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사설 | 기본·원칙·상식] "전혀 고려 안 한다"는 대통령의 세금카드, 집값 잡힐까.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면제 연장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23일 SNS에 남긴 이 한 문장은 정부 부동산 정책이 어디까지 와 있는지를 가장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그간 “세금으로 집값을 잡지 않는다”고 여러 차례 밝혀 온 대통령이 직접 ‘중과 부활’을 못 박았다는 점에서, 이는 단순한 정책 설명을 넘어 정책 기조의 전환을 알리는 선언에 가깝다.

이번 결정의 배경은 분명하다. 공급 대책은 효과가 나타나기까지 시간이 필요하고, 대출 규제는 이미 한계에 다다랐다. 그 사이 서울 집값 상승세는 좀처럼 꺾이지 않고 있다. 결국 정부가 꺼내 든 카드는 가장 정치적 부담이 큰 수단, 즉 세금이다. ‘최후 수단’으로 불리던 카드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판단이 선 것이다.

문제는 이 선택이 단기적 효과와 중장기적 정책 일관성 사이에서 어떤 평가를 받게 될지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는 시장에 분명한 신호를 준다. “5월 전에 팔라”는 메시지는 명확하고, 매물 출회를 유도하는 즉각적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규제지역 다주택자에게 최고 82.5%의 실효세율을 적용하는 제도는 그 자체로 강력한 압박이다.

그러나 대통령의 발언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비거주 1주택도 주거용이 아니라 투자·투기용이라면 장기 보유했다고 세금을 감면해주는 건 이상하다”는 언급은 정책의 초점을 다주택자에서 이른바 ‘똘똘한 한 채’ 보유자, 특히 갭투자자까지 확장시켰다. 이는 부동산 세제 논쟁의 지형을 한 단계 더 넓히는 발언이다.

이 지점에서 정책의 난도는 급격히 높아진다. 다주택자 중과는 비교적 명확한 대상이 있지만, 비거주 1주택자는 경계가 모호하다. 자녀 교육이나 생업, 돌봄 등 불가피한 사유로 거주지를 옮긴 경우까지 세제상 투기와 동일선상에 놓는 순간, 정책은 정당성을 잃기 쉽다. 대통령이 “당장 고칠 사안은 아니다”며 한 발 물러선 이유도 여기에 있을 것이다.

더 근본적인 질문은 따로 있다. 세금은 여전히 ‘최후의 수단’인가, 아니면 이제 ‘현실적 수단’으로 자리 잡은 것인가. 대통령 스스로 “바람직하지 않다고 안 쓸 이유는 없다”고 말한 대목은, 원칙과 현실 사이에서 정부가 어떤 선택을 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문제는 이런 선택이 반복될 경우, 세금이 예외적 처방이 아니라 상시적 정책 도구로 인식될 수 있다는 점이다.

부동산 정책에서 중요한 것은 강도보다 신뢰다. 시장은 정책의 수위보다 철학과 일관성을 먼저 본다. 세금을 쓰더라도 왜 지금인지, 어디까지인지, 그리고 언제 물러날 것인지가 분명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단기적인 가격 억제는 가능할지 몰라도, 중장기적 불안과 왜곡은 더 커질 수 있다.

이번 양도세 중과 재개는 불가피한 선택일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이 ‘최후 수단’으로 남을지, 아니면 반복되는 처방의 하나가 될지는 지금부터의 설명과 절제에 달려 있다. 세금은 약이 될 수도, 독이 될 수도 있다. 차이는 언제나 원칙을 지키는가, 급한 불만 끄는가에서 갈린다.
 

이재명 대통령이 23일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조치 기간 연장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을 밝힘에 따라 서울을 포함한 규제지역에서 양도세 중과를 회피하려는 일부 다주택자들의 급매물이 당분간 시장에 풀릴지에 관심이 쏠린다 사진은 이날 서울 한 부동산 중개업소에 붙은 다주택자 양도세 관련 안내문 사진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23일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조치 기간 연장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을 밝힘에 따라 서울을 포함한 규제지역에서 양도세 중과를 회피하려는 일부 다주택자들의 급매물이 당분간 시장에 풀릴지에 관심이 쏠린다. 사진은 이날 서울 한 부동산 중개업소에 붙은 다주택자 양도세 관련 안내문.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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