵심 블루워터 자산”으로 소개하며, 아덴만 파병 등 한국 해군의 국제 해상안보 기여 이력을 집중 조명했다.

강감찬함은 충무공 이순신급(KDX-II) 구축함 5번함으로, 2006년 진수돼 2007년 실전 배치됐다. 대잠·대공·대수상 작전을 모두 수행할 수 있는 다목적 구축함으로, 한국 해군의 원해 작전 능력을 떠받치는 주력 전력이다.

이번 참가를 위해 지난 1월 30일 제주 해군기지를 출항한 강감찬함은 성공적으로 국제관함식 해상 사열을 마친 뒤, 현재 다국적 연합 해상훈련인 ‘밀란(MILAN)’에 합류해 오는 25일까지 훈련 일정을 소화한다.
 
국제관함식IFR 및 인도양해군심포지엄IONS 한국 대표단장을 맡은 김경철 대한민국 해군 소장이 19일 비사카파트남에서 아제이 코차르 인도 안다만·니코바르 통합사령부 사령관중장을 예방하고 있다 사진인도 국방부
국제함대사열(IFR) 및 인도양 해군 심포지엄(IONS) 한국 대표단장을 맡은 김경철 대한민국 해군 소장이 2월 19일 비사카파트남에서 아제이 코차르 인도 안다만·니코바르 통합사령부 사령관(중장)을 예방하고 있다. [사진=인도 국방부]
다국적 해군 훈련 ‘밀란MILAN 2026’에 참가한 각국 해군 대표단이 2월 19일 비사카파트남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다국적 해군 훈련 ‘밀란(MILAN) 2026’에 참가한 각국 해군 대표단이 2월 19일 비사카파트남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인도 국방부]
‘바다로 연결된 세계’

이번 국제함대사열의 주제는 ‘United Through Oceans(바다로 하나 되다)’였다. 인도 대통령 드라우파디 무르무는 연설에서 “건전한 해양 질서는 공동 책임과 협력에서 출발한다”며 “오늘의 함대는 바다가 우리를 나누는 것이 아니라 연결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2월 18일 비사카파트남에서 열린 2026 국제관함식에서 인도 해군 항공모함 비크란트함INS Vikrant을 선두로 다수의 함정이 대형을 이루고 있다 사진인도 국방부
2월 18일 비사카파트남에서 열린 2026 국제함대사열(IFR)에서 인도 해군 항공모함 비크란트함(INS Vikrant)을 선두로 다수의 함정이 대형을 이루고 있다. [사진=인도 국방부]
18일 비사카파트남에서 열린 2026 국제관함식 에어쇼에서 인도 공군 전투기들이 편대 비행을 하고 있다 사진인도 국방부
2월 18일 비사카파트남에서 열린 2026 국제함대사열(IFR) 에어쇼에서 인도 공군 전투기들이 편대 비행을 하고 있다. [사진=인도 국방부]
2월 18일 비사카파트남에서 열린 2026 인도 국제관함식IFR에서 해군 헬기가 플레어를 발사하며 공중 기동 시범을 펼치고 있다 사진인도 국방부
2월 18일 비사카파트남에서 열린 2026 국제함대사열(IFR)에서 해군 헬기가 플레어를 발사하며 공중 기동 시범을 펼치고 있다. [사진=인도 국방부]
행사가 열린 벵골만은 고대 인더스 문명과 동남아, 아프리카를 잇던 해상 교역로이자, 촐라 왕조의 원정선이 오갔던 역사적 공간이다. 이곳에 위성통신, 스텔스 설계, 고성능 레이더를 갖춘 최신 전력이 집결했다는 점은 인도의 해양 전략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주최국 인도 해군은 이번 행사에서 첫 국산 항공모함 INS 비크란트와 최신 구축함·호위함을 전면에 내세우며 ‘자립형 해군’ 비전을 과시했다.
 
나라 찬드라바부 나이두 인도 안드라프라데시 주 총리왼쪽에서 네 번째가 2월 18일 비사카파트남에서 열린 2026 인도 국제관함식IFR에서 해군 및 정부 고위 관계자들과 함께 레드카펫을 따라 이동하고 있다 사진인도 국방부
나라 찬드라바부 나이두 인도 안드라프라데시 주 총리(왼쪽에서 네 번째)가 2월 18일 비사카파트남에서 열린 2026 국제함대사열(IFR) 에서 해군 및 정부 고위 관계자들과 함께 레드카펫을 따라 이동하고 있다. [사진=인도 국방부]
 
드라우파디 무르무 인도 대통령이 2월 18일 비사카파트남에서 열린 2026 인도 국제관함식IFR에서 해상 사열을 하며 경례하고 있다 사진인도 국방부 제공
드라우파디 무르무 인도 대통령 (오른쪽에서 세번째)이 2월 18일 비사카파트남에서 열린 2026 국제함대사열(IFR)에서 해상 사열을 하며 경례하고 있다. [사진=인도 국방부 제공]
드라우파디 무르무 인도 대통령이 2월 18일 열린 2026 인도 국제관함식IFR에서 인도 해군 수뇌부와 함께 해상 사열을 하고 있다 사진인도 국방부
드라우파디 무르무 인도 대통령이 2월 18일 열린 2026 국제함대사열(IFR)에서 인도 해군 수뇌부와 함께 해상 사열을 하고 있다. [사진=인도 국방부]
한·미·일·호주… 인도·태평양 연대 과시

강감찬함 뒤로는 일본, 호주, 동남아 국가들의 함정이 차례로 이어졌다. 인도·태평양 핵심 국가들이 대거 참여하면서, 이번 행사는 사실상 해상 안보 연대의 축소판으로 평가됐다.

현장에서 만난 한 군 관계자는 “이제 해군력은 단순한 국방 수단을 넘어 외교·산업·안보를 잇는 전략 자산”이라며 “강감찬함의 참가 자체가 한국의 위상 변화를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번 함대사열과 연계해 한국 해군 대표단은 ‘인도양 해군 심포지엄(IONS)’ 총회에도 처음으로 옵서버 자격으로 참석했다. 각국 대표단과의 양자 회담을 통해 군수지원, 함정 유지·보수, 방산 협력 방안도 논의했다.

한국 해군은 이 자리에서 ‘토털 솔루션’형 군수·정비 지원 전략을 소개하며, K-방산의 경쟁력을 적극 홍보했다. 단순한 전력 과시를 넘어 산업과 연계된 ‘해군 외교’가 본격화되고 있다는 평가다.

해질 무렵, 다국적 함대의 대형 퍼레이드가 마무리될 무렵 강감찬함은 서서히 항로를 바꿔 동쪽으로 향했다. 선미에 남긴 흰 물보라와 함께 항해등이 하나둘 켜졌다.

고대 범선이 오가던 바다 위에서, 한국 구축함은 이제 세계 해양 질서의 한 축으로 자리 잡고 있었다. 군사력과 기술력, 외교력이 결합된 ‘항해하는 국가 전략’이 벵골만 위에서 현실로 구현되고 있었다.
강감찬함의 항진은 단순한 군함의 이동이 아니라, 인도·태평양을 향한 한국의 존재 선언이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댓글0
0 / 300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