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의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되면서 경남은 전·현직 도지사가 정면으로 맞붙는 전례 없는 정치적 격전지로 변모했다.
국민의힘 박완수 현 지사와 더불어민주당 김경수 지방시대위원장이 대진표의 양 축을 형성하면서, 경남은 거대 양당의 자존심이 걸린 정당 지지세 대결과 지역의 명운을 가를 정책 비전이 격돌하는 전국 최대의 승부처로 부상했다.
이번 격돌은 지역 행정 수장의 선출이라는 본연의 의미를 투영하는 동시에, 차기 대선 전초전 성격을 띠며 중앙 정치권의 시선이 집중되는 형국이다.
박완수 경남도지사는 창원시장 3선과 국회의원을 거치며 다져온 행정 전문가로서의 역량을 바탕으로 민선 9기 재입성을 노린다.
박 지사의 전략은 그동안 축적한 가시적인 경제 성과에 기반한다. 임기 내 경남의 우주항공청 개청을 주도하고 지역 총생산(GRDP) 성장률을 전국 상위권으로 끌어올린 실적을 앞세워 도민들에게 안정적인 연속성을 제안하고 있다.
그의 강점은 행정의 연속성과 탄탄한 조직력에 있다. 오랜 시간 지역 정가에서 다져온 바닥 민심은 박 지사를 뒷받침하는 든든한 버팀목이다.
다만 행정가로서의 신중함이 변화를 바라는 젊은 층이나 동부 경남권 유권자들에게는 보수적인 이미지로 비칠 수 있다는 점이 해결해야 할 숙제다. 특히 우주항공 산업의 성과가 서부 경남에 집중되었다는 인식을 불식시키고 도 전체의 균형 발전을 증명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초광역 메가시티’ 재점화한 김경수, 정책적 ‘탈환’ 시동
이에 맞서는 김경수 위원장은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지방시대위원장을 역임하며 국가 균형 발전의 설계자로서 존재감을 키워왔다.
김 위원장은 과거 자신이 추진했던 부울경 메가시티를 보다 진화시킨 경제공동체 모델을 핵심 공약으로 제시했다. 이는 수도권 일극 체제에 대응하는 남부권 경제 거점 구축이라는 거시적 담론으로 유권자들의 시선을 모으고 있다.
김 위원장의 강점은 정책적 선명성과 미래 지향적 비전이다. 청년 인구 유출을 막기 위한 교육 인프라 확충과 첨단 산업 유치는 그의 트레이드마크와도 같다.
하지만 과거 도정 중단에 따른 책임론과 사법 리스크를 둘러싼 정무적 공방은 본선 과정에서 극복해야 할 가장 큰 장애물이다.
정권 중간평가라는 거대 담론 속에서 야권 지지층을 얼마나 결집하느냐가 승패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이번 선거의 최대 변수는 부산·울산·경남을 아우르는 행정통합의 방법론이다. 박완수 지사는 주민 투표와 충분한 공론화 과정을 전제로 하는 상향식 통합을 주장하며 속도보다는 내실을 강조한다.
이는 성급한 통합이 가져올 지역적 혼란을 최소화하겠다는 실용주의적 접근이다.
반면 김경수 위원장은 경제적 실익을 우선 확보하는 선제적 협력을 강조하며 행정 권한의 통합보다 경제 공동체 형성을 우선시하는 역동적인 접근을 취한다.
두 후보의 이러한 시각 차이는 경남의 미래 전략을 바라보는 유권자들의 가치관을 가르는 기준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치 전문가들은 이번 경남지사 선거가 인물의 인지도 대결을 넘어서 행정의 안정성과 정책의 혁신성 중 어느 가치에 경남 도민들이 더 무게를 두느냐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서부 경남의 견고한 보수세와 동부 경남의 변화 열망이 부딪히는 가운데, 중도층이 전·현직 지사의 행정 성적표를 어떻게 평가하느냐가 최후의 승자를 결정지을 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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