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산업에 종사하는 기업인으로서 요즘처럼 밤잠을 설치는 시기는 없었던 것 같다. 탄소중립이라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과 급변하는 원자재 가격, 날로 치열해지는 글로벌 기술 패권 경쟁까지 중소기업이 감당하기에는 파고가 너무나 높다. 이러한 대외 환경 속에서 중소기업이 독자 생존하기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이제 ‘동반성장’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넘어 에너지 공급망 전체의 생존을 위한 필수 전략이 됐다.
협력기업 대표로서 현장에서 체감하는 동반성장의 핵심은 단순한 자금 지원이 아니다. 기업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실질적인 기회의 제공이다. 한국중부발전과 협력하는 과정이 의미 있었던 이유도 바로 이 지점에 있다. 막연한 지원이 아니라 기업이 스스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시스템으로 뒷받침했기 때문이다.
중소기업이 겪는 가장 큰 어려움은 트랙레코드의 부재다. 아무리 뛰어난 기술을 개발해도 발전소라는 특수한 환경에서 검증되지 않은 제품을 써주는 곳은 없다. 기술은 있지만 납품 실적이 없어 사장되는 ‘데스 밸리’가 여기에 존재한다.
이때 중부발전이 제공한 ‘테스트베드 사업’은 우리에게 결정적인 돌파구가 됐다. 현장 실증 기회는 중소기업으로서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가치를 지닌다. 실제 발전 설비에 제품을 적용해 보고 데이터를 확보함으로써 기술적 완성도를 입증할 수 있었다. 이는 공기업이 베푸는 혜택이라기보다 우수한 부품을 발굴해 발전 설비의 안정성을 높이려는 발주처와 기술력을 증명하려는 공급자 간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합리적인 비즈니스 프로세스였다.
최근 강조되는 ESG 경영과 안전 관리 또한 중소기업에는 큰 부담이자 숙제다. 전문 인력과 시스템이 부족한 상황에서 강화되는 법적 규제는 경영의 불확실성을 높이는 요인이다. 이에 대해 중부발전이 진행한 안전 컨설팅과 설비 지원은 규제 대응을 넘어 현장의 생산 효율을 높이는 결과로 이어졌다. 공급망의 가장 약한 고리가 끊어지면 전체 시스템이 멈춘다는 위기의식을 공유하고, 리스크를 함께 관리하는 파트너십이 작동한 결과다.
물론 제도가 아무리 좋아도 현장의 모든 어려움을 단번에 해결할 수는 없다. 여전히 행정 절차의 간소화나 보다 과감한 기술 개방 등 개선해야 할 과제는 남아 있다. 중요한 것은 방향성이다. 일방적인 퍼주기식 지원이 아니라 성과 공유제를 통해 이익을 나누고 공동 R&D를 통해 기술을 축적하는 현재의 협력 모델은 분명 과거보다 진일보했다.
에너지 안보와 친환경 전환은 어느 한 기업의 힘만으로 달성할 수 없는 국가적 과제다. 튼튼한 기술력을 갖춘 중소기업들이 허리를 받치고 공기업이 이를 이끌어주는 선순환 구조가 정착될 때 우리 에너지 산업은 비로소 흔들리지 않는 경쟁력을 갖게 될 것이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화려한 수사나 이벤트성 지원이 아니다. 기술력 있는 기업이 정당한 기회를 얻고, 그 성과가 다시 R&D로 재투자되는 건강한 생태계다. 중부발전과 협력한 것이 그러한 생태계를 만드는 모범적인 사례로 남기를, 그리고 이를 통해 더 많은 강소기업이 탄생하기를 기대한다. 그것이 바로 우리가 추구해야 할 진정한 의미의 ‘동반성장’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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