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사설 | 기본·원칙·상식] 무인 소방로봇, 한계가 있어도 공공영역에서 더 써야 한다

  • - 충북 음성 화재현장에 처음으로 투입된 무인 소방로봇

30일 오후 충북 음성에서 발생한 생활용품 제조공장 화재 현장에 무인 소방로봇이 처음으로 투입돼 진화 작업을 벌이고 있다사진연합뉴스
30일 오후 충북 음성에서 발생한 생활용품 제조공장 화재 현장에 '무인 소방로봇'이 처음으로 투입돼 진화 작업을 벌이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충북 음성의 생활용품 제조공장 화재 현장에 무인 소방로봇이 처음 투입됐다. 고열과 유독가스, 붕괴 위험으로 인력 접근이 제한된 상황에서 무인 장비가 진압과 인명 수색 임무를 맡았다는 사실은 재난 대응 방식의 변화를 보여주는 장면이다. 이 한 번의 투입을 성과로 단정할 수는 없지만, 공공영역에서 왜 이런 기술을 더 활용해야 하는지는 분명해졌다.
 

무인 소방로봇은 아직 완성된 해법이 아니다. 현장 적응력과 통신 안정성, 운용 인력의 숙련도, 비용 대비 효과 등 검증해야 할 과제가 많다. 실제 구조 성과가 얼마나 있었는지도 냉정하게 평가돼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공영역에서 활용을 확대해야 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재난 대응의 기준은 효율이 아니라 생명 보호이기 때문이다.
 

화재·붕괴·유독가스 현장은 실패의 비용이 곧 인명 피해로 직결된다. 인간을 투입하지 않고도 위험한 구간을 대신 탐색하고 진압할 수 있는 수단이 있다면, 그것을 시험하고 개선하는 것은 선택이 아니라 공공의 책임이다. 민간 영역이라면 불확실한 기술은 보류될 수 있지만, 국가는 최악의 상황을 전제로 대비해야 한다.
 

소방은 대표적인 ‘고위험·저빈도’ 영역이다. 평상시에는 비용처럼 보이지만, 사고가 발생하는 순간 대체 불가능한 가치로 바뀐다. 헬기와 특수 구조 장비, 화학 방재 시스템이 같은 논리로 도입돼 왔다. 무인 소방로봇 역시 그 연장선에 있다. 완벽하지 않다는 이유로 사용을 미루면, 완벽해질 기회 자체가 사라진다.
 

다만 방향은 분명해야 한다. 무인 소방로봇은 소방관을 대체하는 수단이 아니다. 가장 위험한 구간에서 소방관을 보호하고, 인간의 판단과 경험이 필요한 단계로 이어지는 보조 수단이어야 한다. 따라서 무분별한 확대가 아니라, 투입 기준과 성과 평가, 인력과의 역할 분담을 명확히 한 단계적 활용이 필요하다.
 

중요한 것은 상징이 아니라 축적이다. 어느 유형의 화재에서 효과가 있었는지, 어떤 조건에서는 한계가 드러났는지에 대한 데이터가 쌓여야 제도와 표준이 만들어진다. 그 축적의 주체는 민간이 아니라 공공이어야 한다. 재난 기술은 현장에서만 진화하기 때문이다.
 

무인 소방로봇의 첫 투입은 시작에 불과하다. 불완전하다는 이유로 멈출 것이 아니라, 불완전하기 때문에 더 써보고 더 검증해야 한다. 국가의 재난 대응 기술은 결국 사람을 지키기 위해 존재한다. 그 목적을 분명히 할 때, 기술은 비용이 아니라 안전으로 평가받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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