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신용대출을 일제히 추월하며 기존 대출 공식 체계가 무너졌다. 더 이상 담보 유무로 이자가 산정되지 않는 ‘뉴노멀’이 고착화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만기나 금리 변동을 앞둔 차주는 신용대출로 일부 주담대라도 메꿔야 할지 고심이 커지고 있다.
4일 기준 5대 은행의 5년 고정·혼합형 주담대 금리는 연 4.13~6.73%로 집계됐다. 같은 날 신용대출(6개월 변동)은 3.84~5.42%에 머물며 주담대보다 상단이 1.31%포인트, 하단이 0.29포인트 밑도는 ‘금리 역전’ 현상이 벌어졌다.
일반적으로 담보가 있는 주담대는 빚을 돌려받지 못할 가능성이 작기 때문에 신용대출보다 금리가 낮다. 그런데 5대 은행 모두 이러한 기존 대출 공식이 적용되지 않으며 주담대 금리가 신용대출보다 비싸지는 이례적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금리가 역전된 주된 원인으로는 시장금리 변동이 꼽힌다. 지난 1년간 대출의 준거금리가 되는 은행채 5년물, 6개월물은 상반된 방향으로 움직였다. 지난해 2월 초 2.994%였던 6개월물은 이달 3일 기준 2.824%로 소폭 떨어진 반면, 5년물은 같은 기간 2.983%에서 3.766%로 1%포인트 가까이 올랐다. 채권 기간에 따라 다른 시장의 기대감이 상반된 금리 움직임을 만든 것이다.
은행이 가계대출 관리를 강화하며 이러한 금리 역전 현상은 더 견고해지고 있다. 금융당국은 올해부터 신규 주담대 실행 시 ‘위험가중자산(RWA)’을 더 많이 쌓도록 자본규제를 바꿨다. 대출 종류마다 RWA 적립 가중치가 다른데, 주담대는 최저 15%에서 20%로 올랐다. 이에 은행은 예년과 같은 대출금을 내주더라도 재무건전성이 더 크게 악화할 수밖에 없다.
결국 재무건전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은행은 주담대 공급을 줄이고, 가산금리 인상 등으로 진입장벽을 높여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이미 우리은행은 지난 2일부터 효율적인 가계부채 관리를 명목으로 아파트담보대출과 전세대출 ‘우리전세론’의 가산금리를 0.30~0.38%포인트 인상했다. 다른 은행 역시 줄줄이 가산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점쳐진다.
올해는 가계대출 총량도 더 줄어들 것으로 보여 은행의 주담대 금리는 쉽게 내려가지 않을 전망이다. 앞서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작년 은행권 가계대출 증가율이 1.8%인데, 이보다 (관리 목표를) 더 낮게 설정하려고 한다”며 “주담대 별도 관리 목표를 두겠다”고 주담대 총량 관리 강화를 시사했다.
이례적인 금리 역전 상황에 만기나 금리 변동을 앞둔 차주들은 셈법이 복잡해졌다. 조금이라도 이자 부담을 덜기 위해선 저렴한 신용대출을 받아 주담대 원금 일부를 갚는 게 낫지만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신용대출 연 소득의 100% 제한 등으로 이마저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주담대 금리 상단이 연 7%를 바라보는 상황에 “금리 변동 시기가 다가오는 게 무섭다”라는 말마저 나온다.
은행권 관계자는 “주담대 금리가 정책 변수의 영향을 크게 받는 구조로 바뀌면서 당분간 금리 역전이 해소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현 정부의 부동산 금융 정상화 발언 측면에서도 은행들은 주담대 공급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을 계속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르포] 중력 6배에 짓눌려 기절 직전…전투기 조종사 비행환경 적응훈련(영상)](https://image.ajunews.com/content/image/2024/02/29/20240229181518601151_258_161.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