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은 질문을 정확히 만드는 사람, 즉 문제의 본질을 아는 사람에게서 시작됩니다. 바이오 연구자가 AI를 익혀야 하는 이유죠."
인공지능(AI)이 신약 개발의 흐름을 뒤바꾸고 있다. 2016년 알파고 이후 AI의 계산능력이 급격히 향상됐고 2019년에는 단 46일 만에 신약 후보물질을 발굴한 사례가 등장했다. 2020년 알파폴드는 단백질 구조 예측 방식을 혁신하며 AI가 생명과학의 난제를 풀 수 있음을 입증했다.
이제 글로벌 제약사들은 AI를 앞세워 연구 생산성을 높이고 있으며 한국 역시 'AI 신약개발 생태계' 구축을 국가 전략으로 추진 중이다.
권석윤 한국생명공학연구원장은 아주경제와 서면 인터뷰를 통해 "바이오 연구자가 AI를 이해하게 되면 연구 질문이 훨씬 정교해지고, AI에 어떤 분석을 맡길지 명확히 설계할 수 있으며, AI가 도출한 결과를 생물학적으로 해석해 후속 실험으로 연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AI를 단순 도구로 쓰는 데 그치지 않고 문제 해결 방식을 근본적으로 재구성하는 핵심 기술로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대에서 생물학 박사 학위를 받은 권석윤 원장은 1991년 생명연에 입사한 뒤 30년 넘게 연구와 연구조직 운영을 함께 경험한 연구자다. 식물 유전체 연구를 이끌며 국내 생명공학 연구 기반을 닦았고, 센터장과 부원장을 거쳐 올해 원장에 취임했다. 권 원장은 "연구자 출신 기관장으로서 현장 목소리를 듣고 연구 몰입 환경을 강화해 국가 바이오 경쟁력 확보에 힘을 보태겠다"고 말했다.
권 원장은 취임과 함께 기관의 비전과 전략을 'T.O.P.' 체계로 재정립했다. Together(개방형 혁신 강화)·Outstanding(연구 수월성 향상)·Pathway(지속 가능한 경영체 강화) 머리글자로 개방형 협력을 통해 연구 성과를 키우고, 세계적 연구수월성을 확보하며, 지속 가능한 연구 환경을 조성하겠다는 목표를 담았다.
생명연은 합성생물학, 유전자·세포치료, 감염병 대응, 노화 연구 등 국가 전략기술 분야에서 실질적 성과를 내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권 원장은 "AI 기반 연구 혁신과 대규모 유전체 분석, 신약 개발 플랫폼을 함께 강화해 생명연이 국가 바이오 혁신의 중심축으로 자리매김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권 원장과 일문일답한 내용.
-한국은 지금 AI 신약 개발 생태계에서 어떤 단계에 와 있나.
"한국은 지금 '도약 직전 단계'에 있다. AI 신약 개발의 필요성과 가능성은 충분히 인식됐지만 데이터·인력·원천기술 측면에서 보완이 필요하다. 국내 독자 파운데이션 모델은 초기 단계이고, 데이터는 규모나 개방성과 표준화가 충분하지 않다. 무엇보다 AI와 바이오를 모두 이해하는 융합 인재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이다. 하지만 최근 연구 현장과 산업계에서 AI를 실제로 어떻게 적용할지를 본격적으로 논의하기 시작한 점은 매우 고무적이다. 기술의 가능성을 실험하는 단계를 넘어 실제 활용 전략을 고민하는 국면으로 이동했다. 한국은 충분한 잠재력과 기반을 갖고 있다고 판단한다."
-바이오 연구자가 AI를 익혀야 한다고 강조하는 이유는.
"신약 개발의 본질은 결국 '올바른 질문을 세우는 능력'에서 시작된다. 질병의 원인을 정확히 짚고 생물학적 메커니즘을 이해해야 무엇을 예측하고 어떤 데이터를 만들어야 하는지가 결정된다. AI의 계산 능력이 아무리 뛰어나도 이런 문제 정의는 연구자가 할 일이다. 혁신은 질문을 정확히 만드는 사람, 즉 문제의 본질을 아는 연구자에게서 시작된다."
-바이오 현장에서 AI 관련해 부족한 역량이 있다면.
-향후 3년 안에 한국이 준비해야 할 AI 신약 개발 과제는.
"AI 신약 개발은 데이터-AI 모델-실험 검증-정책·인프라가 하나의 순환 생태계로 돌아가야 성과가 난다. 앞으로 3년은 이 생태계를 제대로 구축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우선 AI가 읽을 수 있는 고품질 바이오데이터를 확보해야 한다.
또한 현재 한국에서 가장 부족한 부분은 '검증 능력'이다. AI 예측을 실험으로 검증할 수 있는 실험 자동화와 검증 플랫폼을 확충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과학자가 중심이 되는 AI 활용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 연구자가 AI를 자연스럽게 사용할 수 있는 교육과 환경, 표준화된 데이터·모델 접근성, 병원·학계·기업이 함께 연구하는 협력 생태계가 반드시 필요하다. 이 세 가지가 갖춰져야 AI 신약 개발에 속도가 생길 수 있고, 속도가 생겨야 한국이 글로벌 패러다임 전환 속에서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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