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려움은 없었고 계산은 정확했다. 한국의 Z세대는 그렇게 하늘을 날아 한국 스포츠의 지형을 새로 그렸다.
이탈리아 리비뇨 스노파크에서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스노보드 여자 빅에어 결선.
2008년생, 이제 막 성인이 된 고등학생 유승은은 공중에서 네 바퀴를 돌며 한국 설상 스포츠의 한계를 넘어섰다. 결과는 동메달이었다. 그러나 의미는 그 이상이다.
한국 설상 종목 통산 세 번째 메달이자, 여자 선수로는 최초의 설상 메달, 프리스타일 종목 사상 첫 올림픽 메달이다. 기록은 숫자로 남지만, 이 장면은 시대를 상징한다.
그럼에도 이 빅에어는 단순한 ‘점프’가 아니다. 급경사 슬로프를 내려온 뒤 단 한 번의 기술로 모든 것을 증명해야 하는 종목이다.
회전의 난도, 공중에서 보드를 잡는 그랩의 완성도, 착지의 안정성까지—실수의 여지는 거의 없다. 종목은 한국 Z세대와 닮아 있다. 실패를 두려워하기보다 시도 자체를 즐기고, 규칙 안에서 가장 대담한 선택을 한다. 완벽한 안전지대보다 계산된 위험을 감수하는 태도, 그것이 이 세대의 언어다.
유승은의 점프에는 그 감각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국제대회에서도 쉽게 시도하지 않는 최고 난도 기술을 그는 올림픽 무대에서 꺼내 들었다. ‘백사이드 트리플 콕 1440.’ 이름만큼이나 복잡한 기술을 그는 담담하게 성공시켰다.
세 번째 시기에서는 넘어졌지만, 이미 두 번의 비행으로 승부는 결정돼 있었다. 빅에어의 규칙처럼, 인생 역시 모든 시도가 완벽할 필요는 없다. 가장 높은 두 번이면 충분하다.
이번 메달은 개인의 성취를 넘어선다. 전날 남자 평행대회전에서 ‘맏형’ 김상겸이 은메달을 딴 데 이어, 고등학생 유망주가 동메달을 보탰다. 한국 스키·스노보드가 단일 올림픽에서 두 개의 메달을 획득한 것은 처음이다. 세대와 종목이 동시에 확장되고 있다는 분명한 신호다.
우리는 오랫동안 한국 설상 스포츠를 ‘가능성’의 언어로 말해왔다. 가능성은 늘 미래형이었다. 그러나 이제 그 문장은 현재형으로 바뀌고 있다. 즐길 줄 알고, 겁내지 않으며, 자신의 리듬으로 도전하는 Z세대 선수들이 이미 결과를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유승은의 착지는 단단했다. 그 착지는 한국 스포츠가 더 이상 땅만 보지 않아도 된다는 선언처럼 보였다. 하늘을 날아 살포시 내려앉은 이 한 번의 도약은, 기록보다 오래 남을 장면으로 기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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