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기업대출 '반토막'…금리·환율·연체율 3高에 생산적 금융 '주춤'

  • 통상 1월 기업대출 수요 가장 큰 시기…이례적 흐름

  • RW 400→250% 조정 위한 시행세칙 개정도 아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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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연초 기업대출 증가 폭이 예년 대비 절반 수준에 그치며 생산적 금융에도 제동이 걸렸다. 금리·환율·연체율 등 이른바 은행권이 영업에 불리한 '3고(高) 환경'이 겹친 데다 생산적 금융 유인책도 현장에서 속도를 내지 못한 영향이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의 1월 말 기준 기업대출 잔액은 847조353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월(844조7254억원) 대비 2조6276억원 늘어난 수치다. 지난해 1월 증가액(5조1003억원)과 비교하면 반 토막 수준이다.

통상 1월은 기업들이 새해 사업 계획을 수립하고 은행의 영업 목표가 초기화돼 기업대출 수요가 가장 큰 시기라는 점을 감안할 때 올해 흐름은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게다가 이재명 정부가 생산적 금융을 강조하며 기업에 대한 대출과 투자 확대를 독려하고 있고, 기업대출은 가계대출과 같은 총량 규제도 없다는 점에서 증가세 둔화는 더욱 눈에 띈다.

은행권에서는 거시 환경 악화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보고 있다. 당장 고금리 기조 장기화로 부담을 느낀 기업들이 신규 투자를 위한 대출을 미루거나 기존 한도 내에서 버티기에 들어간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12월 기준 기업대출 금리는 연 4.16%로 한 달 만에 0.06%포인트 올랐다. 

환율 변동성 확대는 은행권이 쉽게 기업대출을 늘릴 수 없는 요인이 된다. 환율이 10원 오를 때마다 보통주자본(CET1) 비율은 0.01~0.03%포인트 하락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CET1 비율이 떨어진다는 것은 곧 은행의 가용 자본 여력이 줄어든다는 것을 의미한다. 원화가 약세를 보이고 불안정한 환율 흐름이 길어질수록 은행들은 기업대출을 보수적으로 취급할 수밖에 없다.

여기에 기업대출 연체율이 상승하면서 은행들이 리스크 관리를 강화한 것도 대출 증가세를 억누르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지난해 11월 말 기업대출 연체율은 0.73%로 2018년 11월 말(0.86%) 이후 가장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대기업대출(0.14%→0.16%)과 중소기업대출(0.84%→0.89%) 모두 연체율이 높아졌다. 

거시적 요인 부담을 상쇄시켜줄 수 있는 정책적 지원은 현장 체감까지 시간이 더 필요하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9월 생산적 금융 활성화를 위해 은행이 비상장 주식에 투자할 때 적용되는 위험가중치(RW)를 기존 400%에서 250%로 낮추겠다고 발표했다. 은행의 모험자본 공급을 유도해 혁신기업과 성장기업에 대한 자금 지원을 확대하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해당 방안을 구체화하기 위한 시행세칙 개정을 완료하지 못했다. 정책 시행에 시차가 발생하면서 은행에서는 구체적인 사업 계획을 확정하지 못하고 혼선만 커진 셈이다. 금융감독원은 1분기 중 시행세칙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기업대출 수요 자체가 위축됐다기보다는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금융사와 기업 모두 관망하는 상황"이라며 "리스크 부담을 완화해주는 제도적 장치가 제때 작동하지 않으면 방어적 태도는 쉽게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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