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해생물학은 질환을 유발하는 단백질의 기능을 억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를 근본적으로 제거하는 새로운 치료 패러다임을 제시한다. 암·감염병·퇴행성 질환처럼 기존 치료 방식이 한계를 드러낸 영역에서 전환점을 만들 수 있는 분야다. 기초과학의 질문이 신약 개발로 이어지는 구조를 실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연구소 출범은 단순한 대학 사업을 넘어선다.
주목할 대목은 연구의 방식이다. 이번 국가연구소는 단기간 성과를 요구하지 않고, 10년 이상을 내다보는 장기 지원을 전제로 한다. 연구자에게 시간을 주고 실패를 허용하며 지식의 축적을 기다리는 방식이다. 이는 그동안 한국 연구 정책이 가장 취약했던 지점을 정면으로 보완하는 시도다. 성과 지표에 매달려 연구를 쪼개 왔던 관행과는 분명히 다른 방향이다.
이러한 사례가 고려대 하나로 끝나서는 안 된다. 특정 대학의 성취에 그칠 것이 아니라, 국가 연구 생태계의 방향 전환으로 이어져야 한다. 기초와 응용의 융합, 산업 연계가 가능한 분야에서 대학이 주도하는 장기 연구 거점을 꾸준히 늘려야 한다. 그래야 인재가 머물고 기술이 쌓이며 산업이 뒤따른다.
대학 연구는 당장의 성과를 넘어 사회의 미래를 만든다. 질병 치료 기술은 물론 인재 양성과 산업 경쟁력으로 이어진다. 이번 고려대 국가연구소 출범은 그 가능성을 보여주는 사례다. 중요한 것은 이 흐름을 일회성 이벤트로 끝내지 않는 일이다.
기본과 상식은 분명하다. 국가 경쟁력은 한두 개의 성공 사례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대학 연구가 오래 숨 쉬고 실패할 수 있는 공간을 얼마나 넓게 허용하느냐에 달려 있다. 이러한 연구소가 더 많아질 때 한국의 과학과 산업은 비로소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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